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도 가감지급 사업 도입...80% 이상 사용시 삭감
 의사 경험따라 달라지는 '암'치료까지 손댄다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심평원 '패소'에도 “손해 없으니 평가 계속”
 의료계 “심평원은 불통,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치중”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행 중인 '적정성 평가'가 오히려 의료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결과에만 치중해 더 확대할 방침이나, 의료계는 과정상 문제로 의료계가 점점 병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내년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올해 약제 적정성 평가 결과를 토대로 가감지급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상반기 결과 감기로 인한 항생제 처방률이 80%가 넘는 의원이 1280개(9.25%)인데, 이들이 만약 계속 80%를 유지하면 내년부터 환자 수나 질병이 과정이 어떻든지 고려되지 않고 삭감된다. 과별로는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에서 높은 편이었고, 지역별로는 인천, 광주, 대전, 제주, 전남 등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심평원 심평원 심사부 관계자는 “지표연동관리제와 연계해서 하위기관들을 관리·감독하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가감지급을 시행하는 등 약제 적정성 평가가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간다”고 밝혔다. 심평원은 이번 상반기 평가결과와 더불어 내년에 진행되는 하반기 평가결과를 토대로 요양기관에 서면통보문을 보낼 예정이며, 평가결과는 지표연동관리제와 연계해서 하위기관들의 관리,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즉 평가도 계속하고 이에 따른 가감지급까지 시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약제 적정성 평가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A의원 원장은 “이미 항생제 사용을 줄일만큼 줄였기 때문에 결과는 정체된 상태다. 그럼에도 적정성 평가를 더 강화하고, 이를 삭감까지 연계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항생제 과다 사용 실태를 막기 위해 시행된 취지는 좋았고, 시행 초반인 2008년~2010년에는 오남용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A 원장은 현재의 적정성 평가는 적정한 사용까지도 막아선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가라는 제도 시행에만 급급한 나머지 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정말 사용해야 할 환자까지 못쓰게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소아청소년과' 간판을 달아논 B 의원은 노인 환자가 10명 중 9~10명이다.

노인 환자의 경우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또 직접적으로 환자가 요구하는 사례도 많은 편이다. 때문에 삭감 대상인 '항생제 처방 80% 이상'에 단골 손님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B원장은 “적정성평가가 말만 적정하지, 환자 수나 질병상황 등을 전쳐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의료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떨어뜨리기 위해 만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5대암 적정성평가...예비평가부터 '삐걱'

적정성 평가의 불통은 약제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5대암 적정성 평가'에도 많은 문제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부터는 유방암, 대장암에 이어 간암, 위암 등도 적정성평가를 시행할 예정인데, 최근 본평가에 앞서 시행된 예비평가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년 동안의 간암(C220) 환자를 대상으로 10개의 종합병원에서 실시한 간암 예비평가 지표를 보면, 구조부문에서는 △진료인원 △정기적인 회의 등을 묻는다. 과정부문에서는 △C형간염 여부 △수술전 정밀검사 △암 등기평가 △간기능 평가 △치료 전 간기능 평가 여부 △치료 절차 및 방법에 대한 환자 동의 △검사실시율 △고주파치료실시율 △간절제술 시행 수 △병리기록 충실도 △수술, 치료기록지 상세 여부 등의 지표로 구성됐다. 결과부문은 기존의 적정성평가들과 마찬가지로 △입원기간 △진료 기간 및 결과 △사망률 등을 조사한다.

예비평가에 참여했던 외과 교수는 “지표를 보고 거품을 물었다”며 크게 성토했다. 우선 구조부문에서 전문인력을 맞추는 부문에 대해 "간암의 복잡성으로 내과, 외과, 혈액종양내과 등 다양한 과에서 다학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빅10에 드는 큰 병원도 겨우 인원을 맞출 정도로 까다롭게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과정부문에 대해서는 더 거세게 비판했다. △수술 전 검사에서 PET는 굳이 진행을 하지 않는 의사도 있는데 이를 반드시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ICG로 대표되는 간기능 검사여부는 서울대병원은 20%도 실시하지 않는데 100% 시행을 평가하기 때문. 특히 고주파 치료 실시율의 묻는 부분에 대해 "이는 서울아산병원이나 서울대병원, 국립암센터 등은 거의 실시하지 않는 치료”라며 “삼성서울병원 등 일부병원에서만 조금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를 모두 시행했는지 묻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의 동의를 받는 부분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고, 결과부문도 사람마다 회복 기간도, 상태도 모두 다른데, 단순히 빠른 정도만 보고 '회복이 잘됐다'고 점수를 주는 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본 평가에서 이대로 실시하게 되면 문제가 커질 것을 예상, 심평원에 임상 의사들과 결과를 공유하고 수정할 것을 심평원에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패소...그럼에도 심평원은 '지속'

최근 9개 요양병원이 적정성 평가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심평원은 '패소'당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법무지원팀에서 해당 소송을 담당 중인 관계자는 "패소에 대해 대법원까지 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항소장을 제출했고, 이번주 내로 항소이유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심평원은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패소해도 심평원이 손해볼 부분은 없다. 하위 20% 기관 중 소송을 건 9개 기관만 삭감을 당하지 않는 것 뿐이다”면서 “아마 이들기관이 소송에 쓴 재정이 삭감되는 부분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소송에서 문제로 제기된 부분만 수정해서 앞으로도 요양병원 적정성평가를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9개 요양병원은 심평원이 3차 때 처분 전 이의제기를 받지 않는 절차상의 문제로, 4차는 전수조사를 하지 않은 평등권 문제로 소송을 걸었다.

심평원에서는 "이미 4차부터 이의제기를 받는 방식으로 변경됐고, 앞으로 5차 평가에서는 구조부문에서 인력만 보고 시설은 평가인증원에서 따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심평원은 1000여개에 달하는 요양병원을 같은 시기에 현장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견지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해당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 수차례 이의제기도 하고 민원도 넣었다. 그럼에도 심평원이 신뢰도와 공정성이 떨어지는 평가를 유지해서 소송을 건 것”이라며 “이같은 움직임에도 반성이 없는 심평원의 태도에 더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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