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면 근력이나 심폐기능 등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운동을 통해 뇌기능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까?

최근 운동 및 재활치료가 뇌신경계통 기능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에 따라 뇌성마비, 뇌졸중, 파킨슨 병 등 뇌신경계 질환 환자의 경우 적극적이고 다양한 운동과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세의대 조성래 교수(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팀은 운동이나 감각·인지·사회적 자극과 같은 다양한 자극을 주는 환경을 조성한 동물 모델을 통해 이러한 자극이 뇌신경계통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실험에 이용된 모델은 '풍요로운 환경(enriched environment)'이라고 불리는 모델로 장난감이나 터널, 자발적인 운동이 가능한 수레바퀴 등을 설치한 대형 사육장에 12~15마리의 쥐가 생활하도록 한 동물 재활치료 모델이다.

연구팀은 정상 쥐 32마리를 대상으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풍요 환경과 대조 환경을 조성해 2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풍요 환경에서 운동과 여러 자극을 받은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운동능력과 기억능력이 향상되고, 뇌 유전자 발현의 변화가 유도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신경 시냅스 신호전달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은 증가되는 반면 시냅스 전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은 저하돼 결과적으로 시냅스 부위에서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는 소견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집중력 장애 환자나 우울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제의 작용 기전과 같은 효과를 보이는 기전"이라고 설명했다.

또 뇌성마비 모델인 저산소성-허혈성 뇌손상 동물 실험에서도 운동 및 재활치료 환경을 통해 대표적인 운동조절 기관인 뇌 전두엽과 기저핵, 소뇌 부위에서 성장 인자의 발현이 증가됐다.
조 교수는 "뇌성마비 동물 모델(n=30)에서 섬유아세포 성장인자(fibroblast growth factor-2)가 대뇌 운동조절 영역에서 증가됐고, 이러한 성장인자의 발현을 매개로 뇌혈관생성이 증가됐으며, 신경학적 기능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뇌성마비 동물 모델(n=89)에서는 줄기세포 이식 치료 후 운동 및 재활치료를 진행한 경우에 운동기능이 향상됐고, 이식된 줄기세포의 생착율 및 신경세포로의 분화가 증가했으며, 내재성 신경재생도 증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와 운동 치료를 병행할 경우 신경원세포뿐만 아니라 신경교세포가 활성화되고, 섬유아세포 성장인자의 발현이 특징적으로 증가해 결과적으로 신경학적 기능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 동물 모델(n=24)에서는 자기장 뇌자극 치료와 같은 재활 치료를 통해서도 병변 부위에 다양한 신경영양인자 및 혈관성장인자의 발현이 증가됐고,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보호돼 신경학적 기능이 향상되는 소견이 관찰됐다.

이번 실험에 대해 조 교수는 "운동 및 재활치료가 단순히 몸을 튼튼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뇌신경 기능 향상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뇌성마비나 뇌졸중, 파킨슨 병과 같은 뇌신경계 질환 환자에게 적극적이고 다양한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검증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Neurorehabilitation and Neural Repair와 Plos One, Cell Transplantation, Brain Research 등 4개 학술지에 각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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