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치료제들 개발 중…간기능 보존이 우선

[연세의대 안상훈 교수]

국내 만성 B형간염(CHB)의 인지도와 예방접종률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간암으로 발전할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질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CHB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와 있지만, 완치에 도달하는 비율도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세의대 안상훈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대한간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환자들의 치료순응도를 유지시키는 것”을 CHB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꼽았다. 평범이 비범이라 했던가. 얼핏 일반론으로 들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제시한 이유를 자세히 들어봤다.

- 대한간학회의 가이드라인을 강조한 이유는?
대한간학회가 2011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2007년 판을 업데이트 한 것으로 진단, 치료, 치료 후 관찰 등 최신 근거들을 기반으로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또 면역억제치료, 장기이식, 신부전, 중복감염, 임산부, 소아 등 세부 환자군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미국간학회(AASLD)와 유럽간학회(EASL)는 2009년에 CHB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특별한 권고사항은 발표하지 않았다. CHB 치료전략이 현재 수준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완성돼 있다는 것이다. EASL이 2012년 발표한 업데이트 가이드라인에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는 점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간학회의 CHB 가이드라인은 국내 상황을 고려한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어, 보수적인 성향의 AASLD와 진보적인 EASL 가이드라인과 비교했을 때 권고사항 내용에 차이가 있다. 치료기준의 경우 AASLD는 HBeAg 10만 copies 이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만 copies 이상일 때 치료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간경변 환자 치료 권고사항에서 EASL은 간수치가 정상이라도 HBV DNA가 있다면 치료를 시작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간수치가 정상인 간경변 환자에서 HBV DNA가 1만 copies 이상일 경우 치료하도로 하고 있다.

- 현재 가이드라인에서 보강될 내용은?
새로운 치료약물들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내성 치료에 대한 내용들은 추가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초치료 시 치료반응이 낮은 환자군, 기존 내성 환자군, 현재 내성이 있는 환자군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내성 위험도가 높고, 라미부딘 등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병용치료에 대한 급여 승인이 비교적 최근에 된 편이어서 이미 내성을 가지고 있는 환자비율이 높은 편이다.

가장 최근에 사용되기 시작한 테노포비어는 대체적으로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5년의 치료경험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내성환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또 최근 발표된 2년 기간 연구에서는 테노포비어 단독요법이 라미부딘+아데포비어 병용요법보다 효과가 좋다는 결과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장기간 연구결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 환자치료 시 고려해야 할 점은?
엔테카비르와 테노포비어의 국내 출시 이후 1차 의료기관에서도 초치료 환자뿐만 아니라 내성환자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단 우리나라 보험기준과 대한간학회 가이드라인 사이에 차이가 있지만, 환자의 예후를 고려할 때 치료는 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초치료에서 동반질환 및 고령 여부, 부작용 발생에 대해 고려해야 하고, 재치료 환자는 치료병력을 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치료전략에 대한 근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요한다.

특히 약물을 함부로 중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을 중단할 수 있는 경우는 HBsAg가 없는 상황이 3년 이상 유지될 때로 보고 있는데 이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 테노포비어도 미국에서 발표된 5년 연구에서 완치된 사례는 있었지만, 비율은 높지 않았다.

약물을 중단할 경우 간기능이 감소해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약물 중단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현재 CHB는 조절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있고, 날이 갈수록 새로운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후 새로운 약물들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환자들에게 설명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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