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매매 합법화" 조심스레 고개
"장기매매 합법화" 조심스레 고개
  • 송병기
  • 승인 2002.10.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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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증자 턱없이 적어 암암리 불법거래
미국에 이어 영국정부가 장기기증의 일부 유료화 방안을 검토하자 국내외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장기매매 합법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BBC는 최근 "영국 보건당국이 1989년부터 시행해온 "장기이식법" 중 매매금지규정의 폐지를 고려중"이라는 보건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신체 장기중 신장에 한해 제공자가 친·인척일 경우, 사례금 명목의 비용을 지불할 수있도록 하는 이 방안이 입법되면 지금까지 비밀리에 진행돼 온 장기매매가 공식적으로인정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영국 보건당국은 사전의견청취를 위해 장기매매금지 폐지안을 관련 시민들에게 배포,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에 앞서 올해 초 미국 정부가 이식장기 부족현상에 대처키 위해 인체장기 및 조직매매 합법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대부분 국가 장기매매 금지=인간장기매매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장기이식이 실용화 단계에 접어 들면서 각국 정부는 이로 인해 야기될 사회문제를 고려, 장기이식은 합법화 하되 상업적 이용은 법으로 금지시켜 놓은 것이다.

영국은 1989년 "인간장기이식법"을 제정, 장기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해 왔다.

미국의 경우, 1984년 한 병원의 장기매매 사건으로 금지법안이 제정됐다.

불법거래가 가장 빈번한 곳 중의 하나인 인도 역시 10년 전부터 이를 금지시켜 놓은 상태. 우리나라도 2000년 2월부터 장기이식을 합법화 하고 매매를 금지하는 "장기이식법"을 제정, 시행해 오고 있다.

◇불법 밀거래 성행=그렇다면 장기이식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상업적 이용을 막겠다는 각국 정부의 의지는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을까?

인도의 경우를 보면 법과 현실의 괴리감이 얼마나 큰 가를 느낄 수 있다.

최근 BBC 특별보도에 의하면 인도 남부지역의 빈민촌 거주자들 중 상당수가 미화 1,000달러 이하의 가격에 신장을 팔아 왔다고 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앞다투어 장기거래를 원하는 이유는 단지 빚을 갚거나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한 것. 가난이 인간의 가치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 타밀나두주(州)의 마드라스시(市)는 "Kidney County"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장기매매에 의사들 개입=이들이 제공한 장기들은 유럽이나 북미지역의 이식 희망자들에게 고가로 제공되는데 직접 현지를 찾거나 기증자들을 불러 들여 이식을 받는다. 기증자에게 헐값에 사고 이식자에게 고가에 팔 수 있는 이유는 브로커가 개입되기 때문.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과정에 의사들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영국에서는 의사 2명이 가족중 장기이식 희망자가 있다며 잠입 취재한 신문사 기자에게 인도에서의 장기밀매를 알선해 줄 수 있다고 시인하는 내용이 공개돼 의사면허 취소와 6개월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는 일대 사건이 있었다.

제3국에서의 장기매매 알선에 의사들까지 개입한다는 소문이 진실로 밝혀진 것으로 영국 정부가 장기매매 금지법이 더 이상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됐다.

◇수급 불균형이 불법매매 조장=장기매매의 급증은 이식을 희망하는 환자에 비해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장을 이식받고자 수년을 기다려온 환자들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범법이라는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장기나눔네트워크(UNOS)의 금년 9월 현재 자료에 따르면 장기이식 대기중인 미국인이 8만73명에 달하며 이중 5천여명 이상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합법화를 둘러싼 논쟁=장기매매 합법화를 둘러싼 찬반양론은 거세다. 찬성론자들은 법의 규제가 오히려 장기 암거래를 부추기고 있으며 정상적 장기기증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증자에 대한 물질적 보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장기매매가 합법화 될 경우 기증자나 이식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기증자들이 저개발국 지역에 편중돼 있어 공급경쟁이 야기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식 희망자중 상대적으로 부유한 이들이 우선권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생빈사(富生貧死)요, 가난이라는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무시돼서는 안된다는 윤리적 측면의 지적이다.

◇국내상황=국립장기이식센터(KONOS)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2년 9월 현재 국내 장기이식대기자는 1만29명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올들어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1,224건, 뇌사자 장기이식 124건, 사망자 각막이식 69건 등 수요에 반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

따라서 국내에도 장기 밀매가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최근 인터넷 사이트와 병원화장실이나 지하철 등에서 은밀하게 장기를 제공하겠다고 밀매매를 알선한 브로커들이 구속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중앙일보 온라인 2월 26일자).

이와 관련 곽진영 대한이식학회장은 "우리나라 장기이식법이 절차나 규정상 까다로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의 재정비와 보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지 장기기증의 유료화는 윤리적,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 학회, 민간차원에서 장기이식법 재정비를 위한 작업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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