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응급실 과밀화...예방가능 사망률 무려 50%

5. 응급의료와 환자안전

응급실은 1년 365일 24시간 지속적으로 진료를 하는 공간이다. 응급환자들은 자신의 의료정보를 의료진에게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의식이 떨어진 환자나 외국인은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이 어렵고 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문한 환자들은 치료에 비협조적이다. 어떤 환자들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시점에 응급실에 도착해 조금이라도 처치가 늦어지면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된다.

응급실에서 다루는 질병은 제한이 없을 정도로 많고 경미한 증상만 있는 심각한 질병도 많다. 어떤 질병은 '황금시간(golden time)'이 정해져 있어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 대규모 재난과 유행병(outbreak)에 대한 대응도 응급의료의 몫이다.

반면,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은 정해져 있고 한 번에 많은 환자를 담당한다. 부정확하고 부족한 환자정보를 가지고 짧은 시간에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환자들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사소통하기 어렵고 진료 중에 방해를 받는 것은 일상화돼 있다.

또한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공간에서 보다 많은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응급실의 문은 점점 넓어지고 과밀화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응급실 과밀화는 응급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침상도 없이 복도에 버려진 채 응급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응급실 진료의 사각지대에 있다. 담당하는 환자가 많아지면 의료진은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동시에 여러 환자를 치료하면서 오류의 기회는 더 많아진다.

과밀화와 더불어, 부정확한 정보, 의사소통 장애, 신속한 진단과 처치, 잦은 근무교대, 피로와 방해 등으로 응급실에선 오류가 흔히 발생한다. 다른 영역에서는 환자에게 위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진료지연이 응급실에서는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매년 신입 의료진들에게는 똑같은 오류가 발생한다. 응급환자에 대한 여러 요인들로 의사결정이 어렵지만,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전공의들로 구성된다. 전문의와 교수들은 입원환자, 외래환자를 보느라 밤에는 다른 일들을 하거나 내일을 대비하는 일에 전념한다.

환자들은 인턴과 전공의들 사이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불필요한 고통을 겪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고, 응급실은 전문의가 담당하고 외래, 입원, 수술은 전공의가 담당하도록 할 수는 없다.

국내 응급의료체계에서 예방가능한 사망이 50% 가까이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응급의료체계의 개선을 통해 예방가능한 사망을 줄일 가능성이 생기지만, 마지막으로 응급실에서 이 부분을 줄여야 가능성이 현실로 바뀔 수 있다.

응급의료의 환자안전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명쾌한 해법을 찾지 못한 분야이다. 이 문제가 매우 복잡하지만 장기 계획을 가지고 단기적으로 하나씩 풀어나간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먼저 국가 차원의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장기 계획이 확립돼야 한다. 이 정책에는 응급실의 환자안전을 향상시킬 단계적 계획과 예산안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오류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운영돼야 한다. 다만 이런 시스템이 응급의료진에게 새로운 업무를 추가시켜서는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응급실 운영자들은 근무기관의 현실에 맞는 환자안전 지표를 선정해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활동을 해야 한다. 이들이 현장의 직접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복되고 반복되는 규제기관의 평가들을 축소해야 한다.

그리고 응급의료의 환자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장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들은 국가차원에서는 환자안전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현장에서는 응급환자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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