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CC 2013, 아시아에서 BRCA 연구 현황과 방향 논의

1994년 미국 유타대 Yoshio Miki 교수팀은 Science에 유방암과 난소암에 민감한 유전자로 BRCA1를, 이듬해 영국 암연구소 Richard Wooster 박사팀은 Nature에 BRCA2를 처음 소개해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로부터 20여년 뒤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이 BRCA1 유전자 변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는 칼럼을 뉴욕타임즈에 기고하면서 BRCA는 다시 한번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국내에서도 유방암 유전자 검사와 예방적 수술이 사회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각 병원마다 이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

10~13일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세계유방암학술대회(GBCC)에서도 BRCA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BRCA가 처음 발견된 뒤 수많은 생물학적, 역학적, 임상적 연구가 수행됐지만 대부분 코카시안(Caucasians)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아시아에서는 상당히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GBCC 2013 홍보위원장을 맡은 서울의대 김성원 교수는 "아시아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BRCA가 건강보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드물고 생명윤리가 법률 보호를 받는 지역이 적다"면서 "아시아인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정보를 공유하고 유전성 유방암 관련 진료와 연구를 발전시키고자 이번 대회에서 세션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내에서도 인종 따라 변이 달라

전체 유방암 중 5~10%는 유전적 소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CA 변이 발생률은 연구마다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는데 전체 유방암 환자에서는 3~8%,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서는 15~20% 가량이다.

BRCA 변이 보유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40세 미만에 유방암이 발생한 경우 △양측유방암 △유방암 환자 본인에게 난소암이 동반된 경우 △남성 유방암 △삼중음성유방암(특히 BRCA1)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이는 다시 말해 유방암 고위험군이 BRCA 변이를 많이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메타분석에서 70세 이전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 위험은 BRCA1 변이 보유자는 각각 57%, 40%였고, BRCA2는 49%, 18%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를 더 단순하게 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개척자 돌연변이(founder mutaion)을 찾는 것과 BRCA 변이 보유자를 위한 집중적 검사와 예방적 절제술과 같은 개별화된 관리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후향적 연구에서 예방적 절제술의 효과를 관찰했는데, 예방적 유방 절제술은 유방암 위험을 90%, 예방적 난소 절제술은 난소암과 유방암 위험을 각각 95%, 50%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자료가 대다수 코카시안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이다.

홍콩대학 Ava Kwong 교수는 "유방암 유병률은 코카시안에 비해 아시아인에서 낮지만 발병 연령은 아시아 인구에서 눈에 띄게 낮다"면서 "BRCA 변이 스펙트럼은 지리적 기원나 인구, 민족적 차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아직 주로 센터나 국가 기반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유전자 검사도 연구 목적으로 시행되거나 정부로부터의 지원이 적다"고 지적했다.

Kwong 교수가 아시아 지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분석했을 때 현재 아시아에서 BRCA 변이 유병률은 3~30%였고, 발견된 BRCA1 변이 중 40%, BRCA2 55%는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것이었으며, 37.2%는 아시아인에게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또 아시아에서 보고된 BRCA 변이 중 BRCA1 중 15%, BRCA2 중 14%가 복수 국가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홍콩과 말레이시아 간 유사성은 높은 반면 한국은 떨어지는 편으로 아시아 안에서도 인종별로 달라짐을 보여줬다. 아시아인 코호트에서는 BRCA2 변이가 더 흔히 나타난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됏다.


아시아에서 암은 아직 '낙인'

싱가포르국립대 Philip Iau 교수는 아시아인들은 적극적으로 유전 상담을 받지 않고 상담 후에도 검사를 받거나 예방적 절제술을 받는 비율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시아인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 인들은 왜 유전자 검사를 꺼려하고, 덜 개방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고 있는 아시아인 대상 연구 결과에서 찾았다. 이미 미국식 문화에 익숙해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 연구에서 아시아인들은 여전히 검사 결과를 가족, 특히 배우자에게 거의 전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고, 가까운 친척에게 BRCA 변이가 발견됐다고 해서 본인도 검사를 받는 비율은 15%미만에 불과했다.

Iau 교수는 "아시아인에게 암은 아직 하나의 '낙인(stigma)'으로 존재하고 있다"면서 "특히 유전성이라는 점에서 환자들은 가족에게 전하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비용 부담 문제도 크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에 대한 비용을 줄이고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잠재적인 보험 차별을 법률고 막는 등 장벽을 낮추는 것 만으로도 고위험군의 유전자 검사를 받는 환자 수가 드라마틱하게 높아졌다는 사례를 볼 때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봤다.

Iau 교수는 "아시아 가족을 대상으로 BRCA 검사를 활성화하려면 관련 법률 제정과 더불어 분자생물학자와 클리닉 간의 파트너쉽이 필요하다"면서 "또 아시아 가족에서는 대개 가장 연장자가 가장으로써 의사 결정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RCC 보유자에 적합한 검사법 평가 필요

BRCA 보유자는 이른 시기에 유방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기 진단과 위험 감소를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일본 쇼와대 Seigo Nakamura 교수는 "아시아인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연령은 40대와 50대 초반으로 미국과 유럽에 비해 10~15세 가량 낮다"면서 "게다가 BRCA 변이 보유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0~15년 빨라 선별검사 방법과 전략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akamura 교수팀이 일본 8개 기관에서 수집된 가족력과 연관성이 높은 유방암 환자 320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BRCA1, 2 보유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발단자(proband) 260명 중 46명(17.7%)은 BRCA1 양성이었고 35명(13.5%)은 BRCA2 양성으로 병리학적 변이율은 총 30.7%였다. BRCA1 관련 유방암 중 75%가 50세 미만에서, 35%가 40세 미만에서 발생했는데, 특히 20대 발생자 대부분이 BRCA1 보유자였다.

Nakamura 교수는 "일본 선별검사 가이드라인에서는 25세 이상 부터 가돌리늄 조영증강 MRI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MRI는 맘모그라피나 초음파보다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용 부담이 크고 시간 소비가 크다는 단점이 있고 긍정오류(false positive)율이 높아 종종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맘모그라피는 젊은 유전자 변이 보유자에선 방서선 쬐는 것이 나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맘모그라피에서 단층영상합성법(Tomosynthesis), 콘트라스트 강화 스펙트럼 유방조영술, 탄성초음파영상과 같은 새로운 기술은 가돌리늄 조영증강 MRI 대비 유효성 입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췌장과 난소 등 기타 장기를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양전자방출유방단층촬영(PEM)도 떠오르고 있지만 특이성이 매우 높은 반면 전문기관에서만 가능하고 비용이 높아 사용 가능한 환자가 적다.

따라서 Nakamura 교수는 "향후 아시아 BRCA 연구 컨소시움인 ABRCA에서 반드시 아시아 여성에게 어떤 방법이 가장 적절한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