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래 교수 SAVOR MI 53 연구 해석 주문

오는 3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유럽심장학회(ESC)에 당뇨전문가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이번 학회기간중 DPP-4 억제제 두 종에 대해 심혈관 예방효과를 살펴본 결과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에서 사용된 약제 중 하나는 국내에서 처방되고 있어 환자들의 관심도 높다.

발표를 앞둔 연구는 삭사글립틴의 SAVOR TIMI 53과 알로글립틴의 EXAMINE이다. 이중 SAVOR TIMI 53 연구는 발표에 앞서 최종결과가 미리 공개됐다. 결론은 삭사글립틴이 심혈관 위험성을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고 나온 것. 연구 디자인을 우수성 검증으로 설정한 탓에 실패했다.

이와 관련 가톨릭대학교 김성래 교수(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마치 효과 검증을 실패한 연구처럼 단순하게 해석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DPP-4 억제제가 심혈관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며 "아울러 고위험 요소를 갖고 있는 환자에게도 추가적인 심혈관 위험없이 자신있게 쓸 수 있는 약제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상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연구는 처음부터 심혈관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연구였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는 SAVOR TIMI 53 연구에 참여환 환자 상당수가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혈관중재술 경험 등의 이력을 갖는 중증 이상의 환자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78.4%가 심혈관 질환환자다. 고혈압 환자가 80%나 포함돼 있었고,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70%였다. 또 스탠트 중재술을 한 환자도 13%나 포함됐다. 이로 인해 환자의 78%가 스타틴을 복용 중이었다. 또한 75%는 아스피린을, 81%는 혈소판제제 또는 항응고제를 복용해왔다. ACEI 또는 ARB 항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비율도 78%나 됐다.

김 교수는 "왠만한 심혈관 질환약을 거의 복용하고 있는데 당뇨약 하나가 추가로 들어간다고해서 심혈관 예방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면서 "따라서 이번 연구는 최근 개발된 당뇨약이 심혈관 사건을 높이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AVOR를 우수성 검증 연구로 설정한 것은 메타분석에서 타 DPP-4 억제제제대비 우수한 심혈관 예방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만약 연구에 참여한 환자군이 당뇨병 초기환자(신환)였다면 일부 차이가 생겼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결과를 토대로 알로글립틴의 EXAMINE 연구도 유사한 결과를 예상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도 중증의 심혈관 질환자들을 대거 포함시켰다는 점에서다. 나아가 다른 성분의 DPP-4 억제제도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리나글립틴은 CAROLINA,, 시타글립틴은 TECOS 연구를 진행중이다.

김 교수는 "아반디아 퇴출 사태이후로 미국 허가당국에서 당뇨약과 심혈관 사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제약사들에게 의무적으로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데 그 중 첫 결과가 도출된 것이 SAVOR"라면서 "심혈관 사건이 발생되지 않았다는 자체만으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다수의 당뇨병 환자들이 삭사글립틴과 같은 DPP-4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자칫 심혈관 예방효과가 없다는 네거티브한 사실을 접할 경우 치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 연구에 개원가 선생님들의 관심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를 계기로 DPP-4 억제제의 심혈관 위험 논란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관심은 구체적인 연구 내용이다. 그는 "연구를 잘 살펴보면 고령 당뇨병 환자의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떤 서브연구가 도출될지도 흥미롭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연구는 현지 시간으로 9월2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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