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수입은 통관, 허가 절차에 생산국에 직접 가서 GMP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렇다면 임상에서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직접 개발해보면 어떨까? 새로운 수익 창출과 산업에서의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섣부른 기대는 금물. 임상시험, 허가절차의 규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법 제2조 제1항에 제시된 의료기기의 정의를 보면, 사람이나 동물에게 단독 또는 조합해 사용되는 기구·기계·장치·재료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상해 또는 장애를 진단 치료 경감 또는 보정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구조 또는 기능을 검사 대체 또는 변형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임신을 조절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등이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이우진 변호사에 따르면, 체지방 측정기, 콘택즈렌즈, 시력교정용 안경, PACS, 의료용 냉장고, 당뇨 스트립, 체외진단용 시약, 의치 재료 등은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반면, 체중계, 콘텍트렌즈 세정액, 안경테, OCS, EMR, 체외진단용 의약품, 의치 등은 의료기기가 아니다.

의료기기의 판단 기준은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해당 품목에 속하는지를 우선으로 본다. 특히,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등급인 1, 2등급에서 의료기기와 공산품 경계에 놓인 제품의 판별은 과학적, 임상적 자료 입증과 의료기관에서 사용 , 의사 처방이 필요한지 여부 등으로 가리게 된다.

즉, 모든 의료기기에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1등급 의료기기인 체지방 측정기는 임상시험이 필요없다. 사용자인 의사들의 필요성을 토대로 디자인을 한다면 임상시험 데이터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3, 4등급 의료기기에서는 별도의 임상 승인을 받지 않은 의료기기에 대해 약사법과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의료기기 임상시험에는 의뢰자 임상시험, 연구자 임상시험으로 나뉜다. 제조시설이 적합한 기준을 따르고 있다는 GMP기준을 인정받고 병원 내 IRB의 승인을 받는 이후부터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 제조된 의료기기는 반드시 연구진행 전 GMP 확인 후 IRB 자료와 함께 임상 승인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여기에도 규제당국이 요구하는 것이 많다. 식약처 우승민 주무관은 "의료기기 임상시험 신청을 진행하다 보면 수시점검, 실태조사. 지적사항 등이 많이 나오게 된다"며 "행정처분은 없고 시정하라는 명령을 하게 되는데, 인체에 적용될 수 있다는 엄격한 규제에 따라 변경을 원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워낙 장벽이 많은데다 약사법, 의료기기법 외에 피험자에 대한 생명윤리법도 적용받는다. 규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보니 연구비 보다 CRO업체에 비용을 주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임상을 거쳤다 하더라도 또다른 장벽이 인허가다. 임상이 까다롭고 품목 허가는 상대적으로 간편한 의약품과는 달리, 의료기기에서는 품목허가를 받고 나서도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에 가장 크게 불거진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비롯해 인정비급여를 받거나 급여화를 받지 않으면 실질적인 사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기업계는 "임상을 거쳐 허가, 심사에만 시간이 1년 이상 걸리고 업체들은 그 사이에 손가락 빨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그나마 보건의료산업에서는 의약품보다 의료기기 개발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여러 기회들을 만들어 보고 있지만, 기업 운영 상 어려움이 따른다"며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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