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실시되는 초음파 급여 수가가 당초 예상대로 관행수가의 50%로 책정되자 의료기기업계는 전략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회사 전반적으로 내년 사업구상에 한창인 한편, 초음파 부서의 전략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가장 쉽게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수가가 낮아지고 특히 상급종합병원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가를 받지 못한 만큼 구매력이 떨어지고 장비 구입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초음파기기의 대표적인 업체를 꼽으면 GE, 지멘스, 필립스, 삼성메디슨 등이다. 이들은 향후 저가 제품 위주로 팔릴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업체 관계자는 “전세계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이 가장 크다. 선명하면서도 고화질의 초음파 기술이 날로 발전해왔다”며 “심지어 초음파를 기반으로 한 각종 R&D를 늘리면서 검사를 하면서 치료까지 가능한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은 새로운 제품들에 대한 구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CT는 방사선 피폭이 될 수 있고 MRI를 대안으로 삼기에는 비용이 고가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초음파를 통해 간단한 시술을 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한국 의사들도 세계적인 앞선 기술을 접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환자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GE는 올해 5월 경기도 성남에 100억을 투자해 초음파 생산기지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수가 발표가 더욱 뼈아플 수 밖에 없다. GE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를 이끌어내고 더욱 한국 시장에 의미를 부여하는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정책 환경 변화를 글로벌 본사에 보고했다. 한국인으로서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인 삼성메디슨도 전략 수정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메디슨측은 초음파 급여화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올 상반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그간 로우엔드급을 개발하고 동남아 등지 수출에 급급했다면 앞으로는 품질을 높인 하이엔드 제품으로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할만한 대형병원마저 한정된 수가로 인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고 국내 시장에선 통하지 않아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초음파 시장이 축소되면 국내 생산설비의 축소나 일자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음파 장비가 2011년 기준 3800억원으로 생산 1위(11.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GE, 지멘스 등이 직접 세운 공장 제품들이 국내 생산 실적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어 실적이 축소되면 국내 의료기기 생산실적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초음파는 국내 판매보다 수출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에서 그저 생산하는 것이다”라며 “다만 한국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는 것을 글로벌 본사에서도 인식하게 되면, 공장이 축소되고 생산기지가 다른 나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전례에 없던 초음파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를 하는 등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초음파에 이어 MRI 수가 역시 보장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예 영상진단기기가 아닌 다른 제품군을 확대하거나 중고 시장이라도 활성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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