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서울시병원회 '병원CEO 경영포럼'에서 주제강연을 맡은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는 "미래에 성공하는 병원은 24시간 가동하는 병원, 첨단수술을 잘하는 병원, 탁월한 전문영역을 가진 병원,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연구 개발이 강한 병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꼽힌 ‘24시간 가동 병원’의 실제적인 움직임이 올해 들어 하나둘 추가로 이어지면서 앞으로의 경쟁력이 될지 관건이다.

24시간의 시작은 1962년 개원한 김안과병원이다. 개원 당시부터 휴일, 공휴일, 명절할 것 없이 365일, 24시간 진료해왔다. 안과 영역 응급수술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철저히 환자 중심을 위한 시도다. 물론 알려져 있는대로 적자운영이다.

올해 상반기 들어 이어진 24시간 경쟁 영역은 응급심장수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센터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와의 협진을 통해 내과적 외과적으로 질환을 다방면으로 분석,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동맥클리닉은 24시간 대동맥 및 혈관질환에 대한 응급수술이 가능한 대동맥 클리닉 진료팀을 구성, 운영한다. 흉통 클리닉은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관상동맥 조영술 등 당일 시술을 통해 One-Stop 진료를 시행하고, 필요한 모든 검사는 가능한 내원 당일 시행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도 환자 이동 없이 한 장소에서 심혈관 및 전신 혈관의 중재적 시술뿐만 아니라 외과적인 수술이 모두 가능한 혈관 조영장비와 수술 장비를 갖춘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선보이면서 24시간을 내세웠다.

협심증 및 심근경색증센터, 심장영상센터, 판막질환센터, 심방세동센터, 심장병예방재활센터, 심부전심장이식센터, 혈관질환센터 등 7개의 전문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해 빠른 치료를 가능하며, 24시간 365일 상시 응급 의료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질세라 세종병원은 급성 심혈관질환에 즉각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 이미 개원일 때부터 365일 24시간 항시 원내에 상주하도록 ‘응급심장팀’을 구성, ‘24시간 심장혈관응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응급심장팀’은 심장내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마취과, 응급의학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콜과 동시에 심장내과 전문의를 포함한 심혈관팀의 신속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항시 원내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긴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경우 시간 지체 없이 곧바로 수술이 가능하다.

지난 1일에는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가 응급 심장마비 부정맥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24시간 응급 심장마비 부정맥 시술’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급성 심장마비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이 가슴압박과 전기충격요법 등의 소극적인 응급처치에 머물러 있었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치명적 부정맥을 제거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부정맥센터는 3인 이상의 심장내과와 심장외과 전문의, 영상의학과 및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의 부정맥 전문 간호사와 기사, 그리고 코디네이터가 한 팀으로 24시간 순환 근무를 하며 전문적인 응급 부정맥 시술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려대병원 부정맥센터장 김영훈 교수는 “최근 치명적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장마비 환자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24시간 응급 심장마비 부정맥 시술을 통해 더 많은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해, 급성심장마비로 인해 갑자기 사망하는 환자들과 가족들의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이 시스템을 더욱 선진화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외과 수술에서도 24시간은 흔히 볼 수 있다. 구병원은 전문의 28명 중 외과 전문의가 1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기시간이 없고 즉각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맹장(충수염) 수술의 경우, 외과 전문의가 24시간 대기해 복강경으로 즉시 시술하기 때문에 대학병원으로 가던 환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365정형외과병원 역시 이름처럼 365일, 24시간 비상근무체계로 상시 정형외과 수술과 진료를 제공한다. 야간응급수술 역시 가능하도록 준비돼 있다.

앞으로는 수술을 넘어 진료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24시간 가동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역시 ‘인력’이다. 1명의 전문의가 맡아서 수술, 진료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추가 인력을 채용하되 분명한 교대 일정을 정하게 된다. 부가적으로 간호사 등의 보조인력도 필요하다.

한 병원장은 “환자들의 분명한 요구가 있지만, 그만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며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것도 어렵고, 하더라도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 하지만 당장 진료시간 연장만으로도 엄청난 반발이 있는 만큼 원장의 의지대로 실천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원장도 "응급당직도 많이 서면 블랙리스트 같은 것을 공유해 스탭이 잘 채용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24시간 운영한다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대학병원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원급에서는 아예 이름 자체를 365일 24시간진료의원으로 지은 천안의 내과의원이 있으며, 서울 GF 소아과는 원장단 4명이 밤중에 갑자기 열이 나는 소아환자를 위해 교대근무를 통해 24시간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개인의원을 24시간 운영하다 포기한 한 원장은 "3명이 번갈아가면서 했는데 갑자기 한 명이 그만두거나 개인 사정이 생기면 엄청난 타격이다. 거기에 환자들이 위급하면 의원이 아닌 응급실로 몰려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24시간 운영하다 포기한 의원들이 꽤 많은데 야간 추가 수가 산정이 있지만,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그만큼의 운영비 지원 등의 혜택을 줘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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