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이탈리아를 떠들썩하게했던 스태미나재단의 줄기세포치료 대국민 사기극이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 보건부 Beatrice Lorenzin 장관은 최근 "스태미나재단의 줄기세포치료는 비과학적"이라는 과학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치료를 중단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스태미나재단은 심리학자인 Davide Vannoni가 세운 줄기세포치료 시설로 그동안 환자의 골수에서 세포를 추출해 '특허 출원으로 인해 공개할 수 없는' 방법으로 실험실에서 조작을 거친 뒤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방식으로 난치성 질환, 중증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줄기세포치료만이 유일한 희망으로 남은 환자들이 주 대상이었고, 2007년부터 80명 이상을 치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결과는 전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번 중단 결정은 지난해 8월 안전성 이유로 보건당국이 한차례 실험실을 폐쇄했을 때 이미 예견된 결론이다.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이탈리아 의학청 Luca Pani 청장은 스태미나재단 실험실의 줄기세포 조작 과정에서 오염을 막을 수 없고, 심지어 실험실 내에 정식 방법론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환자 가족들은 보건당국에 거세게 항의하며 로비를 펼쳤고, 5월 이탈리아 의회를 줄기세포 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보다 앞선 3월 이탈리아 정부는 이 가짜 치료에 대한 임상시험을 계속할 수 있도록 300만 유로(한화 약 43억4853만원)를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에 과학계는 분노했고 영국 과학잡지 Nature는 7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 Vannoni가 자신의 치료방법의 근거가 됐다고 주장하는 2010년 특허권 지원서에 사용된 이미지가 조작됐음을 밝혀냈다. 8월 이탈리아 보건부는 과학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스태미나재단의 의료행위를 평가하도록 했고 1개월 뒤 위원회는 '비과학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특허 자료도 가짜로 들통

스태미나재단의 치료법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논문은 한 건도 제시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내에서 Vannoni는 대중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정부가 지원하기로 약속한 임상시험에는 파킨슨질환과 같은 퇴행성질환 환자와 코마상태 환자까지 100명 이상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절반 가량은 소아 환자였다.

Vannoni가 대중적 지지를 얻게 된데는 '줄기세포치료'라는 미지의 분야에서 오는 호기심과 '미국 특허청에 특허권을 신청했다'는 담보가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특허가 치료의 효과성이나 안전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충분히 그럴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Vannoni의 치료법은 특허 출원 조건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대중을 두 번 우롱했다.

Nature가 단독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Vannoni가 2010년 특허권 지원서에 사용한 이미지는 해당 치료법과 전혀 관계없는, 2003년 우크라이나 카르코프국립의대 Elena Schegelskaya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 이미지와 동일했다.

Vannoni 특허에서 치료의 근거로 삼고 있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골수세포는 뼈와 피부, 연골세포로만 분화되는데 Vannoni는 이를 다른 형태의 세포로 전환하도록 강제해 손상된 조직을 되살리고 염증을 줄이며 혈관이 자라도록 촉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밀라노대학의 줄기세포 연구자인 Elena Cattaneo는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아무도 골수세포가 신경세포로 전환된다는 것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특허청은 "방법론이 비효율적이며 세부사항을 보여주지 않았고, 특허권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짧은 시간 안에 분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면서 "또 배양을 통해 만들어진 신경세포처럼 보이는 세포의 모습이 세포 독성 변화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며 판단을 거부했다.

지난 6월 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정부 지원 임상시험도 방법론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수차례 지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Vannoni 치료법의 실체는 더욱 안개 속으로 묻혀졌다.

그리고 이번 보건부 결정으로 크나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Vannoni는 굴하지 않았다. 그는 보건부 장관의 중단 발표 즉시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스태미나재단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메데스티사(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하고 있는 제약사)를 통해 앞으로 Vannoni 치료를 중국에서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막을 내린 줄기세포치료 사기극이 중국에서 제2막을 시작할지 다시 과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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