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저위험군 환자에서 스타틴 조기 치료를 권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뾰족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임상적인 측면에서 이익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기간 연구가 없고, 특정 환자군이 아닌 전체 인구 집단에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중보건학적인 측면에서의 이익도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림의대 최성훈 교수(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는 “저위험군에서 스타틴 사용 시 이익은 있지만 고위험군에 비해 아주 크진 않아 비용 대비 효과도 고려해보자는 것이 현재까지의 컨센서스”라면서 “어떤 연구를 선별해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찬반 논란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의사로서 개인적으로 저위험군에서의 스타틴 사용을 지지한다는 최 교수는 “절대적인 감소치만 따졌을 때 그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로만 미뤄봤을 때 심혈관 또는 뇌혈관질환에 대한 스타틴의 혜택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5월 Lancet에 발표된 논문(2012;380:581-590)은 매우 흥미로운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22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것으로 대상자 수가 13만4537명으로 최근 연구 중 가장 대규모다.

평균 4.8년 추적 관찰했을 때 스타틴 복용을 통한 LDL 콜레스테롤 감소는 주요혈관사건 위험을 21%, 뇌졸중 15%, 관상동맥 혈관재생술 24%, 주요 관상동맥 사건을24%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특히 베이스라인에서 5년 주요혈관사건(MVE) 위험이 10% 미만인 저위험군 환자에서의 효과가 평균치나 고위험군에 비해 더 뛰어난 점에 주목했다. MVE 위험이 5% 이상 10% 미만인 저위험군에서 스타틴 복용은 주요혈관사건 위험을 31%, 뇌졸중 23%, 관상동맥 혈관재생술 27%, 주요 관상동맥사건을 39%나 감소시켰다. MVE가 5% 미만으로 위험이 아주 낮은 환자군에서는 각각 38%, 26%, 48%, 43%로 감소 효과가 더 컸다.

스타틴 사용이 근육병증이나 당뇨병, 암 발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고, 출혈성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 또한 적었다. 연구팀은 부작용은 스타틴 치료를 통한 절대적 혜택보다 50배 이상 낮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일반적으로 스타틴의 2차예방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연구에서는 병의 위험도가 아주 높은 사람보다 낮은 사람에서 효과가 좋았다”면서 “또 스타틴을 5년 이상 복용했을 때 1000명 중 심혈관사건이나 사망은 10~11명 줄이고, 합병증은 0.5 미만에서 나타나 저울은 이득이 있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접적인 연구가 아니라 기존의 데이터를 메타분석한 자료라는 한계가 있고, 저위험군 환자에서 최장 10년간 관찰한 연구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덧붙였다.

저위험군의 스타틴 조기 치료에 반박하는 그룹에서 가장 많이 꼽는 근거는 효과는 있지만 경미하다는 점과 비용 대비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저위험군에서 스타틴 조기 치료를 권고할 경우 60세 미만 남성 중 60%, 여성 중 50%가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틴 조기치료를 통한 혜택이 1000명 중 10명 가량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60세 미만 인구의 절반 이상에게 약을 복용토록 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피해가기 어렵다.

최 교수는 “비용 대비 효과를 모두 고려해 연구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면서 “역학 자료를 보면 MVE 위험이 10% 미만인 저위험군 환자에서도 절반 가까이에서 심혈관사건이 발생하는데, 이를 현재의 원칙대로 방치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저위험군이라고 하더라도 연관된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스타틴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며 대안으로 제네릭 약물과 개별화된 접근을 꼽았다. 최근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 스타틴 제네릭 제품을 사용할 경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환자의 특성에 따라 달리 접근한다면 더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심혈관 위험 조기 관리를 통한 유산 효과(legacy effect)의 혜택 가능성도 제시했다. 심바스타틴을 이용한 연구에서 5년간 약물을 복용토록 하고, 이후 5년간 관찰했을 때 스타틴 사용 효과는 여전히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초반에 잠재워 놓으면 그 효과는 오래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론적으로나 메타분석 결과로나 스타틴 조기 치료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기는 불가능하지만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라며 “중간 이상 위험군을 더 잘 치료하는게 좋다는 생각이 많기 때문에 아직 상대적으로 저위험군에 대한 자원 투입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 선별을 어떻게 하든 스타틴 조기 치료가 일반 사망과 심뇌혈관 사망을 줄인다는 것에는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면서 “의사 입장에서는 위험인자가 낮아도 향후 발전할 수 있는 위험을 따져 조기 치료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하고 국가나 정책적 차원에서의 접근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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