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위기다. 엎친데 덮친격이랄까, 노환규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 서명운동에 검찰고발로 뒤숭숭한 의협이 이번엔 추천 제품 문제로 이미지가 또한차례 내리막 길을 걷게 됐다. 자정활동과 공익사업 등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위상을 인정받으려는 의협의 정책도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 신뢰성에 타격
의협은 지난 2004년 5월 ㈜옥시와 업무협약을 체결, 협회 승인을 받은 옥시 데톨 제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명칭 및 로고를 사용토록 승인했다.

이 협약에 따라 옥시는 비누제품 등 데톨의 일반생활용품에 '대한의사협회 추천제품'이라는 문구를 삽입할 수 있게 됐으며, 의협은 옥시 측으로부터 제품 매출액의 5%를 후원받아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의협은 2004년 업무협약 당시 전 세계적으로 SARS, 신종플루, 조류독감 등 신종전염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국민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차원서 후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후 '신종플루 여파'와 질병관리본부·의협의 '손씻기 캠페인' 등으로 높은 매출 상승곡선을 그렸으며, 이에 따라 의협에 지원된 후원금도 크게 늘어났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2004년 4월 1일 부터 2013년 3월 31일까지 지난 9년 동안 19억7000만원(1억 5000만원은 반환 예정이므로 실제로는 18억원 정도)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송 대변인에 따르면 이 후원금은 전액 공익사업에 사용됐다. 공익사업 예산은 지난 9년간 의협 자체 예산으로 편성한 29억원과 후원금을 합해 총 46억원에 달한다. 남북의료협력사업 3억3000만원, 의료 및 사회봉사활동 9억원, 범국민손씻기운동사업 등 손씻기 제반사업 12억원, 각종 국내외 재난지원사업 8억원, 아동성폭력예방 등 기타 공익사업 2억8000만원 등 총 35억1000만원을 집행했다. 누적돼 남은 예산은 약 11억원 정도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의협의 공익사업이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 매년 자체예산과 후원금을 합쳐 4~5억원의 예산을 반영, 공익활동을 펼침으로써 국민과의 관계 강화, 신뢰회복, 국민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문가단체로의 위상을 정립하려는 목표도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의협 전체적으로 볼 때 예산상으로는 많은 범위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협회 이미지와 관련된 중요도는 매우 크다.

한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협의 역할을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부딪히면서 스킨십을 통해 알릴 수 있는 것중 대표적인 것이 공익사업인데 반토막난 예산으로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내년 총회에서는 총체적으로 사업계획을 살펴 공익 활동 사업은 계속 유지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사회공헌 사업이 어떻게 될 지는 상임이사회 등에서 충분히 논의가 되겠지만 우선은 대폭 축소가 에상된다. 특히 예산이 들어가는 일부 사업은 멈출 수도 있다. 송 대변인도 "예산이 줄어드는 만큼 일정부분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이사회 논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정기감사 주목
복지부 감사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협은 복지부로부터 3년마다 시행하는 보건의료단체 정기감사를 올해 받게 되는데 업무 전반에 걸친 종합감사를 앞두고 터진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 복지부 입장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현재 의협과 업체의 계약관계이므로 현행법 위반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 다만 논란이 발생한 이상 이 계약이 의협의 정관이나 운영규정을 위반했는지, 추천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후원금을 제대로 사용했는지 등에 대해서 두루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서류감사에 이어 다음달 정도면 현장감사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번 논란을 포함 문제가 있는 점에 대해선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의협회장 위기론, 협회의 추천 제품 윤리적 문제까지 겹쳐 60%대에 불과한 회비납부율이 더 낮아질까 우려된다"며, "예산부족으로 국민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사업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면 의협의 앞날은 더 어두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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