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기업과 상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구중심병원의 조기정착을 위해서 병원, 그리고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판교테크노밸리 주최, 경기과학기술진흥원과 한국바이오협회 후원으로 17일 코리아바이오파크 대강당에서 열린 ‘병원과 바이오기업의 협력을 논하다’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연구중심병원을 준비하면서 병원과 기업의 개방형 플랫폼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성공했지만, 앞으로의 동방성장 전략이 최대 관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패널토론에 나선 삼정 KPMG 김준철 상무는 병원과 기업의 우수한 인력 양성, 운영체제 구축과 네트워킹, 산업화 역량 등을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단기간 클러스터의 사례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산업이 성장할만한 기회를 찾아야 할 시기지만, 아직 전세계로 진출하기에는 장기적인 안목의 연구 기획과 기업의 투명성이 부족하다.

김 상무는 “현재는 한국 헬스케어 시장의 버블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상당한 자본이 투입되려는 조짐이 있지만,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할만한 기업이 없다. 그만큼 기업환경이 위험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으며, 고객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조언했다.

산업계는 의료현장을 이해해야 하고, 의료계는 산업계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문제해결부터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기업 연구진이 가진 아이디어가 최고라고 말하지만, 의료진의 입장에선 여러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한 일이 많다.

베스티안병원 손태식 이사는 “아직 정확한 콘셉트를 가진 병원, 기업이 부족하다. 병원과 기업이 상생하려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기계적으로 만들고 생산하는 시스템이 아닌, 자발적이고 의미있는 환경에 놓이도록 만들어 나가야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 바이오나노과 김성수 팀장은 현재 안개처럼 보이는 상황이 변화의 흐름이라며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김 팀장은 “10년 전 차세대 성장동력이란 단어가 띄워질 때는 다학제적 연구가 생소하고 의료진 중에서도 연구에 관심있는 사람은 마치 정신나간 사람이라는 인식마저 있었다”며 “정부 주도 하에 연구 활성화가 잘되는 병원도, 그렇지 않은 병원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밝혔다.

현재 1단계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상황에서 병원과 기업에서의 상생모델이 충분히 나올 수 있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부도 기존 대기업 중심의 사업 투자가 아닌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기초연구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

병원, "정부 의지, 긴 호흡" 필요성 제기

병원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수익에 좇기지 않는 긴호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삼성서울병원 대외협력실장인 방사익 교수(BMCC센터장)는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생태계 조성을 위해 해볼 수 있는 일이 많다.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로선 각종 규제, 특히 리베이트라는 규제에 막혀 병원이 연관 기업과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수익모델, 산업화모델도 아직 부족하다. 서울아산병원 선도형암연구사업단 김봉철 사무국장은 “병원은 수익이 있어야 연구가 선순환될 수 있다.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빡빡한 일정으로 진료를 해야 하고 효율을 강조하다 보면 창의력이 부족할 수 있다. 수익모델, 산업화모델이 분명히 제시돼 좇기지 않는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런던의 연구중심병원 사례를 보면,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고 우연히 도출된 성과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마치 주객전도된 상황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연구에 투자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한국형 협력모델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병원, 의료진 혼자 할 수도 없는 일. 국립암센터대학원 김인후 원장은 “환자 진료에 치중한 병원에서 연구 데이터를 쌓아놓고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연구진 자체가 연구 데이터에 대한 장점을 볼 수 있는 혜안과 권한이 있어야 한다”며 “은퇴한 과학자, 교수 등을 활용해 지식을 전달하고 해석하는 별도 인력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덧붙였다.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정기택 교수는 “연구자 주도 임상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연구중심병원을 통해 대학, 기업과 융합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를 갖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제 시작이며 분위기는 고무돼 있는 만큼, 앞으로 병원이 해볼 수 있는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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