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의 공정한 배분을 위해 CTP 방식 변경 필요

뇌사자의 간 배분 기준을 미국에서 사용하는 MELD 점수를 이용한 시스템으로 바꿔 좀 더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뇌사자의 간이식 수가 2010년 242건, 2011년 313건, 2012년 363건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외과 간이식팀(서경석: 사진 맨 왼쪽, 이광웅: 사진 중앙, 이남준 교수)이 최근 뇌사자의 간 배분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연구를 대한의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8년 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서울대병원에 등록된 간이식 대기자 788명을 대상으로 CTP와 MELD 점수를 기준으로 중증도를 나누고 각 군의 이식 대기 등록 후 6 개월 생존율을 비교 분석했다.

CTP 점수란 이식 대기자의 간성 뇌증, 복수, 각종 간 기능 혈액 검사 수치를 크게 세 등급으로 나눈 뒤 합산한 값이고, MELD 점수란 간의 기능을 나타내는 혈청크레아티닌과 혈액응고시간, 빌리루빈 수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만든 점수이다.

연구팀은 MELD가 CTP보다 대기자의 생존율을 좀 더 명확히 구별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응급도1 대기자라도 MELD가 24점 미만이면 3개월 생존율이 93%인 반면, 31점 이상이면 35%로 나타났다.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일주일 이내 사망이 예상 되는 응급도1에서 MELD가 24점 미만 대기자의 3개월 생존율이 93%인 것은 현재 시스템에서는 뇌사자의 간이 위중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우선 배분되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응급도2 대기자라도 MELD가 31점 이상이면 3개월 생존율은 48.2%로, 응급도1의 3개월 생존율 70.2%보다 훨씬 낮았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간이식이 시급히 필요한 사람들을 뇌사자의 간 배분 과정에서 소외시켰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시스템이 간이식 대기자의 위급한 정도를 나누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CTP 점수의 요소 중 복수와 간성뇌증에 대한 평가는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것.

또 한 등급에 포함되는 대기자의 범위가 넓어 환자의 위급한 정도를 세분화하기 어렵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문제로 10년 전부터 MELD(model for end-stage liver disease) 점수로 뇌사자의 간을 배분하고 있다.

점수가 높을수록 간 기능이 나쁘다. 객관적인 혈액 검사 수치만 반영하므로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 없이 이식 대기자의 중증도를 정확히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광웅 교수는 "한정된 뇌사자의 소중한 간을 정의롭고 합리적으로 나누려면 위급한 대기자가 우선적으로 이식받을 수 있어야 한다" 며 "CTP 점수에 따른 분류는 한계가 있으므로 MELD 점수에 의한 분류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MELD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간대기자 등록시스템을 새롭게 바꿔야 하므로,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이식센터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MELD점수가 낮은 경우라도 뇌사자의 간 배분을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경우도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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