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한 번 결정을 내린 제도는 번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민원조정위원제도를 통해 제도 개선의 근거규정을 만든 것이다. 결정된 사항이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민원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을 권고할 수 있고 논의 절차를 거쳐 현실성있게 제도를 변경할 수 있다.”

동방의료기 이진휴 이사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를 대표해 임기 3년의 식약처 민원조정위원에 위촉됐다. 조정위원회에는 의료기기협회 외에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제약협회, 한국육가공협회, 수협중앙회 등이 참여한다.

조정위원은 식약처에서 정해진 각종 제도에 대해 재논의를 하거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창구다. 일단 각 업계의 애로사항과 개선 안건을 수집한 다음, 각각의 위원들이 신청서를 작성해 식약처 차장에 올린다. 식약처에서는 실무 부서장들의 검토를 거쳐 회의를 소집할 수 있으며, 과반수 이상의 참석과 과반수 이상의 동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조정, 시행하게 된다.

이 이사는 “의료기기 뿐만 아니라 먹거리 안전 등 식약처에서 행하는 모든 제도에 대해 신청할 수 있다”며 “10년 전 처음 발족됐지만 그동안 유명무실했고 업계에 홍보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소통을 중시하는 시대 분위기에 걸맞게 앞으로는 제대로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사실상 업계는 식약처가 한 번 결정을 내렸을 때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감사실이나 소비자담당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을 택하곤 하지만, 민원조정제도로 업계는 한층 더 수월한 건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식약처가 일방적이거나 현실적이지 못한 제도를 추진한다면 이의제기할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이미 시행된 제도라면 피해내용을 모은 행정소송 밖에 마땅한 대안이 없지만, 여기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그만큼 이번 민원조정 제도가 탄력을 받으면 식약처의 위상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이사는 “특히 의료기기업계만 모여 이야기한다면 업계 입장만을 고려해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게 된다. 다양한 업계와 소비자단체의 의견까지 듣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것”으로 역설했다.

그는 “의료기기업계의 대표성을 갖고 위임을 받은 입장이다. 각종 규제에 대해 판단해야 할 것은 개별 회사의 사리사욕이 아니라 다수의 이익을 위한 공공성에 둘 것”이라며 “개별 업체들이 협회로 안건을 전달해주면 이를 취합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