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16일 제28회 심평포럼에서 빅데이터 활용 계획과 관련, 향후 '명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혀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병원별 질병, 수술, 약제처방 등 평가 정보뿐 아니라 의사 개인별 서비스 질 평가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과 정확하지 않은 정보 제공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사단체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의 주요 대선 공약인 건강보호개혁법의 부산물로 이미 2010년부터 명의 검색 서비스(Physician Compare)를 제공하고 있다. 미 정부는 얼마 전 고급 검색 기능을 강화했고, 나아가 내년부터는 어떤 그룹이 만성질환 관리를 잘 하는지에 대한 자료도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미국의학회(AMA) James Madara CEO 겸 상무는 최근 우리나라의 심평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에 한통의 서한을 보냈다. 그는 서한에서 현재 해당 서비스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으며, 정보의 질을 높일 때까지는 결코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턴 진료 질 평가 자료도 공개
미국의 명의 검색 서비스는 메디케어 홈페이지(www.medicare.gov)를 통해 이용 가능하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의사 및 기타 의료 전문가 찾기뿐 아니라 양로원과 병원, 가정건강서비스, 건강 및 약물 계획, 의료기기 공급자 및 기기, 투석시설 찾기도 할 수 있다.

현재 명의 검색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해당 의사의 학위와 레지던트 과정, 보드 증명(board certification), 협력 병원, 진료성과보고프로그램(PQRS)과 같은 메디케어의 질 관리 프로그램 참여 결과 등이다. CMS가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기 때문에 이전 자료와 현재 자료를 비교하는 고급 검색도 가능하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당뇨병 환자에서 당화혈색소 관리를 잘 했는지,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안지오텐진전환효소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를 어떻게 처방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도 추가된다. 환자 만족도 자료를 국가에서 직접 나서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정부 움직임에 대해 AMA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색 기능 강화와 더불어 발생한 기술적 오류부터 정보의 정확성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Madara CEO는 서한에서 "문제점을 고치지 않은 채 대중에게 정보를 공개하면 자칫 환자를 부적절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할 수 있는 치료 결정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 정확성 보장이 우선돼야
기술적 오류로 가장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은 엉뚱한 검색 결과 도출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우편번호(Zip code)를 입력하고 반경 10마일 이내 성형외과를 검색하면 가정의학과, 일반내과, 노년내과 등 반경 10마일 이내 모든 의사 리스트가 화면에 등장한다. Madara CEO는 "정작 원래 찾고 싶었던 재건성형외과는 리스트의 맨 마지막에 있었다"면서 "단순한 의사 쇼퍼(physician shopper)라면 아마 내과 의사가 얼굴 성형도 담당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체 부위와 증상으로 의사의 전문과목을 검색한다는 점도 문제다. 우울증과 불안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는 검색이 어렵기 때문이다. AMA는 현재 CMS에 신체 부위로 '머리'를 선택했을 때 정신건강의학과가 연결될 수 있도록 하거나 '뇌'라는 부위를 신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의사 이름으로 검색하기 기능에서의 오동작도 빼놓을 수 없다. 전체 이름을 입력하면 아예 검색이 불가능한가 하면 집에서 가까운 특정 성씨을 가진 의사를 찾으려고 하면 엉뚱하게 미국 전역의 같은 성씨를 가진 의사가 검색된다. 그 외 신경외과를 검색했는데 신경과 의사 리스트가 나타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미국 의사들을 더욱 당혹시키는 문제는 정보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없어진 병원이 리스트에 올라 있는가 하면, 스페인어가 가능한지 여부 등 진료 현장에서 꼭 필요한 사항들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 잘못된 정보를 발견하고 수정하려해도 반영되기까지 6개월이나 소요된다.

그럼에도 CMS는 2014년까지 진료성과보고프로그램(PQRS) 결과까지 확대 공개하겠다는 계획이어서 AMA는 거듭 '선보완 후시행'을 주장하며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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