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심장, 그리고 숙녀의 손을 가진 외과 의사들은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외과'라는 단어 앞에 '위기'라는 수식어가 자리하게 됐다. 낮은 수가로 인한 원가 보전의 어려움과 불안정한 개원 환경, 열악한 전공의 근무 환경 등으로 지원자 수가 대폭 줄고, 이로 인해 다시 환경이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3D 학과라는 한탄도 나오고 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대협회 자료에 따르면 일반외과 전공의 지원자 수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줄어 이제 절반 수준인 6.6%에 머물고 있다. 또 같은 외과라도 세부 전공 과목에 따라 지원자 편차가 커 일부 과목에서는 모집 정원의 절반도 못채우는 외과 의사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기준 중증외상 분야에서는 정원의 36%밖에 채우지 못했다.

존스홉킨스의대 Elliott R. Haut 교수팀은 고심 끝에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판단, 의대 1년차 학생 126명을 대상으로 도시 지역의 레벨 1 외상센터 참관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미국 외상센터는 레벨 1~3으로 나뉘며, 1은 대학병원 수준의 최고의 의료시설을 갖춘 곳으로 내원 환자는 대개 중증 환자다.

참관자들은 수술복과 외상 호출기, 콜 룸(call-room) 시설 등을 갖춘 곳에서 소생법과 급성 수술 컨설트, 수술 과정, 중환자실(ICU), 수술실 등을 관찰했다. 참가 지원은 자발적으로 이뤄졌고, 외과를 지망하지 않는 학생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연구팀은 3년 후 졸업 또는 레지던시 매치(residency match) 전 참관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일반외과와 외상외과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는데 도움이 됐는지 여부를 평가했다. 응답률은 54%(68명)였다.

분석 결과 대다수 학생이 1회 참관했고, 13명은 1회 이상, 일부는 최대 4회까지 참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명당 평균 외상환자 2.4명, 일반수술 환자 1.1명, 외상 수술 0.5건, 일반외과 수술 0.3건 경험했다. 환자가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한 학생은 13명이었다.

참관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한 학생들은 대부분 "1학년 때 경험이 최고였다", "왜 의대를 지원했는지를 상기시켜줬다" 등으로 평가했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한 학생은 대부분 치료가 필요한 외상 환자가 없어 하룻밤이 지나치게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고 응답했다.

또 외과 지원에 대한 관심도를 10점 만점으로 참관 전과 졸업 전 각각 평가했을 때 참관 경험은 점수에 적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세부 전공 과목이든 원래 외과 전문의가 되려는 계획이 없었다고 응답한 학생 48명의 참관 전 외상외과에 대한 관심도는 평균 4.4점에 불과했지만, 졸업 전 평가에서는 5.3점을 기록했다. 일반외과에 대한 관심도도 5.5점에서 5.9점으로 상승했다.

그런데 외상외과에 대한 관심도 점수가 4점 넘게 증가해 매우 큰 영향을 받은 학생도 3명 있었다. 이들은 모두 참관을 통해 외상 환자를 3명 이상, 외상 수술을 1건 이상 관찰했고, 자신들이 받은 수업에 대해서도 만족했다.

외상외과에 대한 관심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수술 관찰 경험 여부와 목격한 외상 환자 수, 레지던트와 보낸 시간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환자의 사망을 처음으로 목격한 학생에서는 외상외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응답자 중 40%가 외과 전공의 지원 의사를 밝혔고, 16%는 일반외과를 지망한다고 했다. 이는 이전해 졸업반 학생 중 외과 지원생이 22%, 일반외과 지원생은 8%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고무적이다.

연구팀은 "비록 응답률이 낮았다는 한계가 있지만 자원자를 대상으로 한 밤샘 참관 프로그램은 의대 학생들에게 외상외과 수술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고 동시에 외과 전공의 지원률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최근 JAMA Surger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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