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아청법 등 각종 법률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계가 앞으로도 의료법 개정에 관심을 갖고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분증법, 독립 한의약법, 의료기사법 등 사전에 반대해서 막은 법안이 있는가 하면 잘 모르고 지나치고 있던 법안이 어느 날 갑자기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우선 '사모님' 사건 이후 진단서 기재와 관련한 규제가 심해질 수 있다.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 소송이 줄을 이을 수도 있고, 여기서 진단서를 끊어준 의사가 본의아닌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병원에서는 진단서 작성과 발급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 허위진단으로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원칙적으로 진단서 보존기한인 3년이 지난 다음 진단서를 재발급하거나 타병원의 진단 내용 발급을 요구한다면 들어주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입법으로 진단서 발급 의무화에 대한 규정을 담아 주목된다. 법안은 “환자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본인에 관한 기록 열람 또는 사본 발급 등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고,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다.

진료거부 금지법처럼 어떤 명목이 있더라도 병원이 진단서 발급 자체를 거부하면 안된다는 취지로 현재 계류 중이다.

전자의무기록 수정도 보다 엄격해질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재철 의원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전자의무기록을 수정 또는 추가하는 경우 관련 접속기록 자료와 변경내용을 별도로 작성, 보관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 또는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변조,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의무기록은 수정·추가하더라도 이전의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해석했다.

심 의원은 “전자의무기록을 수정·추가하게 되면 기록을 남게 하는 것은 의료인 및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며 “의료정보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환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자의무기록 관련 접속기록 자료와 변경내용의 작성·보관의 의무화는 꼭 필요하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1달 이내 CT, MRI 등 재촬영을 금지하는 법안도 계류돼 있다. 고가장비 사용 억제를 위한 연구용역 도출안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무리없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진료와 검사 정보 교류, 공유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 계획까지 갖고 있는 만큼, 병원이 검진 수익으로 버티는 날도 머지 않았다는 신호로 감지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 의원은 지난 9월 CT, MRI 등 의료영상기기 촬영시 기존의 의료영상 확인하고 재촬영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CT MRI의 재촬영은 연간 10만명으로 추산되고, 이로 인해 약 152억원의 비용이 더 소요된다는 것이 법안 발의의 이유다.

최 의원은 “한번 찍을 때 평균 13~28만원이나 청구되는 고가의 CT MRI촬영은 많이 할수록 정확한 진단을 통해 오진율을 낮출 수 있지만, 고가의 의료장비이기 때문에 찍을 때마다 병원수익에 도움이 되는데 환자는 병원측이 재촬영을 요청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이미 촬영한 의료영상기록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 의원은 비급여 가격할인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등 교통수단 내부와 인터넷 홈페이지의 의료광고도 사전심의 대상으로 포함하고, 의료광고에서 가격할인이나 무료상담 등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재 사전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일부 광고 수단을 통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광고규제가 더욱 엄격해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현행 법상으로 비급여 가격할인에 대해서는 대체로 허용하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지만 아예 의료법으로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수술 등 의료행위 전에 의사가 반드시 환자에게 부작용 등을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도 나와있다. 최근들어 ‘설명 부주의’로 인해 의료분쟁 소송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법 통과와 상관없이 더욱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국회 복지위 김성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이 환자에게 수술 등 인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진료와 관계되는 중요사항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미리 설명하도록 규정했다. '진료과정에서 과실이 없더라도 만약 의사가 합병증 위험, 부작용 등을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을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을 참고해 마련된 것이다.

김 의원은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환자에게 요양방법과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만 지도하도록 했을 뿐,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설명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개정을 통해 환자 안전과 선택권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의료법만이 아니다. 안전행정부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2주년을 맞아 발표한 향후 개선방안에서 과징금 최대 5억, CEO 징계처벌 등의 내용을 반영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법 위반 기관·기업에 대한 행정처분 결과를 공표하고, 주민번호를 유출한 기업에 대해 내년 8월부터 과징금 부과(최고 5억) 및 CEO 징계권고제를 시행한다.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업이 여전히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않는 경우가 있고, 일부 사업체는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요구해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이미 규제에 묶여 있는 의료계가 각종 규제로 갈수록 더욱 옥죄기만 당하고 있다. 진료하고 환자 보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법과 제도에 대한 관심까지 가져야하는 상황이며, 진료에 유리한 법안은 만들어지지 않아 불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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