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단독 권고 vs 최근 연구는 병용효과 지지
"급성기 환자에서 병용요법 고려될 수도"


뇌졸중 2차예방과 관련해 항혈소판제 단독요법(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을 적용할 것이냐, 아니면 초기부터 이중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으로 갈 것이냐가 핫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연이어 발표된 임상·관찰연구들이 항혈소판제 단독보다 병용요법의 효과가 우수하고 출혈위험은 높이지 않는다며 뇌졸중 2차예방에 있어 가이드라인 권고안을 상대로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적용에 회의적인 견해를 피력해 온 권고안들이 기존 입장을 바꿀지, 바꾼다면 어느 정도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HA·ASA 가이드라인

미국심장협회(AHA)와 산하 뇌졸중협회(ASA)는 지난 2011년 뇌졸중 2차예방 가이드라인(Stroke 2011;42:227-276)을 발표, 항혈소판요법에 대한 권고안을 정리했다.

"아스피린(1일 1회 50~325mg) 단독요법(Class I, Level A), 아스피린 25mg과 디피리다몰 서방형 1일 2회 200mg의 병용요법(Class I, Level B), 클로피도그렐(1일 1회 75mg) 단독요법 모두 뇌졸중 2차예방을 위한 초기요법으로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클로피도그렐에 아스피린을 더하는 요법은 출혈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어, 허혈성 뇌졸중이나 일과성뇌허혈발작(TIA) 후 2차예방을 위한 통상적인 사용은 권고되지 않는다(Class III, Level A)"며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적용시 주의를 촉구했다.

각각의 단독요법과 비교해 항혈소판제의 병용요법이 뇌졸중 2차예방이나 예후의 개선에 보다 효과적이지 않은데다, 출혈위험은 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예방 전략으로 이중항혈소판요법이 우선적으로 권고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CHANCE

최근 NEJM 2013; 369:11-19에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일부 뒤집는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올해 초 ASA의 국제뇌졸중학술대회(ISC 2013)에서 먼저 선보인 결과로, 이중항혈소판요법의 뇌졸중 2차예방 효과를 검증한 CHANCE 연구였다.

경한 뇌경색(minor ischemic stroke)이나 TIA 환자의 급성기 조기치료 전략으로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의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적용했을 경우 뇌졸중 재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검증코자 했다.

경한 뇌경색은 뇌졸중 증상이 지속되지만 환자에게 장애를 야기하지 않는 상태로 중한 뇌졸중(major stroke)에 선행되는 경우가 많다. '미니 뇌졸중(mini stroke)'으로 불리는 TIA는 심하게 좁아진 뇌혈관으로 피가 흐르지 못하다가 다시 흐르거나, 뇌혈관이 혈전에 의해 막혔다가 다시 뚫린 것으로 잠시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다가 수 분 또는 수 시간 내에 사라진다.

ASA는 "경한 뇌경색이나 TIA를 한·두 번 경험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10배 가량 높다"며 즉각적인 치료를 주문하고 있다. 이들에게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뇌졸중 위험을 막기 위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강조되고 있지만, 급성기의 조기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다.

▲병용군 뇌졸중 위험 32% 감소

연구는 중국의 114개 의료기관에서 경한 뇌경색이나 TIA를 경험한 517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증상 발생 24시간 이내에 저용량 아스피린(1일 75mg) 단독 또는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300 mg 이후 1일 75mg) 병용군으로 무작위 배정돼 치료를 받았다. 병용군 환자들은 치료시작 후 21일 시점에서 출혈위험을 고려해 아스피린 투여를 중단했다.

90일까지의 관찰결과, 병용그룹의 뇌졸중 발생빈도는 8.2%로 아스피린 단독군(11.7%)과 비교해 32% 낮은 상대위험도를 나타냈다(P<0.001). 2차 종료점이었던 뇌졸중, 심근경색증, 혈관 원인 사망의 복합빈도 역시 병용군의 위험도가 31% 낮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1). 중등도 또는 중증의 출혈 빈도는 두 그룹 모두 0.3%로 차이가 없었다. 출혈성 뇌졸중 빈도 역시 양 그룹 모두 0.3%를 나타냈다.

한편, CHANCE 연구는 전적으로 중국인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Claiborne Johnston 교수는 이에 대해 "북미 환자들을 대상으로 같은 목적의 POINT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며 "CHANCE에 이어 다른 인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조기적용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뇌졸중 환자 등록연구

이에 앞서 국내 의료진이 우리나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등록연구 역시 뇌졸중 2차예방에 있어 항혈소판제 단독 대비 병용요법의 효과를 지지하며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노재규, 한림대의료원 신경과 이병철 교수팀은 유럽심장학회 공식저널 European Heart Journal 2013.05.31 온라인판에 '뇌졸중 아형에 따른 2차예방'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 "아스피린 또는 클로피도그렐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 보다 병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2002년 1월부터 2010년 9월까지 전국 30개 병원에 입원한 허혈성 뇌졸중 및 TIA 환자 4만6108명(Korean Stroke Registry, KSR)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2차에방 성과를 분석한 결과다.

뇌졸중 아형에 따라 분석한 결과, 동맥경화에 의한 뇌경색 환자에서 항혈소판제 병용요법군의 뇌졸중 재발위험이 단독 대비 11%로 유의하게 감소하는 등 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에 대해 "국제표준 진료지침인 단독요법 사용 권고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라며 "뇌경색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단독요법만을 사용하지 말고 뇌경색 유형을 고려해 단독과 병용요법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급성기 환자에서 병용요법 권고될 수도"

이들 연구결과를 놓고 뇌졸중 2차예방 전략의 권고안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국 뇌졸중 환자 등록연구에 참여한 한림의대 유경호 교수(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는 두 연구 모두 급성기 뇌졸중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CHANCE는 증상 발생 24시간 후부터, KSR 연구는 1~2주 이내에 항혈소판 치료가 적용됐다. "따라서 전반적인 뇌졸중 환자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한 가이드라인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유경호 교수는 국내 의료진의 보고가 관찰연구였다는 점과 함께 "CHANCE가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였지만 샘플 상의 한계가 존재한다"며 다른 인종 등 보다 광범위한 RCT가 추가되고 여기에 메타분석까지 합쳐진다면 큰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또 "전반적으로 출혈위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항혈소판요법의 통상적인 사용은 힘들겠지만, 급성기 환자에서 이중항혈소판요법의 권고 쪽으로 가이드라인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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