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의사 중 79%가 자살 시도자나 자살 사고를 가진 사람 등 자살 위기자를, 95%가 우울증 환자를 진료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가정의학회는 11~13일 서울그랜드힐튼토텔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 및 연수강좌에서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살 예방에 관한 가정의 인식도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대한민국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자살예방 가정의 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261명 중 상당수가 자살 위기자와 우울증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일차의료에서 이들 환자와의 접촉이 많음이 확인됐다. 또 대다수가 "자살 예방을 위한 일차의료의 역할은 중요하나 현재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했으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항우울제 처방제한 등 불합리한 보험제도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 부재 △자살 예방에 대한 일차의료 의사의 관심 부족 등이 꼽혔다.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한 영국 보건복지부 및 OECD 자문의인 정신과 수잔 오코너 박사는 '대한민국 정신건강: OECD 보고서 중 자살과 일차의료' 강연을 통해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 우울증 관리에 대해 지적하며, 국민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차의료의 역할을 확대하고 근거중심의 체계화된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코너 자문관은 한국의 우울증 치료률은 23%로 OECD 평균인 44%와 많은 차이가 나며, 한국에서는 많은 경증, 중등도 우울증 환자가 일차의료의사를 처음 만나게 되지만 일차의료에서의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는데,이는 이번 회원 대상 설문조사의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에 대한가정의학회는 "자살예방 가정의 선언을 통해 가정의의 자살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지속적인 교육과 활동으로 일차의료를 통한 대한민국 자살예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살예방 가정의 선언에서는 자살예방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가정의의 의지와 함께 자살 위험군을 주도적으로 찾아내고 자살 위험을 낮추는 정신건강 진료에 정성을 다하며 자살 고위험 환자를 전문가에게 적절히 의뢰할 것, 자살예방 활동에 지역사회 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사회 건강지킴이로써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학회는 "이번 선언을 통해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국민 곁으로 더욱 다가가는 일차의료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꾸준한 노력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했다.

더불어 학회는 대회 기간 동안 일차의료의 질을 높이고자 가정의학 교과서인 '가정의학' 제4판과 '암경험자와 가족 진료 가이드'를 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학회는 "가정의학 4판에는 새롭게 변화된 의료환경에 발맞춰 암생존자 건강관리, 자살예방 등이 추가됐으며, 각종 권고안을 개정해 최근의 경향을 반영했다"면서 "특히 진료실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임상술기에 대한 내용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암경험자와 가족의 건강관리에 일차의료의가 암전문의와 소통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진료모형(Shared care model) 실현을 위해 암경험자와 가족 진료 가이드를 발간했으며, 이를 통해 암경험자와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는 일차의료의에 의한 건강 문제 평가와 관리에 대한 실제적인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암경험자와 가족 진료가이드에는 가정의학과 의사 23명으로 구성된 집필진과 국내 최고의 암 전문진료 자문단 15명이 참여해 △암경험자 건강관리의 일반적인 원칙 △치료 후 후기 합병증, 흔한 동반 질환, 피로, 통증, 불안과 우울, 불면증과 같은 건강문제 △금연, 절주, 체중관리, 건강식사, 신체활동, 이차암 검진 및 예방접종과 같은 건강증진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담았다.

학회는 "이번에 발간된 교과서와 진료 가이드는 최신 경향과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양질의 일차의료를 국민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학회 노력의 결과다. 일차의료의 질적 향상을 통해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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