미국정신과학회(APA)가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SM)을 개정할 때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정의를 확장해 과잉진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혜택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호주 본드대 Rae Thomas 교수팀은 최근 BMJ에 'ADHD: 우리는 도움을 주고 있는가 아니면 피해를 끼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분석 논문을 발표, "ADHD 진단문턱을 낮추는 것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개인에 대한 진단을 평가절하한다"고 지적했다.

또 진단 문턱 끝자락에 있는, 문제의 심각도가 낮은 환자에는 불필요하고 잠재적으로 유해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약물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있고, 진단으로 인한 낙인으로 오히려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Thomas 교수는 "국가마다 또는 한 국가내에서도 ADHD 유병률은 매우 다양하게 보고되는데 이는 진단 과정에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ADHD는 과잉진단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며 이로 인해 많은 소아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불필요한 약물 비용과 약물 부작용, 정신적 낙인을 부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팀은 부적절한 ADHD 진단으로 인한 약물 소비 규모는 매년 미국에서만 5억 달러가량 될 것으로 추산하며 "의료비용은 환자 가족에게도 매우 큰 부담이지만 만약 보조금이 지급되는 국가라면 전반적인 헬스케어 시스템의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ADHD로 진단받은 소아의 대다수는 증상이 경증이거나 중등도인데 이들 환자에게 약물이 처방될 우려도 제기됐다. 약물의 장기간 혜택에 대한 근거는 제한적인 반면 체중 감소나 체중 증가, 성장 문제와 같은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ADHD 진단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도 무시하기 어렵다. Thomas 교수는 "천식으로 진단받은 어린이와 비교했을 때 ADHD로 진단받은 어린이는 더 게으르고, 덜 똑똑하며, 배려심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고 사회적 배제도 더 많이 발생한다"면서 "교사와 부모도 ADHD 진단 어린이의 학업 성과에 선입견을 가져 '자기완결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1996년~2008년 사이에 메틸페니데이트와 암페타민 처방이 꾸준히 늘었는데, 특히 13~18세 청소년에서의 처방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네덜란드에서도 2003년 대비 2007년 ADHD 유병률과 처방률이 2배 가량 늘었다.

Thomas 교수는 "제약산업도 과잉진단의 주범 중 한 명이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호소하는 광고도 소비자 수요를 늘리고 의사의 진료를 달라지게 한다"며 "더불어 유명인사들이 ADHD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려고 하는 노력이 과잉진단을 부추길 수 있고, 제약사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시민단체 활동도 잠재적으로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단 범위를 확장하는 것 또한 과잉 진단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DSM-Ⅳ에서 ADHD 진단 기준을 개정한 뒤 그 유병률이 15%나 됐다고 지적하며, 특히 주관적인 장애 기준으로 진단하도록 하는 부분에 우려했다. DSM-Ⅴ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연령을 12세로 높이고 장애 기준을 낮춘 것도 문제삼았다.

미국 소아정신연구소 Harold S. Koplewicz 박사는 관련 논평에서 부적절한 진단과 과잉 치료로 인한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인정하면서도 "ADHD 진단을 받지 받지 않아 발생하는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진단되지 않아 치료도 받지 못한 환자는 물질 남용과 학교 중퇴, 자동차 사고, 청소년 사법제도에 연루될 위험이 높다"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관찰해 보면 정상군과 ADHD 군 간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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