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중 절반 이상은 자신이 간염 항체를 가지고 있는지, 또는 간염 예방 접종을 받은 적 있는지 여부를 몰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간학회와 한국간재단이 16일 제14회 간의 날을 맞아 기념식과 토론회를 열고 건강한 간을 위한 5가지 수칙을 공개했다.

대한간학회 김창민 이사장(국립암센터 간암센터)은 "한국인의 조기 사망 원인 중 간경변증은 1990년대 4위에서 2010년대 7위, 간암은 같은 시기 6위에서 4위로 순서 상 변화는 있지만 여전히 10위 안에 머물고 있다"면서 "간경변증과 간암 등을 합한 간질환의 조기 사망 위험은 거의 뇌졸중과 비슷한 정도지만 그만큼 부각되지 않아 아쉽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두 기관은 △간염 검사와 예방접종하기 △수로가 불필요한 약 삼가기 △음식은 골고루, 현명하게 먹기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최소 30분은 운동하기 △간질환 환자는 적어도 6개월마다 검진하기 등 5가지를 당부했다. 이는 일상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면서도 간질환 극복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양의대 전대원 교수는 "A형간염은 아직 우리나라 급성 간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고, B형간염과 C형간염은 대표적인 만성간질환이지만 이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학회가 4~5월 일반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 가량은 자신이 A형간염 항체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나 예방접종 여부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형 감염은 예방접종 2회만으로도 항체 생성률이 94~100%나 되고, 모든 어린이에게 접종했을 때 사회적 편익은 15배까지 높아질 수 있지만 2회 모두 접종한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B형간염도 마찬가지다. 일반인 중 45%는 B형간염 항원 여부를 검사한 경험이 없거나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고, 본인이 항원을 가지고 응답한 대상자 비율은 지나치게 높아 제대로 알고 있는 비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 교수는 "1980년대 B형간염 유병률은 8.6%였지만 최근 3%까지 낮아졌다. 특히 10대 유병률이 14.2%에서 0.1%까지 떨어진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 "이는 1980년대 중반 간염퇴치 운동으로 적극적으로 예방접종을 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이 낮아 이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전염 경로가 수직감염에서 수평감염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성인과 청소년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간은 웬만한 손상에는 외부로 증상을 보이지 않는데, 일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으로 악화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예방과 더불어 간암 조기 발견을 위해 간 질환 환자는 적어도 6개월마다 검진할 것이 권고됐다.

전 교수는 "간암은 우리나라 암 관련 사망률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간암 치료 성적이 다른 암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과도 연관성 있다"면서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적이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에 주기적인 간암 검사는 생존율을 37%나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간암 검진 수검율은 21%로 5대 암종 가운데 가장 낮아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전 교수는 "간암에 대한 일반인 인식 조사에서 절반 이상은 피검사만으로도 간암 검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초음파 처럼 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홍보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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