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여파가 미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기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되고 있지만 밀려있는 업무를 뒤로 한채 이미 강제로 일시적인 실업자 신세가 된 공무원들의 불만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정부기관에 소속된 연구자들도 마찬가지 신세다. 연구실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소수의 당번 사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택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받았다. 전화는 물론 이메일 사용도 불가능해 연구실에 남아있는다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예 홈페이지를 모두 닫아버렸고,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NSF)은 모든 연구 지원을 중단했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본원을 두고 있는 NIH는 전체 직원 1만8646명 중 73%가 즉시 휴가 조치를 받거나 퇴사를 강요받았다. 새로운 임상연구에 대한 지원은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에 대한 지원도 끊겨,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된 환자라도 당분간은 연구 참여가 불가능하다. 다만 NIH 시설과 동물실험실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 현재 남아있다.

식품의약국(FDA)은 그나마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약물 리뷰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의 75% 가량을 제약회사가 부담하는 관계로 직원 중 45%만 일시 해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 안전성 평가나 약물 제조사 정기 사찰 기능은 대부분 멈춰있다. 셧다운이 약물 검토 기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다.

질병관리예방센터(CDC)는 당분간 아웃브레이크 조사와 같이 공중보건을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만 계속할 예정이다.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모든 업무는 중단되며, 기타 다른 감염질환에 대한 조사 업무도 대폭 축소된다.

임산부와 영유아를 위한 정부 프로그램인 WIC도 셧다운 영향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미국소아과학회 Thomas McInerny 회장은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와 가족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서 "서비스 지연은 대상자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고 이 영향은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셧다운이 건강보험제도 예산안 문제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현재 과학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아이러니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이미 예산 감축이라는 철퇴를 맞은 과학계의 시선은 더욱 싸늘하다. 미국실험생물학회연합회 Jennifer Zeitzer 법제이사는 영국 과학잡지 Nature와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식이면 연구 커뮤니티는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NSF는 직원 2000명 중 98.5%명이 출근하지 못해 사실상 모든 기능이 마비됐다. 남아있는 직원은 남극연구기지와 그린랜드기지를 관리하는 극지프로그램부서원 정도다. 해양대기관리처(NOAA)는 기상서비스 관련 부서와 6개지역 온실가스 모니터링 부서 직원들만 간신히 출근하고 있다.

NOAA에서 소속된 Pieter Tans 박사는 "업무가 밀려 있지만 사무실에서는 컴퓨터는 물론 이메일 접속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셧다운 기간 동안 집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할 판"이라고 근황을 전하며 "향후 몇년간 예산이 불투명해지면서 전원이 사직 처리가 돼버렸는데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우리 프로그램마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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