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학회를 통해 초음파 기기의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초음파 급여화 논란과 관계없이 기술은 끊임없이 진일보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메디슨은 최근 세계 산부인과초음파학회에서 프리미엄급 초음파 진단기기 UGEO WS80A 등을 선보였다. 회사측은 “태아를 실제와 같은 모습으로 표현하는 기존 'FRV (Feto Realistic View)‘ 영상을 더욱 빠르게 구현하며, 태아 목덜미 투명대(NT)의 두께를 측정하는 이미지를 현실감있게 표현하는 '5D NT‘를 탑재해 임신 초기에 다운 증후군의 가능성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개발 전 단계부터 회자됐던'5D'를 접목한 것으로 3D 스마트 TV에 입체 영상으로 표현, 진단 과정에 새로운 임상적 가치를 제공하고 산모에게는 태어날 아이를 미리 만나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고 소개했다.

조수인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는 “삼성메디슨 초음파 기술의 오랜 노하우와 삼성전자의 첨단 IT기술을 융합해 고객에게 최고의 진단 경험을 제공할 첫 프리미엄 제품인 UGEO WS80A가 전세계 산부인과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됐다”고 의의를 밝혔다.

필립스전자는 차세대 프리미엄 초음파 시스템 EPIQ을 국내 출시했다. 3D파노라마 기능이 탑재돼 간과 같은 큰 부피의 장기를 한 초음파 화면에 담아낼 수 있고, 실시간 3D 영상으로 정확한 임상 평가가 가능한 장점을 내세웠다.

또한 기존 장비 대비 30% 단축된 검사시간을 자랑하고, 침투력과 시간 해상도가 각각 76%, 213%까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보조배터리가 있어 전력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원을 켠 채로 이동할 수 있으며, 104.3kg의 가볍고 기동성있는 카트형으로 이동이 쉽다.

필립스 초음파사업부 총괄 수석부사장 콘래드 스미츠(Conrad Smits)는 “프리미엄 초음파 시스템 분야의 전통적인 강자로서 필립스의 최첨단 기술은 여러 임상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며 “그중 EPIQ은 가장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스템으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며 진단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도시바는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개원의용 초음파 신제품 ‘Xario 200'을 출시했다. 초음파 급여화 정책에 발맞춰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것.

기존 하이엔드에서 제공하던 진단 소프트웨어를 모두 적용해 진단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가격 경쟁력에 주안점을 뒀다. 대학병원급 이외에 일반 개원의들도 초음파를 활용하면서 진단의 정확성을 한층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 한국법인 초음파사업부 박용석 이사는 “그간 도시바 초음파 기술력이 인정받았음에도 불구, 프리미엄, 하이엔드 장비 중심으로 핵심 기술들이 적용돼 개원의에는 접근이 쉽지 않았다”며“ ”개원의들도 초음파 기술력을 용이하게 활용하고, 진단 기술 향상 및 수익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CT, MRI 대체할만한 초음파 기술, 우리나라는 역행?

이처럼 초음파는 계속적으로 진화 중이며, 업체들은 CT, MRI를 대체할 만한 진단기기로도 보고 있다. 그러나 급여화와 함께 한정된 수가에 묶이면서 새로운 기술 진화를 더디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가득하다.

대한영상의학회 오주형 총무이사는 “전문학회로서는 초음파 급여화의 진행과정을 면밀히 알 수 없으며 관행수가 50%도 일부 행위일 뿐, 행위별 수가 편차가 커지다 보니 50%조차 기대하기 힘든 초음파검사가 있다”고 호소했다.

복지부가 추후 현장에 맞춘 정책을 재논의하겠다고 했지만, 반영 여부는 미지수다. 산정기준에서도 의사가 일일이 검사를 해야 하는 초음파는 CT, MRI와의 기준이 다르기 마련이지만, 그저 일률적인 잣대로 행위 분류를 단순화시킨 아쉬움이 매우 크다.

아예 초음파 대신 CT, MRI 검사를 유도하는 병원이 생길 조짐도 보이고 있다. A대학병원 교수는 “초음파 급여화가 산정횟수를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어 사실 상 환자들에 혜택을 많이 돌아가진 않는다”라며 “특히 초음파는 의사들이 실시간으로 진단을 해야 하고, 숙련도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만큼 그 시간에 다른 진단 장비로 대체하라는 병원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마저도 MRI급여화가 진행되고 중복검사 금지 등의 법안이 마련되면 불가능한 이야기가 된다. B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X-ray와 초음파 기술이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진단이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라며 “적절하지 않은 초음파 수가로 기술 발전을 막아 다른 장비로 검사를 유도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의료비용을 상승시키는 주범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제대로된 수가를 인정하면 새로운 기술 발전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검사로 흐르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지 않게 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추후에 각종 고가장비까지 급여화시킨다면,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전세계적인 추세가 초음파로 각종 진단은 물론 치료까지 나서는 상황이지만, 수가에 좇긴 우리나라의 초음파 기술은 퇴보할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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