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10년만에 진료지침 개정판 발표
"전체 위험도 따라 치료결정···약제선택시 환자 임상특성 중시"


전체 심혈관 위험도에 근거한 치료접근 방식을 적용한 한국형 고혈압 가이드라인(진료지침 제정위원장 채성철, 경북의대)이 등장했다.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김종진, 경희의대)는 지난 1~2일 열린 추계 학술대회에서 '2013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 요약보고서'를 발표, 새로운 연구결과와 학술근거들로 보강된 업데이트판 가이드라인의 일면을 선보였다.

이번 진료지침은 2004년판 이후 처음 업그레이드된 개정판으로 지난 10여년 간의 고혈압 치료환경의 변화를 담아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가장 큰 변화는 혈압과 더불어 환자의 임상특성을 종합해 심혈관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에 근거해 치료를 계획하고 전략을 수립하도록 치료접근 방식의 획기적인 전환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강산이 변했듯, 고혈압을 둘러싼 환경도 많이 변했다. 고혈압은 그대로이지만, 현대의학의 이해가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미국고혈압학회(ASH)는 지난 2005년 고혈압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안했다.

고혈압은 흔히 "수축기혈압이 140mmHg, 이완기혈압이 90mmHg를 넘는 상태"로 혈압수치에 근거해 단순 정의돼 왔다. 하지만 ASH는 "심혈관계에 구조적·기능적 손상을 유발하는 여러가지 원인들(다중 위험인자)로 인해 유발된 심혈관장애 증상의 집합"으로 고혈압을 정의하고자 했다.

혈압수치에서 더 나아가 심혈관장애의 관점에서 보다 폭넓게 고혈압을 바라본 것이다. 이후 고혈압을 혈압의 문제만으로 국한시켜서는 안되며 치료의 결정은 전체 심혈관 위험도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 왔다.

북미와 유럽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전체 심혈관 위험도(global or total cardiovascular risk) 분류를 제시하고, 이에 기반에 치료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고혈압학회도 이러한 전략적 변화의 흐름을 수용하고 2013 진료지침에 반영했다. 지침은 혈압에 더해 ▲심혈관 위험인자 ▲표적장기손상 ▲동반질환 등의 임상특성을 종합해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를 평가하도록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저·중·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궁극적으로는 이 위험도에 따라 생활 및 약물요법 등 치료를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침이 결정된다. 지침은 이러한 치료접근 방식을 <표>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임상의들은 내원 환자의 혈압과 여타 임상특성을 이 표에 대입시켜 위험도를 구분하고, 이에 근거해 치료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약물치료 전략에서도 환자의 임상특성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개정판 지침은 항고혈압제 처방의 원칙과 관련해 혈압수치 보다는 환자의 임상적 특성과 동반질환을 중시해 약제를 선택하도록 주문했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 이뇨제 등의 혈압강하력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동반질환 등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차별화할 수 있는 약제를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특수질환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이전과 달리해 권고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당뇨병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기존 130/80mmHg에서 140/85mmHg 미만으로 완화해 권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진료지침 제정위원으로 참여한 관동의대 제일병원 심장혈관내과의 박정배 교수(대한고혈압학회 학술이사)는 "고혈압과 관련된 새로운 연구와 학문적 변화를 최대한 반영했고, 대한심장학회·대한당뇨병학회·대한신장학회·대한뇌졸중학회 등 유관 학회와의 협력 및 보증(endorse) 과정을 거치는 등 다학제적으로 과학적 근거를 반영하기 위해 힘썼다"며 "이번 지침이 일선 현장의 임상진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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