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부터 ‘삐걱’
COPD와 관련한 문제 중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사안은 진단이다. COPD의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위험군 또는 병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들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 폐기능 악화를 막거나 질병의 진행을 완화시켜 최악의 사태(사망, 막대한 의료비용 부담)를 막아야 하는데, 작금의 임상현장은 첫단추를 꿰는데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자들의 인지도가 낮은데다 의료환경 또한 명확한 진단을 어렵게 만든다. 상당수의 COPD 환자들이 중증 천식 등으로 오진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단 자체가 안되다 보니 아예 치료영역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는 경우, 즉 자신이 COPD 고위험군 또는 환자인 줄 모르고 있는 사례도 허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진료지침은 COPD를 의심해야 하는 지표가 있는 사람들에게 폐기능 검사(폐활량측정법)를 통해 명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COPD 예측지표
지침은 COPD를 의심해야 하는 지표를 흡연력과 함께 호흡곤란, 기침, 가래가 있으면서 나이가 40세인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40세 이상 환자에서 호흡곤란, 기침, 가래, 흡연·분진·가스 노출력, COPD 가족력과 같은 지표가 있으면 COPD가 의심되니 폐기능 검사를 통해 폐기능의 감소와 함께 기류제한을 확인해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은 COPD의 대표적인 증상에 속한다.

폐기능 검사
“COPD의 진단에는 폐기능 검사가 필수로, 이를 대신할 진단법은 없으며 진찰 소견만으로 COPD를 진단할 수는 없다. 최근 업데이트된 COPD 관리전략은 진단 시 폐기능검사가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폐기능 검사 없이는 COPD 진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전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울산의대 오연목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는 본지가 개최한 좌담회에서 이 같이 언급하며, COPD 진단에 있어 폐기능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료지침은 폐기능 검사를 “기류제한을 확인하는데 있어 가장 객관적이고 재현성 있는 검사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폐기능 검사가 가능한 병원에서는 정도관리를 잘 수행한 후 검사를 시행해 기류제한을 확인하고 환자상태를 평가하도록 한다.

지침이 제시하는 COPD 진단에 있어 폐기능 검사 활용법은 다음과 같다. “폐기능 검사를 통해 FVC (노력성폐활량)와 FEV1 (1초간 노력성호기량)을 측정하고, 1초간 FEV1/FVC 비를 계산한다. 기류제한이 심할수록 이 수치가 낮아지고, 0.70 미만일 때 기류제한이 있다고 정의한다.” 지침은 이와 관련해 “기류제한을 정의하는 방법에 FEV1/FVC 0.70 미만 또는 정상하한치(lower limit of normal) 미만의 기준이 있는데, FEV1/FVC 비 기준이 정상하한치 방법과 비교해 노인에서는 COPD를 더 많이 진단하게 되며 45세 이하에서는 덜 진단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이는 학회 지침이 권고하는 FEV1/FVC 0.70 미만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COPD를 진단받는 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COPD 진단 어렵지 않아요”
증상이 관찰되는 환자에서 COPD를 진단하는 것은 천식과 달리 그리 어렵지 않다. 폐기능 검사의 존재와 역할 때문이다. 이 검사소견만 있으면, 폐기능 감소 및 기류제한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증상과 FEV1/FVC 수치에 근거해 COPD를 확진할 수 있다. 오연목 교수는 “FEV1이 80% 미만이거나 FEV1/FVC의 값이 0.70 미만이면 COPD로 진단할 수 있는데, 환자의 대부분은 이 두 가지 기준을 만족하기 때문에 진단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폐기능 검사의 존재가 명확한 진단을 가능케 하는 반면, 경우에 따라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개원가의 의료환경이 폐기능 검사의 적용이 힘든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COPD의 진단에 폐기능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은 곧 폐기능 검사 없이는 진단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1차 의료기관에서 이 폐기능 검사를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극소수다.

고려의대 이상엽 교수(고대안암병원 호흡기내과)는 “COPD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폐기능 검사가 필수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문제로 인해 1차 의료기관에서 이를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밝혔다.
“현재 임상 병리사가 폐기능 검사를 시행할 때만 급여가 인정되는 것이 개원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간호사 등이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인증을 받으면 폐기능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 1차 의료기관에서도 COPD 환자를 좀 더 쉽게 진단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기진단과 개원가의 역할
이처럼 COPD의 관리에 있어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것은 조기진단의 중요성과 연관된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진료지침은 COPD가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조기진단이 중요하나,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간과되고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지침은 이에 더해 “조기 COPD 환자의 발견은 40세 이상이면서 10갑년 이상의 흡연력과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 COPD를 시사하는 증상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COPD 의심 환자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진단을 요구하고 있다. 바로 이 역할을 1차 의료기관에서 맡아줘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엽 교수는 “우리나라 환자의 상당수가 1차 의료기관에서 호흡기 증상에 대한 진료를 받는다”며 “개원가를 찾는 증상이 경미한 초기 COPD 환자를 조기에 발굴해 금연, 질환교육, 자가관리 등을 통해 폐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COPD 관리에 있어 의원급 임상의들의 역할을 촉구했다.

COPD 감별진단
한편, 지침은 COPD와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 천식, 울혈성 심부전, 기관지확장증, 결핵, 폐쇄성 기관지염, 미만성 세기관지염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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