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허용법안 철회 촉구, 정부와 일전도 불사할 것


“적지않은 의사들이 울고싶은데 뺨때렸다고 말한다.”

노환규 회장이 원격진료허용법안 입법예고에 대해 이 같이 표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9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원격진료가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전문가의 입장에도 새정부가 귀를 닫고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드러냈다.

의협은 원격진료 허용이 △의료시장 대혼란 초래 △국민 의료접근성 저하 △지방 중소병원 줄도산 △산업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법안은 의사와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산업을 추진하는 새정부의 이미지 각인을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먼저 2000년 8월 아파요닷컴이라는 인터넷처방전을 발급하는 회사가 단 이틀간 13만여명을 진료하고, 그 중 7만8000여명에게 무료처방전을 발급해 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 당시 정부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제어할 어떤 수단도 갖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으며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전국 일차의료기관들이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해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데, 지리적 접근성을 무시하는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일차의료기관의 존립기반은 붕괴되고 동네의원과 약국이 사라져 국민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 노 회장은 “이 법안을 가장 반대하는 것이 동네의원인데, 정작 법안을 추진하는 이들은 동네의원을 살리기 위함이라고 주장하니 의사들은 어이없다는 말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상급 종합병원들이 가정의학과를 통해 진료의뢰서를 발급하거나 재진비율을 높이는 등 편법을 동원해 외래환자를 확보하는 상황에서, 원격진료로 수도권의 대형병원에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면 지방 중소병원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의협 측은 원격진료허용법안 입법예고가 창조경제의 몰락을 가져올 중대한 사안이므로 즉시 철회되어야 하며, 의료계가 강력히 반대하는 제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어렵게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의-정간 신뢰를 또 다시 일시에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가 잘못된 길을 만들고 국민과 의사들에게 그 길을 걷도록 고집하면 의사들은 올바른 의료제도들을 위해 정부와 일전(一戰)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정협의체를 통해 원격진료를 논의하자는 정부의 제안에 대해선 입법예고가 되기 전까지 여러 협의를 나눴음에도 의료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추가적인 협의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원격진료를 원하는 수요가 있는데 이를 무조건 반대하는게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제도가 필요성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제도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아닌 의사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당사자인 의사들이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리함이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의료 기반이 무너지고 중소병원과 동네의원들이 문닫을 경우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완전 대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격진료가 보조적 수단이 되어야하는데 보조적 수단에 머물게할 장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원격진료가 도입된 캐나다 등의 경우는 의사의 밀도가 매우 낮은 곳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제도라는 것은 하나의 사회적 계약으로, 만들 때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하는데 원격진료는 이런 장치를 만들 수 없다”며, “제도의 역기능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큰데 이를 신중치 못하게 정치적 목적으로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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