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브린산유도체는 현재 사용 중인 약물 가운데 중성지방(TG) 저하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에 따르면, TG를 20~50%까지 낮추며 HDL 콜레스톨(HDL-C)도 10~15% 정도 증가시킨다. 특히 TG가 높고 HDL-C가 낮은 경우에 더 효과적이다. 2011년 발표된 유럽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은 피브레이트가 TG를 50%까지 낮추고 HDL-C는 10~15%까지 높인다며 고중성지방혈증(Class I)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Class IIb)의 약물치료에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피브레이트의 지질조절 효과와 안전성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받아 왔다. 하지만, 이러한 지질조절 효과가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의 컨센서스가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다. 다만, TG가 높고 HDL-C가 낮은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또는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일관된 심혈관사건 감소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FIELD
피브레이트 단독 또는 스타틴에 더해지는 병용요법의 임상혜택을 검증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는 HHS, VA-HIT, BIP, FIELD, ACCORD-Lipid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연구는 FIELD와 ACCORD-Lipid라 할 수 있다.

FIELD(Lancet 2005;366:1849-1861) 연구는 등록시점에서 스타틴 치료를 받지 않았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와 위약의 관상동맥사건 감소효과를 비교·평가했다. 전반적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 그룹의 관상동맥사건 빈도가 5.2% 대 5.9%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 하지만, 세부분석에서 피브레이트는 위약에 비해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관상동맥 재형성술 위험을 통계적으로 낮추면서 전체 심혈관사건 빈도를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또한 알부민뇨나 망막증 등 당뇨병 환자의 미세혈관질환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 새롭게 조명됐다. 2012년 발표된 FIELD 연구에 대한 하위분석에서는 만성신장질환과 당뇨병을 동반한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페노피브레이트가 위약군에 비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Diabetes Care 2012:35:218-225). 전문가들은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서 나타나는 고TG와 저HDL-C의 특성을 피브레이트가 효과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ACCORD-Lipid
ACCORD-Lipid(NEJM 2010;362:1563-1574) 연구는 피브레이트의 지질인자 표적치료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관심을 끌었다. 역시 전반적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심바스타틴으로 치료받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페노피브레이트와 위약군으로 나눠 치료·관찰한 결과, 심혈관사건 발생빈도가 10.52%(연간 2.2%) 대 11.26%(연간 2.4%)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특정 하위그룹의 결과에 주목했다. TG가 200mg/dL를 초과하고 HDL-C는 35mg/dL 미만으로 낮은 하위그룹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피브레이트 병용군의 심혈관사건 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했다. 통계적 유의성의 기준인 P값이 0.03으로 피브레이트의 추가적인 임상혜택에 유의성을 부여할 수 있는 수치였다. 한편 2010년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피브레이트를 통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13%까지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같은 효과는 TG 수치가 200mg/dL 이상으로 높은 환자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고됐다(Lancet 2010;375;1875-1884).이상돈 기자







이상준
푸른미래내과 원장


증례 해설

제2형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은 심혈관질환 발생의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당뇨병 자체의 병태 및 인슐린 저항성에 의한 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염증인자 등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해 NCEP/ATP III는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ow-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LDL-C) 수치를 100mg/dL 이하로 감소시킬 것을 권고했고, 초고위험군에 대해서는 LDL-C 80mg/dL 이하를 목표로 삼아야 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LDL-C를 감소시키는 statin 약물의 우수한 효과가 증명됐다.

그러나 제2형 당뇨병이 있는 경우 인슐린 저항성과 연관된 대사증후군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잔존 위험으로 인해 statin 치료에 의한 심혈관질환의 감소율은 30-40% 정도에 그쳤다. 이는 제2형 당뇨병에 동반된 이상지질혈증의 경우 LDL-C 대사장애라기보다는 중성지방이 풍부한 VLDL이 간에서 과도하게 분비되고 말초에서의 사용은 지연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중성지방의 증가와 HDL-C의 감소를 동반하는 지질 대사장애가 많기 때문이다. NCEP/ATP III 권고안에 따르면, 증가된 중성지방과 감소된 HDL-C가 혈관의 죽상경화성 변화의 강력한 위험 예측인자라고 언급했다.

Statin의 심혈관질환 예방 및 진행 억제 효과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는데, 대표적인 연구로 CARDS, 4S, LIPID, CARE 연구 등이 있다. 반면 최근 들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는 fenofibrate를 이용한 심혈관질환 발생에 관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micronized fenofibrate (Lipidil®)를 이용한 Fenofibrate Intervention and Event Lowering in Diabetes (FIELD) 연구결과, fenofibrate가 관상동맥질환의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데는 실패한 듯 했으나 2차결과 분석에서 미세혈관 합병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또한 fenofibrate와 simvastatin을 이용한 Action to Control Cardiovascular Risk in Diabetes (ACCORD) 연구에서도 fenofibrate가 미세혈관 합병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들 연구에 의하면 제2형 당뇨병 환자 가운데 특히 대사증후군이 동반된 형태인 중성지방 수치가 높고, HDL-C 수치가 낮은 환자군에서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현저했다.

이는 fenofibrate가 가진 몇 가지의 주된 효능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로 fenofibrate는 간에서 VLDL 분비 감소와 말초 lipoprotein lipase의 활성을 증가시켜 VLDL 사용이 증가하므로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다음으로 fenofibrate는 HDL-C 수치를 증가시킨다. 또한 LDL 입자의 농도를 감소시켜 small LDL 입자가 large LDL 입자로 전환되도록 한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이상에서 소개한 몇몇의 임상연구와 fenofibrate가 가진 효능을 바탕으로 볼 때 fenofibrate는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및 미세혈관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론
심혈관질환 발생의 주요 원인인 제2형 당뇨병에 대사증후군의 특징인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돼 있을 경우 fenofibrate (LIpidil®) 단독요법이나 statin과의 병용요법이 이를 억제하는 데 효용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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