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대 의료정보학 및 관리학교실, 모의실험 결과 발표

포괄수가제시 안과를 제외한 나머지 진료과에서는 고의적인 축소가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충북의대 의료정보·관리학교실은 '7개질병군 포괄수가제 도입에 따른 대학병원의 진료행태변화 모의실험'을 통해 안과 수정체 질병군을 제외한 나머지 질병군에서는 재원일수 축소가 어렵다는 의견을 얻었다.

기존 포괄수가제 관련 연구들은 수행 전후를 비교하거나 다른 제도를 채택하는 기관을 단순 비교하는 방식을 취해왔는데, 이는 발생한 행태 변화가 DRG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 3차 시범사업 결과 △재원일수 4.3~9.3% 감소 △서비스 제공량 3.16~10.26% 감소 △항생제 사용량 9.75~24.92% 감소했다고 한 보고에 대해 '시간효과, 선택편향 고려하지 못했다' 등 반대의견이 많았으며, 특히 진료비 양을 줄인 것의 상당 부분이 외래로 비용이 전이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즉 연구팀은 시범결과의 '근거'마련을 위해 모의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모의실험을 위해서 포괄수가제에 참여하지 않는 1개 상급종합병원에서 2012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포괄수가제 적용대상인 4개 진료과(안과, 이비인후과, 외과,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했다.

선정된 환자들의 건강보험 청구자료, 진료비 계산서, order communication system (OCS) 처방정보 등을 확보, DRG 번호를 생성해 7개 질병군 환자를 선정했다.

그 결과 수정체질병군의 경우 평균 재원일수를 기존 2.57일에서 1.95일로 0.62일(24.1%)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재원일수 축소에 따라 수정체소절개수술의 경우 입원료가 모의실험 전 16만1069원에서 재원일수 변경 후 9만9237원으로 6만1832원(38.4%)이 감소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강길원 교수는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재원일수 증가의 주요 요인인 수술 전 검사를 입원 후에 시행하는 대신, △외래에서 시행하고 입원하는 방식으로 행태변화를 하고 △백내장과 동반하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위험요인관리를 수술 전후의 별도 입원으로 분산하는 방식으로 진료행태를 변화시켜 재원일수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약·주사료·진료재료비·총 진료비 모두 감소

또한 DRG도입시 전체 질병군에서 약과 주사료가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평균 약제비는 62만8510원에서 41만3823원으로 34.2% 감소, 약제비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질병군은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로 38.9~52.6%의 감소율이 나타났다.

제왕절개분만의 단태아는 35.9%, 다태아는 35.2% 감소했다. 더불어 산부인과 질병군에서 주된 감소 항목은 비경구영양요법(total parenteral nutrition)시 아연을 보충하는 미네랄제제와 단백아미노산주, 그리고 수술 후 구역 및 구토의 방지제 등이 차지했다.

수정체 수술에서는 약제비가 30.2% 감소했는데, 이는 재원일수 단축으로 입원기간 중 제반 항생제 사용액(퇴원시 처방 포함)을 줄이고 점안액 등을 외래로 분산 처방한 것에 기인했다.

약제비에서 가장 적은 감소폭은 보인 질병군은 충수절제술로 복잡은 14.5%, 단순 항목은 17.9% 감소했으며, 주된 감소 항목은 제한적인 항생제 조정과 영양제의 배제다.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은 15.8~24.0% 약제비가 감소될 것으로 예측됐으며, 주된 감소 항목은 수술 후 구역 및 구토의 방지제와 비경구영양요법 시 아연을 보충하는 미네랄제제였고, 퇴원약이 10일 이상에서 7일로 감소됐다.

검사료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인당 평균 검사료는 21만6768원에서 17만3140원으로 20.1% 줄었다. 검사료 감소폭이 가장 큰 질병군은 수정체 수술로 70.2% 검사료가 낮아질 전망이다.

이는 주로 초음파안측정검사나 굴절 및 조절검사 외 정밀안저검사 등 수술 전 기본 검사를 위주로 조사했다.

수정체 수술 다음으로 큰 감소폭을 보인 질병군은 다태아 제왕절개분만으로 38.9%, 기타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악성종양 제외)은 34.2%가 낮아졌다.

1인당 평균 진료재료비는 63만9682원에서 56만2643원으로 12.0% 감소, 진료재료비의 감소가 가장 큰 질병군은 제왕절개분만으로 다태아의 경우 60.7%, 단태아의 경우 53.7%의 감소율을 보였다.

주요 기여 항목은 수술 후 장과 복막의 유착방지용으로 사용하는 유착방지제와 수술 흉터 방지제, 그리고 다량의 출혈이 있을 경우 빠른 수액공급을 위해 사용하는 fluid warmer set 등이었다.

다음으로 큰 감소폭을 보인 질병군은 수정체수술로 15.1%였고,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은 14.8~15.0% 정도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총진료비에 대한 변화 예측 결과, 1인당 총 진료비는 244만4179원에서 209만2650원으로 14.4% 감소됐다. 제왕절개분만으로 단태아의 경우 21.3%, 다태아의 경우 23.5% 감소할 것으로 기록됐다.

강 교수는 "본 연구에서는 환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로 의료의 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에서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진료형태 변화를 추정했다"면서 "만약 포괄수가 수준이 더 낮아질 경우 의료의 질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서비스 제공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진료행태 변화를 반영해 포괄수가를 하향 조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오히려 진료행태 변화로 인한 절감분을 포괄수가 조정에 반영하기보다는 신의료기술의 도입이나 질 유지비용으로 의료기관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