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000명이 넘는 예방가능한 패혈증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전담전문의를 배치한 제대로된 중환자실 운영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패혈증은 전세계 수백만명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질환으로 3초에 1명씩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질환의 관리 능력 향상, 고령화 진행, 장기 이식이나 항암요법 등 면역저하 등 감염에 취약한 인구가 늘어나고 슈퍼박테리아의 확산 등으로 인해 더욱 늘어나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신증수 연세의대 마취통증의학과, 사진)가 9월 13일 ‘세계패혈증의 날’을 기념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패혈증은 전체 중환자실 비용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간 167억달러(약 1조 875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며, 패혈증 환자의 입원기간은 다른 환자들보다 약 4배 정도 길다. 패혈증 환자 1명 당 약 2만2100달러(약 2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환자보다 6배 정도 높은 수치다.

현재 패혈증 치료는 ‘Surviving Sepsis Campaign’ 가이드라인에 따르고 있다. 2004년 이후 4년마다 개정돼 지난해인 2012년 3차 개정판이 발표됐다. 이에 가이드라인을 지지하고 사용하는 전세계 각지의 중환자의학회와 중환자실의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전세계 연구들을 보면 의료인이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환자들에게 적용했을 때 패혈증에 의한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40%에 육박하던 사망률이 현재 20% 초중반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중환자실 수가 인상·전담 인력 가산금 필요

그러나 우리나라 병원들은 제대로된 중환자실 운영을 하지 못해 패혈증 사망률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 50%도 되지 않는 중환자 수가와 턱없이 부족한 중환자실 전담 인력 지원 탓이다.







올해 3월 신생아중환자실 입원료가 100% 인상(상급종합병원 간호 1등급 30만 2500원)됐지만, 아직 성인과 소아 중환자실 수가는 변동이 없는 상태다. 수가 인상으로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이 늘어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비용이 더욱 많이 소요되는 성인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 미국은 176만원, 영국 240만원인 반면 우리나라는 고작 9만6700원을 하루 입원료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중환자의학회는 성인 중환자실 수가 가산의 필요성과 전담전문의 지원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지난 3월부터 전담전문의 배치시 일정 수가(1만7500원)를 가산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 전담전문의를 채용할만한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증수 회장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의해 병상가동율과는 무관하게 보유병상의 5% 이상을 중환자실로 갖추도록 돼있는 만큼, 이에 대한 비용 보상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그저 병원의 역할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중환자의 적정 진료를 위해 전담전문의 필수 배치가 바람직하지만, 인력 부족 및 의료기관의 경영난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상급종합병원에 한해 전담전문의를 필수적으로 배치하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1년 심평원 자료를 보면 패혈증 진단은 3만 6244명으로 나타났으며, 전담의가 없을 때 사망환자수는 1만4860명, 전담의가 있을 때 사망환자수는 6524명이었다. 즉 전담의가 있을 때 예방가능한 사망환자수는 8336명에 달한다.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전담전문의 유무에 따라 사망률이 18%에서 42%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신 회장은 “일정 수준 이상 병원의 중환자실은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를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 대신 병원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중환자실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의지를 갖도록 전당의사 가산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전담의의 수는 10~20병상 당 1명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인 여건 상 30병상당 1명으로 하고 점차 병상수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입원기간에 따라 입원료가 감액되는 입원료 체감제가 중환자실에 적용되고 있는 만큼,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입원료 체감제도는 입원 16일째부터 30일째까지는 해당 점수의 90%를 산정하고, 입원 31일째 부터는 해당 점수의 85%를 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 회장은 “중환자실이 운영될수록 적자가 발생되는 상황에서 환자를 무조건 병실로 옮겨야 한다는 압박감은 제대로된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중환자실에서의 집중치료는 입원기간과는 별개로 계산하고, 입원료 체감제에서 빠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준중환자실’ 기준 마련과 수가 신설 필요성 제기

중환자의학회는 준중환자실에 대한 개념 정립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일반환자, 준중환자, 중환자 등 환자 분류를 보다 세분화 하고, 이에 따른 시설·장비, 인력 기준 마련과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수의 중환자실 환자는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없음에도 불구, 일반 병실로 올라 가기에는 불안하거나 간호요구도가 일반병실환자보다 높아 중환자실에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과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중환자실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많은 병원들은 여러 가지 형태의 ‘준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간호사 1인당 4~5명의 환자를 보고 있으나, 적정수가를 인정받지 못한 채 다인용 병실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간호사 배치나 감시기능은 현재 중환자실 등급 5~6등급에 해당하지만, 중환자실의 다른 조건(독립된 공간, 입출입 통제, 독립적인 응급전류 등)을 만족시키지 못해 중환자실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병원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에 투자하기 어려우며, 결국 정상과 중환자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 일반병실에 있다가 상태가 악화되거나 중환자실에서 필요 이상의 자원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며 “준중환자실은 병실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환자를 안전하게 관찰하거나 간호할 수 있는 만큼 중환자실을 확충하는 것보다 비용효과적인 면에서 효율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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