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 이상 1+2세대 약물 병용요법시 효과 긍정적…선별 연구 필요성 강조

1. 항정신병 약물 병용요법 혜택에 관심
2. 고용량 병용요법 꾸준한 증가세
3. 고용량 치료 부작용 우려 환자 대안으로 사용


병용요법의 효과가 단독요법을 상회하는지는 선뜻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지난해 독일 연구팀이 Acta Psychiatrica Scandinavica에 발표한 연구에서 단독요법군에서는 증상이 유의미하게 호전됐지만 병용요법군에서는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정신병 약물에 벤조디아제핀을 추가하거나 적어도 2개 이상 항정신병 약물을 추가하는 경우 단독요법에 비해 우위성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특정 임상적 상황에서 항정신병 약물 병용요법은 단독요법보다 치료 유지 및 효과 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를 보여준 대표적인 연구로 2009년 Schizophrenia Bulletin 4월호에 발표된 미국 알버트아인슈타인의대 Christoph U. Correll 교수팀의 연구를 꼽을 수 있다.

조현병 환자 1229명이 참여한 19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시작점에서부터 단독 요법을 사용했고 클로자핀과 다른 약물을 병용했거나 1세대 약물과 2세대 약물을 병용한 경우, 연구 기간이 10주 이상으로 길었던 경우엔 병용요법의 효과가 단독요법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세대 약물끼리 병용했거나 단독요법에 실패한 뒤 병용요법을 사용한 환자군에서는 이같은 경향이 관찰되지 않았다.

병용요법의 우수성을 보인 연구는 대부분 중국에서 시행됐고, 이들 연구가 병용요법의 효능을 증가시키기 위해 디자인됐다는 점에서 지역 편향이나 출판 편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대상 환자들이 만성적인 난치성 환자였다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악화가 발생한 조현병 환자에서 병용요법의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수행 기간이 10주 이상이었던 연구 6건 중 4건에서 클로자핀과 설피리드 또는 리스페리돈 병용요법을 비교했다는 점에서 클로자핀 병용여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또 병용요법의 장기간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Correll 교수는 "몇몇 횡단면적 연구, 자연적 연구에서 병용요법이 당뇨병과 심혈관 사망률를 증가시킨다고 보고한 만큼 안전성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그러나 특정 혹은 모든 병용요법이 직접적인 독성 효과, 코호트 효과와 관련성을 가지는지, 선별된 환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병용요법이 단일요법보다 정신적, 신체적인 부작용을 더 많이 일으키는지에 대해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독요법 전환 가능도 고민 필요

더불어 단독요법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환자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미국 콜롬비아대 Susan M. Essock 교수팀이 2011년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7월호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단독요법으로 전환한 뒤 6개월째 여전히 단독요법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는 69%나 됐고, 전환에 실패한 환자도 대다수 원래의 병용요법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이는 2004년 일본 연구와도 일치한다. 게이오대 Suzuki Takehumi 교수팀에 따르면 병용요법에서 단독요법으로 전환한 환자 중 54.5%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고, 22.7%에서는 증상이 개선됐다.

Essock 교수는 "단독요법으로 전환한 뒤 체질량은 줄었지만 증상 관리가 나빠지지 않았고, 입원도 증가하지 않았다"면서 "병용요법 사용자들에게 단독요법을 장려할 수 있는 처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연구를 살폈을 때 병용요법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긴 어렵지만 분명 병용요법을 통한 혜택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동의대 박일호 교수는 "전반적으로 병용요법이 효과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대개 빨리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초반에 사용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이는 고용량 치료가 필요하지만 부작용 우려가 있는 환자에서 대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사용하라는 것은 아니며 사용할 수 있는 경우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클로자핀 등의 약물 단독요법으로는 반응이 전혀 없거나 약하게 나타나는 경우, 내성이 낮은 환자에서 고용량 치료가 필요한 경우, 효과적인 용량에서 특정 부작용에 민감도가 높거나 내성이 낮은 환자에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병용요법이 필요한 환자군을 선별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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