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진단기가 의약품에서 의료기기로 재분류될 전망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한의사협회, 한국제약협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약품수출협회, 진단검사의학회 등과 함께 체외진단기의 의료기기 전환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는 의수협에서 전면 반대, 약사회는 부분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대체로 찬성하는 취지로 진행됐다.
 
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 분류기준에 따르면, 체외진단기기는 △혈당측정기 △유전자분석기구 △체액 분석기기 △의료용원심분리기 △혈액검사 △유전자분석 △소변분변 분석 △체외진단기기용 검사지 등을 포함한다.
 
지난 2011년 의료용품 유형군별 매출액을 보면 체외진단기기가 7140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전체 매출은 3336억8200만원으로 전체 의료기기의 7.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입 규모도 7140억4300만원(전체 대비 12.5%)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7월 의료기기법 개정에 따라 체외진단 분석기용 시약은 의약품에서 의료기기로 전환됐다. 시약의 허가기준이 의약품처럼 까다로울 필요가 없는 대신 무분별한 생산을 막도록 관리도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 식약처는 지난해 4등급 시약을 시작으로 올해 3등급, 내년 1~2등급에 대한 허가와 심사를 마칠 계획이다. 식약처는 "암이나 유전자 진단에서 체외진단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시약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 갑작스러운 관리품목 지정으로 산업계가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허가대상 확대 속도를 조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체외진단 시약과 체외진단기가 각각 약사법, 의료기기법으로 이원화로 되면서 또다시 재분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관련업체들은 "체외진단기를 의약품으로 두는 유일한 나라가 일본에 불과하지만, 제대로된 관리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의료기기로 관리한다"며 "사용자와 산업에 대한 편리성과 접근성이 문제시되고 있고, 인터넷 상 판매 등의 영향으로 시약에 이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약품에서 의료기기로 바뀐 혈당계를 예로 들면 관리 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분석기나 스트립의 만족도가 높아 졌다는 설명이다.
 
몇차례 가진 논의 자리에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이 나왔다. 의협은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환자 투약이 아닌 체외 성분을 통해 진단할 수 있고 별도의 위해성이 없는 체외진단기를 의료기기로 바꾸고, 제품의 선택권이 높아지도록 하는 것은 이득"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을 내놨다.
 
진단검사의학회도 "검사자 측면에서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가 적합한것으로 보인다. 검사는 등급이 있으며 장비와 시약을 동일하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반면, 소비자 안전에 대한 경계 의견도 나왔다. 의수협 관계자는 "혈당지가 변경되면서 소비자의 만족도가 올라갔다는 근거가 없다. 정확도가 떨어지고 신뢰 근거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해외 사례도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 동일시 할 수 없고,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로 판매가 확대될 경우의 유통상의 교육 및 취급자 자격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사회도 일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자칫 업계의 편을 들어 산업적 측면이 강조되다 보면, 국민건강이 오히려 소외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약사회는 "재분류 시 직역 간 의견을 공유하고 국민건강 측면에서 보다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며 "니코틴 패치 등을 예로 볼 때 오히려 부작용이 있었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제약협회는 이전에 따른 피해 최소화 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존 판매는 보통 수입이 대부분인 만큼,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는 관리체계의 사전 사후적 측면에서 소비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대신 법령 개편을 적극적으로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의료기기산업협회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와 차별화 되지만 향후 의무적인 GMP의 까다로운 기준을 맞출 필요는 없다"며 "과도한 관리를 막되, 독립된 기준이 필요하다. 세부적인 방향성 마련에 다같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체외진단기는 삼성전자에서도 혈액진단기를 출시해 관심갖고 있을 만큼 시장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의약품에서 의료기기로 한층 규제가 완화되면 더욱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병원들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병원의 구매와 상관없거나 검진에서 사용되는 제품이 많은 체외진단시장은 앞으로의 의료기기 시장에서 가장 성장세가 높을 것"이라며 "암 진단 키트 등 각종 질환 진단기가 나올 수 있으며, 병원에 가기 전에 쉽게 검사해볼 만한 제품들의 개발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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