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대안, 오픈 이노베이션과 신약재창출
신약개발 대안, 오픈 이노베이션과 신약재창출
  • 박선재 기자
  • 승인 2013.08.19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더디기만한 신약개발 대안 없을까?
2. 나홀로 한계, 오픈 이노베이션 선호

3. 신약재창출 세계적 추세
4. 신약재창출, 미국 영국 등 적극 행보
5. 물질특허 취약한 국내에 적용 어려워

신약이 될만한 후보물질을 발견하고 이후 물질을 합성하는 단계를 거쳐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등의 전임상실험 단계를 끝낸 후 임상실험 단계를 마친다.

그 다음 신약허가단계를 통과한 후 마지막으로 발매를 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신약이 탄생한다. 이러한 신약개발 과정이 별다른 사고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도 족히 20년은 걸린다. 게다가 천문학적인 비용도 신약개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2월 미국 경제지 Forbes가 대형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평균 비용이 최소 40억 달러에서 최대 11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분석은 미국의 제약분석회사인 InnoThink Center for Research in Biomedical Innovation의 통계를 바탕으로 했다.

이 수치는 14년 동안의 연례 수익보고서에 나타난 12개 대형 제약사에서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허가약품 건수로 나눈 것이다.

그 결과 신약개발을 위해 R&D 비용으로 아스트라제네카가 118억 달러, GSK가 81억 달러, 사노피아벤티스가 79억 달러, 로슈가 78억 달러, BMS가 41억 달러, 암젠사가 가장 낮은 비용인 37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비용을 평균 10억 달러에 맞춰왔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과거에는 신약개발 하나를 성공하면 몇 년 동안 회사의 중요한 먹거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정성 문제도 까다로워져 신약개발 자체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많은 제약사가 신약개발보다 위험부담이 적고 효과는 크게 거둘 수 있는 돌파구를 찾고 있다. 개방형 혁신이라 불리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과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등이 그 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제약회사 혼자 신약개발의 모든 과정을 수행하던 것에서 벗어나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 등의 외부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신약재창출은 약물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과정으로 용법이나 용량 등을 바꾸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신약재창출 등 몇 년 전부터 제약업계에 불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에 대해 알아봤다.

나홀로 한계…'오픈 이노베이션' 선호
대학·벤처기업 등 참여시켜 성공 확률 높이고 비용 대비 효과 거둬

신약개발 과정이 더욱 험난해지면서 제약 R&D 시장에는 '오픈 이노베이션' 즉 개방형 혁신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 등 외부에 경쟁력을 가진 곳들을 신약개발 과정에 참여시켜 성공 확률을 높이고 비용이나 시간 등을 절약하는 새로운 경영전략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등장한 배경에는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증가나 신약개발의 성공 확률의 저하, 최근 10년간의 급격한 R&D 생산성 저하 등이 존재한다. 또 글로벌 제약사들이 매출감소로 과거처럼 신약개발의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 여력이 없어진 것도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구멍 뚫린 깔때기 모델로 선회

제약 관련자들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혼자 하는 것은 비용대비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지 오래 전이라고 말한다.

한미약품 손주웅 R&D 본부장은 최근 열린 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빅파마들의 신약개발과 관련된 R&D는 발전해도 신약개발은 감소했고,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매출이 감소하는 것이 빅 파마의 현실"이라며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했을 때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제약사 내부의 규모를 줄이고 외부에서 후보물질을 사들이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라며 "그동안 신약개발을 위해 사용하던 깔때기 모델을 벗어나 구멍 뚫린 깔때기 모델을 사용해 자신들이 다 잘할 수 있다는 자만을 버리고 다른 나라의 회사들과의 파트너십과 Alliance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화이자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Global Centers for Therapeutic Innovation'이라는 대학연구소를 설립해 R&D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아스트라제네카는 인수합병(M&A)를 추진하는 등 국가간 협력체를 구축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쿼브(BMS)와 아밀린 제약을 인수해 당뇨병 분야 제휴 협력을 확대하기도 했다.

대학·연구소· 제약사 등 모두가 공생

국내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 움직임을 찾을 수 있다. 2011년부터 4년 동안 진행했던 일본 다케다 제약사와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LG생명과학은 비만치료제 공동연구에 착수해 새로운 후보 물질을 찾아냈다. 또 국내 최초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를 개발할 당시 국내 한 민간연구기관에 관련 기술을 이전해 임상분석을 맡기기도 했다.

회사는 앞으로 국내 대학과 벤처기업에서 기술을 발굴해 상용화하는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파트너의 니즈(needs)에 기반을 둔 협력을 통해 역량 성장까지도 도와주는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국내 벤처기업 및 대학과의 R&D 협력을 강화해 방향을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선회했다. 이를 위해 신약 과제 중심으로 조직을 강화했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결재 단계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화학연구원 한 관계자는 "최근 4년 동안 신약 연구협력을 맺은 건수 17건이고 후보물질을 이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학이나 연구소, 제약사 등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상생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