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호 일 서울의대 교수 /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에서 폐암의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결과에서 이미 잘 밝혀져 있다. 폐암 발생의 주요 위험인자인 연령과 흡연력을 보정한 후에도 COPD 환자는 폐암 위험도가 2~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COPD와 폐암의 이 같은 관련성을 많은 연구자들은 폐의 염증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COPD 환자의 기관지상피세포는 반복적인 손상으로 인한 염증의 정도가 증가되어 있으며, 이러한 염증상태의 지속이 암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만성인 염증과 해당 장기의 암 발생은 궤양성대장염과 대장암, 췌장염과 췌장암, 바렛식도염과 식도암의 관계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실제로 기도의 염증을 낮추는 흡입성 스테로이드의 사용이 COPD 환자에서 폐암의 발생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추적기간이 짧고, 폐암 발생 환자수가 너무 적은 단점들이 있어 흡입형 스테로이드가 폐암의 예방수단의 하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다 대규모의 연구에서 같은 결과가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폐암과 COPD의 관련성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은 두 질환이 유전적 위험인자를 공유한다는 가설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흡연을 할 경우 A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흡연자에 비해 COPD와 폐암에 걸릴 위험이 동시에 높아지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 같은 유전자의 후보로는 CHRNA3, CHRNA5, GHRNB4, p53, p21WAP/CIP1, RB1, Hedgehog interaction protein 등이 거론되고 있다.

COPD 환자에서 폐암이 발생하였을 때 COPD가 없는 폐암 환자에 비해 예후가 불량하다. 이는 주로 폐기능 저하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후의 합병증의 발생도 COPD 환자에서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예방과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COPD 환자에서 금연은 질병의 진행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물론 중요하지만 폐암의 발생을 낮추기 위해서도 반드시 권유돼야 하며 조기진단을 위한 저선량 CT 검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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