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이비인후과병원, 연중 9월 진료환자 최다

"아침에 창문을 열자마자 콧물이 줄줄 흘러 휴지부터 찾는다". "아침에 등산이나 조깅을 나서면 콧물 재채기 때문에 도무지 운동에 집중할 수가 없다". "가을철엔 골프장 나갔다 하면 재채기와 콧물이 쉴새 없이 흐른다". "풀냄새와 함께 흐르는 콧물 때문에 조상 묘 벌초는 꿈도 못 꾼다".

이런 증상들은 가을철에 특이하게 나타나는 알레르기 비염의 전형적인 증상들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의 초입. 가을철 코 건강의 불청객인 쑥, 돼지풀과 같은 잡초 꽃가루의 알레르기 유발물질 때문에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루했던 여름 무더위 후 갑작스런 밤낮의 기온차로 인해 환절기 감기와 증상이 유사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늘어나는 특징을 보인다. 환절기 유행하는 감기는 갑자기 목이 아프거나 코가 막히면서 열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원장 이상덕)이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알레르기 비염' 외래진료 7만188건을 분석한 결과, 1년 중 9월(12.7%)에 가장 많은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별로도 가을철(9~11월)이 29.7%, 겨울(12~2월) 28%, 봄(3~5월) 22%, 여름(6~8월) 20.3% 순서로 조사됐다.

올해도 7~8월 1주일 당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평균 210명이던 것이 8월 4주차부터는 매주 평균 433명으로 알레르기 비염환자가 2배 이상 급증하는 추세다.

이 병원 코질환센터 정도광 원장은 "8월 15일 이후 급증하는 가을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알레르기 반응에 의해 발작성 재채기와 함께 맑은 콧물이 나고, 코가 꽉 막히면서 가려움을 호소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9월에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계절적으로 쑥, 돼지풀 같은 잡초의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 중에 많이 떠다니면서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기 때문. 여기에 아침저녁 큰 일교차로 인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다.

가을철엔 봄철 알레르기 비염과 달리 잡초 꽃가루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오전 8~10시 사이 증상이 가장 심했다가 10시 이후엔 유발물질이 증발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증상이 사라지는 특이성을 보인다.

때문에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아침에 일어나 처음 창문을 열 때, 출근 할 때, 새벽조깅을 나갈 때 재채기, 콧물, 코막힘 증상이 가장 심하다고 하소연한다. 또 알레르기 비염 발병이 잦은 골퍼들의 경우 골프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알레르기 증상을 보여 "가을엔 골프장 가기가 무섭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심지어 가을철마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환자들은 발작성 재채기와 쏟아지는 콧물 때문에 풀과 직접 접촉하는 성묘나 벌초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환자들이 감기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늦추는 부작용도 있다.

정도광 원장은 "알레르기 비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비염으로 발전해 수면 장애, 후각 장애, 두통 등으로 학업이나 근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면서 "세균감염이 발생해 천식, 축농증(부비동염), 중이염 등 2차적인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알레르기 비염 유병율이 높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잦은 재발과 증상 악화로 인해 학습장애, 활동의 제약, 수면장애, 심지어 결석을 밥 먹듯 하는 경우도 생기므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 예방을 위해서는 원인이 되는 잡초 알레르기 항원 접촉을 최소화(회피요법)하기 위해 창문을 닫아두고, 외출을 줄이며,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교차가 커지고 건조해지는 환경이므로 물을 자주 마시고 실내습도를 50~60%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계절마다 알레르기 비염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나기 2~3주 전, 항알레르기약을 복용하는 '예방적 약물투여 요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콧구멍을 둘로 나누는 벽인 비중격이 휘어진 비중격만곡증 환자, 또는 코막힘이 심하고 비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면 비교적 간단한 코블레이터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 수술은 특수 전극이 부착된 바늘을 원하는 부위에 넣은 뒤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고열로 조직을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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