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좀 더 상위 차원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는 회사가 아니라 환자들의 인식과 교육입니다."

호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호흡 기기 개발 전문 기업인 ResMed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Karen Borg 회장이 28일 방한했다. 주요 목적은 한국 시장에서 심장질환과 수면무호흡증후군(SSA),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향후 잠재적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었다.

Borg 회장은 이번 첫 방한을 "아직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 ResMed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라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국내에는 아직 가정용 호흡기 일부만 수입돼 생소하지만 ResMed는 100여개 국가에서 자회사 및 독립 소매점을 통해 사업 활동을 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으로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업 부문은 크게 심장학과 호흡 관리, 수면 관리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수면 관리가 전체 사업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Borg 대표가 한국에서 기대하고 있는 분야도 수면 관리 부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성인 인구의 20%가 수면무호흡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 중 13%는 경미한 수준, 7%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에서는 수면호흡장애(SDB)와 호흡 관련 질환은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면후호흡증후군 국내 유병률은 2004년 조사에서 이미 3~5%로 집계돼 선진국처럼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잠재적 수면무호흡증후군 환자 수는 1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2008~2010년 동안 단순 누적환자만 보더라도 10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수면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 중 실제로 지속적 양압기를 통해 치료를 받는 신환자 수는 매년 2500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Borg 대표는 이러한 상황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인들도 수면장애가 일종의 질환이라는 것을 점차 인식해감에 따라 한국 시장 또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수면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 수는 2008년 22만8000명, 2012년 35만7000명으로 5년간 1.57배 증가했다. 또 부모들이 수면장애가 아이들의 성장발육, 공부에 대한 집중력 및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함에 따라 수면장애에 대한 경각심이 강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Borg 회장은 "수면무호흡증후군 유병률은 높지만 매우 적은 환자만 기기의 도움을 받고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사업 확장은 물론 우선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의 중요성을 알게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일반인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수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서 "양질의 수면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고 했다.

예를들어 현재 일본에서는 여러 관련 기업들이 연합해 '녹색 베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을 상대로 웰니스(wellness)에 대해 홍보하는 것으로 벌써 3년째 진행되고 있다.

Borg 회장은 "단순한 예로 쥐 60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모든 자원을 풍족하게 제공하되 수면을 박탈하고, 다른 그룹은 생존에 필요한 자원만 제공하되 수면을 충분히 제공한다고 했을 때 30일 뒤 다른 조건이 아무리 충족된다 하더라도 잠을 잘 수 없었던 쥐들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서 "그만큼 삶에 있어서 수면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면장애 치료에 대한 인식도 제고와 함께 접근성 향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수면장애를 진단받기 위해서는 대학병원과 전문병원을 찾아야 하는데다 병원에서 하루 숙박하는 것이 필수기 때문에 접근성이 매우 낮다. 하지만 간이 진단 키트를 이용하면 가정은 물론 작업장 등에서도 쉽게 진단을 받을 수 있다.

Borg 회장은 "의사들은 이런 키트를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할 필요가 있고, 졸음이나 수면 장애로 안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운수업 종사자 등과 같은 산업군에서는 회사와 협력해 진단과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ResMed에서는 최근 IT 기술과의 결합으로 보건의료 비용을 감축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상승시키는 것에도 노력하고 있다. 예를들어 프랑스에서는 텔레모니터링을 통해 환자들이 실제로 쓰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을 지급함으로써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Andrew Price 부회장은 "이미 판매되고 있는 기기에서도 환자 상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스마트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앞으로 이를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정부와 환자 모두에게 혜택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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