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순구 원주의대 교수·원주기독병원 소화기내과

[Expert Opinion]


B형, C형간염이나 알코올 간염과 같은 만성 간질환은 간세포와 조직의 손상으로 인한 염증세포의 침윤과 섬유화 과정을 거쳐 섬유질을 형성하게 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두꺼운 섬유질과 재생결절이 형성돼 궁극적으로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이 된다. 간경변증 상태는 간에서 하는 중요한 대사과정에 장애를 일으켜 조혈 및 면역작용 이상, 영양상태의 불량을 초래하며, 더욱이 간내 혈관의 저항 상승으로 인한 문맥압 항진증을 야기해 식도 및 위 정맥류 출혈, 복수, 자발성 복막염, 간성 뇌증과 같은 합병증을 발생시킨다.

“간경변증 그거 못 고치는 거 아닙니까?” 이에 대한 답변은 과거에는 “예” 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요” 가 답이다. 물론 모든 간경변증을 다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기 상태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말기가 아닌 비교적 초기, 중기라고 하는 대상성 간경변증은 그 발생 원인만을 잘 다스려도, 진행을 막거나 어느 정도 간섬유화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만성 간질환은 잘 낫지 않고 오랜 기간 속을 썩이는 대표적인 고질병들 중 하나로 B형, C형간염이나 알코올 남용과 중독이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이다. 다행히 10여년 전부터 B형, C형간염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 약물이 개발돼 C형 간염은 완치율이 80% 대에 육박하고, B형간염 또한 진행을 억제시켜 이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낮췄다.

간이 굳어가는 간섬유화 과정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섬유생성과 분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역동적 과정이며, 섬유생성과정(hepatic fibrogenesis)이 섬유용해과정(hepatic fibrolysis)에 비해 과다하게 발생할 때 간경변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섬유생성과정을 억제하거나 예방하게 되면, 섬유용해과정에 의해 간섬유화를 정지 또는 호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B형간염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 제제의 투여 후에 간섬유화가 호전되는 것을 간조직 검사에서 확인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간경변증의 주된 치료는 간경변증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으로 B형, C형간염 바이러스의 치료, 완전한 금주 등이 그 것이다. 간섬유화의 치료는 섬유생성은 억제하면서 섬유용해는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한다.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원인제거, 간성상세포의 활성화 억제, 또는 세포외기질 생성 억제, 활성화된 간성상세포의 사멸화유도 등이 주된 치료 접근이고, 이중 가장 중요한 항섬유화 치료는 염증유발의 원인제거다.

앞서 언급한 항바이러스약제에 의한 B형간염 바이러스의 치료나 페그인터페론으로 C형간염을 치료하는 것은 간섬유화의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이다. 그 외 항염증 약물인 스테로이드는 알코올과 자가면역성 간염 때 사용할 수 있고, colchicine은 항염증과 교원질 용해작용이 있다. 비타민 E와 같은 항산화제는 산화성 스트레스에 의해 지질과산화가 간성상세포의 교원질생성을 막을 수 있으며, 원발성 담즙성 간경증에서는 ursodeoxycholic acid와 같은 세포보호(cytoprotective) 약물 등이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페론 감마가 간성상세포의 활성화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와 안지오텐신수용체길항제가 간성상세포의 활성화와 수축을 억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만성 간질환 환자를 장기추적한 우리나라 보고에 의하면, 정맥류와 복수가 없을 때는 사망률 또한 매년 1% 로 거의 사망할 가능성이 희박하나, 복수가 생기면 사망률이 매년 20%로 증가하며, 만일 정맥류 출혈도 동반되면 사망률은 매년 57%에 이른다. 정맥류 출혈의 위험도는 내시경 검사에서 정맥류 크기가 큰 경우와 정맥류의 적색편흔이 있는 경우에 높다. 따라서 주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간경변증의 관리전략은 1. 간경변증을 야기한 원인질환을 확실히 치료한다. 2. 정맥류 발생 및 출혈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주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며, 아울러 복수나 간암의 발생 여부를 진단하기 위한 영상학적 검사와 혈액검사도 정기적으로 시행받아야 한다. 3. 식생활에 관하여는 말기 간경변증 환자를 제외하고는 큰 제약이 없으나, 저염식의 식사를 권하고 있으며, 전문가의 영양 상담과 조언을 듣고 따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