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이태원 센터장

장기이식센터에 있다 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접하게 된다. 다른 장기는 말짱한데 단지 신장이 나빠서, 이식만 하면 되는데 꼭 맞는 기증자를 찾을 수 없어서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환자들이 진료실에 들어서면 어떤땐 가슴 한켠이 묵직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의료진에게 보람과 긍지를 가져다 주는 사람도 바로 이 환자들이다. 이식할 수 있는 장기만 있다면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는 다른 치료옵션을 고려할 필요도 없다는 경희의대 이태원 교수(경희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는 늘 더 많은 환자들이 장기이식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이전에는 HLA 조직형이 맞지 않으면 수술이 꺼려졌지만 최근 좋은 약과 기술이 많이 개발되면서 백혈구 조직형뿐 아니라 ABO 혈액형도 극복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어떤 경우던 의심할 없이 바로 장기 이식을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온 것입니다."

예로 이 교수는 교차반응 양성인 환자의 신장이식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이 환자는 1차로 뇌사자 이식을 받았으나 거부반응으로 한달만에 이식된 장기를 제거해야 했다. 이후 순수기증자가 나타나 수술을 준비했지만 지속적으로 교차반응 양성이 나와 보류됐다. 세 번째 기증자와도 마찬가지였다. 이 교수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면역치료 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고 지금은 환자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어떤 경우라도 치료에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히 이식 대기자 수에 비해 이식 가능한 장기 수가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한국장기기증원(KODA)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식대기 사망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1년 1086명으로 10년 간 3~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누계 장기기증 희망자 수는 20배나 증가했지만 당장 이식할 수 있는 장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신장이식을 받는 사람은 대개 40대 후반으로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나이다. 때문에 투석을 위해 1회에 4시간씩 주 3회 병원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국가에서 이들 환자를 위해 많이 배려해주고 있지만 제대로된 직장생활이 힘들다는 점에서 개인적 사회적 부담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이식을 하면 병이 발생하기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이 교수는 "장기이식은 인생에 반전을 가져다 준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환자 상태를 드라마틱하게 개선시킨다"면서 "이식이 최선의 치료 방법인 만큼 뇌사자 장기를 잘 구득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힘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뇌사자 장기가 새로운 삶을 사는데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경희의료원 안팎으로 장기기증 알리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2010년 실시된 장기기증캠페인에서 이 교수는 직접 서약서에 서명했고, 원내외 총 500여명의 서약을 받는데 성공했다.

뇌사자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이식을 할 수 없는 지역 거점 내 동문병원을 돌며 장기기증과 이식 활성화에 대한 홍보활동도 펼치고 있다. 최근 센터 의료진과 여러 병원을 방문해 강의와 질의시간을 가졌고 지원을 약속받았다. 센터 내 환자와 보호자, 직원을 위한 휴게 공간을 마련해 편안한 마음으로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 교수는 "홍보활동을 하고 얼마 뒤 동문병원 연락을 받고 장기 구득을 위해 다녀온 적이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니 이제 빛이 좀 보이는 것 같다"고 뿌듯함을 전했다.

그는 "만성 콩팥병은 총 5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3단계 이전에 발견되면 진행을 지연시키면서 치료할 수 있지만 이를 넘으면 결국 속도의 문제지 점차 나빠진다"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뇌사자 이식 등록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고민수 기자 msko@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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