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본연세내과의원 정철권 원장

- 고령화·환경악화로 환자 증가
- 1차 의료기관서 적극 나설만

더위도 한풀 꺾여 가을로 가고 있다. 아침 저녁 일교차가 큰 계절변화 시기에는 천식 증상도 악화되기 쉬워 환자들을 힘들게 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질병관리본부 등의 통계를 보면 천식 및 알레르기 환자의 수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변에서 천식 및 알레르기 환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1차 의료기관은 드물어 많은 수의 환자들이 관리되지 않고있다. 10여년 동안 천식 관리에 집중해 온 산본연세내과의원 정철권 원장도 천식관리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토로했지만, "천식은 이미 오랜 기간의 연구 덕분에 근거가 충분히 축적돼 있어 근거중심의학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쉽지는 않지만 열심히 배우고 익히면 장기적으로는 임상의로서 다양한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점을 강조했다.

천식은 불치병 아니다
1차 의료기관에서 천식 전문의로 자리잡은 정 원장이 느끼는 천식관리의 제한점은 무엇일까. 그는 우선적으로 천식에 대한 인지도 문제를 꼽았다. 천식은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이 장기적으로 조절(control)해야 하는 만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감기와 같은 급성 질환처럼 치료(treatment)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 국민들은 천식이라는 질환이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조절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불치병으로 잘못 알고 있어 진단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 진료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요법, 한방요법 등 효과가 없는 치료방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한다.

이런 인지도 문제는 직접적으로 천식 관리에 영향을 미친다. 환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상담시간의 연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환자 한 명에게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환자를 설득시킨다고 해도 추가적인 시간부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없기 때문에 개원의들이 천식 환자를 진단하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은 듯 하다"고 설명했다.

근거 중심 진료로 극적인 효과
그럼에도 정 원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천식이 1차 의료기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령화 및 환경적인 영향으로 천식 및 알레르기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천식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잘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경험을 쌓으면 천식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잠재적으로 찾아오는 환자수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 원장 스스로가 성공 사례다. 현재 병원에는 '기침 치료를 잘하는 명의'의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환자들도 적지 않고, 가족 전체가 주치의로 찾는 경우도 있다.

그는 "천식에 대해 우선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근거 중심의 치료전략을 익히고 경험을 쌓아나갈 필요가 있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 하나를 깊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세계천식진료지침인 GINA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활용하고 있고, 10번 이상 정독했다고 한다.

특히 GINA 가이드라인은 복합제 처방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된다. 정 원장은 "1차 의료기관에서는 빠른 기간내에 증상을 호전시켜야 환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복합제를 먼저 사용하기도 하는데, GINA 2002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주2회 이상의 야간기침이 중등도로 지속될 경우 복합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후 2006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천식 증상 조절 정도에 맞춰 약물 선택을 가감할 수 있다는 권고안에 따라 초기 복합제 투여 이후 환자의 조절 정도에 따라 효과는 유지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계의 약물을 선택하는 'Step down' 방식으로 환자를 관리한다"고 덧붙였다.

문진·팀워크가 천식관리 핵심
그렇지만 1차 의료기관에서 가장 큰 난제는 천식의 진단이다. 천식을 진단할 수 있는 폐기능 검사, 메타콜린 검사 등이 있지만 이러한 수치적 진단은 민감도와 특이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1차 의료기관에서 시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정 원장은 1차 의료기관에서는 실질적으로 문진을 통한 임상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본인의 천식 증상을 경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먼저 고지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의료진이 적극적인 자세로 꼼꼼하게 문진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환자들은 보통 주간에 진료를 받으러 방문하지만 이때는 천식 관련 증상이 완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청진음 진찰 및 검사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즉, 야간 기침 혹은 천명음 등의 특징적인 증상 및 알레르기의 병력, 가족력 등에 대한 집요한 문진이 여러 검사보다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원장은 바쁜 임상현장에서 자세한 문진을 시행할 수 있는 비장의 한 수로 병원 직원들과의 팀워크를 꼽았다. 그는 "천식 환자들은 모든 직원이 팀워크를 이뤄 꾸준히 관리할 때 80% 이상의 환자를 완전하게 조절(total control)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기도개형 예방, 장기적 관리의 필요성 등 천식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교육을 하였으며 이제는 직원들이 문진단계에서부터 질병에 대한 설명, 흡입제 사용법의 교육, 증상 조절 정도의 모니터링 등을 원활하게 시행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완성돼 있다.

기도개형도 장기 치료땐 증상 완화
정 원장이 말하는 천식관리의 목적은 장기간에 걸쳐 흡입제를 사용함으로써 기도개형을 예방하는 일이다. 기도개형이 이미 발생한 환자의 경우에는 심각한 호흡곤란으로 삶의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기도개형이 진행된 환자일지라도 장기적으로 치료하면 결국에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0~40년 동안 천식이 진단되지 않아 기도개형이 발생한 환자에게 흡입제를 1년간 꾸준히 유지한 결과, 정상인보다 폐기능은 떨어져 있으나 증상이 상당히 개선됐다"며 "천식 치료에서 포기할 환자는 없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천식은 제대로만 치료하면 증상이 현저하게 개선되는 만큼 의료진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라며 "기침, 호흡곤란으로 고생하던 환자와 가족들이 호전되어 기뻐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더해 복합제 처방 시 추가적인 소견을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천식 환자의 발굴과 관리는 사명감이 없으면 못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아직도 천식임에도 진단되지 않은 환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니만큼 호흡기 증상으로 처음 방문하게 되는 1차 의료기관에서 천식 환자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것이 향후 전개될 미래의 방향"이라고 예상하면서 "사회적 비용도 감소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1차 의료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천식 치료에 대해 제약을 가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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