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2.5년, 안심해도 될까?
2. 방사선 피폭 의한 암 발생률 매우 낮아
3. “피폭자 건강 변화 단순한 통계적 문제로 봐선 안돼"


미국 국립과학원(NAS)이 2006년 발간한 저선량 방사선의 건강위험(BEIR Ⅶ) 보고서에 따르면 방사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인공 방사선의 영향과 자연 방사선의 영향을 구분해주는 일반적인 특성이 없다는 것과 또 방사선에 노출됨으로써 생긴 암과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암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방사선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근거는 많이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꼽을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암 발생은 100mSv 이상 피폭 생존자에서 유의하게 증가했는데, 100~4000mSv에 노출된 생존자에서 초과 암을 유발시키는 방사선 양을 살폈을 때 방사선 양이 증가함에 따라 고형암 발생 빈도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100mSv 이하에 노출됐을 경우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비상진료연구기획부장 진영우 박사는 "100mSv 이하 영역은 통계 방법의 한계로 증명이 어려워 아직 추정만 하는 상황이며 이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는데 BEIR Ⅶ 보고서에서는 선형무역치(LNT) 모델을 통해 추정하고 있다. 이는 방사선 피폭량과 암 발생 위험도는 선형관계를 보이며 암 발생을 위한 문턱선량은 없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아무리 작은 양의 방사능이라도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단 암을 유발하는데 역치가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소량의 방사선에 의한 암 발생률은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LNT 모델을 바탕으로 평생위험성을 계산했을 때 일생동안(70년) 100mSv에 노출되면 100명 중 1명에서 암이 발생하고, 42명에서는 다른 원인에 의해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따져보면 방사선 피폭에 의한 생애 암 위험도는 이를 한참 밑돈다.

전 세계적으로 자연방사선에 의한 1인당 1년 평균 노출량은 고선량과 저선량을 합해 1~10mSv(중간값 2.4mSv)이고, 저선량만 따로 분리하면 0.2~1.0mSv(중간값 0.9mSv)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건강검진 내부피폭 평가 결과에서는 2013년 6월 말 기준 검진 대상 13만9000명 중 99.9%가 1mSv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이진경 박사팀이 지난해 Journal of Radiation Research에 발표한 원전 사고 직후 후쿠시마현을 방문했던 국내 취재진이나 구급대원 265명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선량평가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기간 일본을 방문한 경험이 없는 대조군 37명의 방사선 동위원소 수치를 기준으로 했을때 234명에서는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다. 나머지 31명에서는 평균 116.9mGy가 검출됐는데 이들은 최근 3년간 의료 방사선에 노출됐던 수가 다른 실험군에 비해 유의하게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예로 측정량이 328mGy로 가장 높았던 남성은 최근 3년 이내 X-ray 3회, PET 3회 받은 경험이 있었고, 측정량이 148mGy였던 또 다른 남성은 X-ray 4회, CT 5회를 받았다. 연구팀은 후쿠시마 여행 단독으로는 대상자들의 피폭량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배후방사능 수치 높아도 통계적 유의성 없어

저선량 방사선에 만성적으로 노출된 또 다른 사례로 고(high)자연배후방사능 지역 연구를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마야크 재처리공장의 폐수 누출 사고로 인위적으로 자연배후방사능 수치가 높아진 러시아의 테차강 유역과 자연적으로 배후방사능 수치가 높은 인도의 카루나가팔리, 중국의 양장지역에 대한 코호트 연구 3건이 있다.

테차강과 카루나가팔리 코호트에서 일차 평가기준은 암 발생률이었고, 양장 코호트에서는 암 사망률이었다. 분석 결과 백혈병을 제외한 전체 암종에서 5~10년 관찰했을 때 세 코호트 모두에서 유의하게 발생률이나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았다.

직업적으로 다른 인구집단에 비해 방사선 노출량이 많은 원전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우리나라를 포함 15개국 원전 종사자의 암 발생률을 비교했을 때 통계적인 유의성이 발견되긴 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암 위험이 높았던 캐나다를 제외하면 역시 통계적인 유의성이 없었다.

오히려 원전종사자의 암 발생은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진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원전종사자의 암 발생이 낮다는 자료가 많은데 이는 건강근로자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수준이 높은 사람이 건강 관리 수준도 높고 대개 고도의 기술을 배우는 경향이 있고 원전종사자도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볼 때 진 박사는 아직까지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암 발생률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진 박사는 원폭 생존자 추적집단의 평균 수명 차이가 1년 가량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2000년 Lancet에 발표된 원폭 투하지점으로부터의 거리 또는 방사선에 따른 초과 상대 위험도를 관찰한 연구에서 전체 대상자의 인명 소실 평균은 4개월이었지만 1Gy 미만에 노출된 군에서 평균 인명 손실은 2개월이었고, 그 이상 노출된 군에서는 2.6년이었다. 연구팀은 평균 기대수명은 방사선량이 1Gy 증가할 때마다 1.3년 감소했고 고용량에서 급속히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선량이 모두 흡수된 것으로 보고 1Gy와 1Sv를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기대 수명을 감소시키는 양은 이번 사고로 인해 대다수 주민이 피폭된 양에 비해 1000배나 많다.


방사능 체내에 무한정 쌓이지 않아

대중에게 암보다 더 큰 공포는 저선량 방사선 노출이 후손에게 유전적 기형을 발생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권고(ICRP 103)에서는 "부모의 방사선 피폭으로 자손에 초과 유전질환이 발생할 것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여전히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실험동물에서는 방사선이 유전영향을 일으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유전영향 위험을 방사선방호체계에 포함시킨다는 신중한 입장을 계속 견지한다고 했다.

ICRP가 태내피폭으로 인한 기형 위험 증가를 산출한 표에 따르면 자연 방사선을 제외한 태아 흡수선량이 0mSv일 때와 100mSv일 때 모두 97%로 차이가 없다. 단 100mSv 이상 보다 상당히 높으면 기형이 확실히 발생할 수 있다.

그 외 방사능이 몸 속에 계속 축적되니 낮은 농도도 위험하다는 이야기나 일본산 먹거리나 공산품으로 인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사실 무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진 박사는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서 어느 정도 누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으로 섭취해도 체내 방사능이 무한정으로 증가하지 않으며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포화상태에 이른다"면서 "또 시간이 경과하면서 대개 자연 붕괴하거나 신진대사로 배설돼 세슘 137의 경우 약 1000일이 지나면 체내에서 사라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세슘을 현재 우리나라 정부에서 제한하고 있는 양인 100베크렐/kg 정도 함유한 생선을 평상시처럼 섭취하더라도 이로 인한 연간 방사선량은 0.013mSv 정도에 불과해 이는 우리나 국민이 통상 피폭하는 자연방사선량의 1% 미만으로 의미없는 선량이라고 했다.

진 박사는 "방사능은 항상 우리 근처에 있었고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음식물도 계속 섭취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면서 "방사선 영향이 곧 방사선 위험이라고 생각할 수 없으며 추정만 가지고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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