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특집] "대학이나 ·병원이 연구자 평가 잣대로 삼기 때문"

최근 란셋의 편집장인 Richard Horton이 란셋(vol 381 May 25, 2013) Comment 코너에 한국에서 느꼈던 감정을 'Think English'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다.

Horton은 지난 5월 11일 분당서울대병원 개원 10주년 심포지엄에 연자로 참석해 발표를 한 후 기자간담회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원고의 첫 시작을 "How can I publish my paper in the Lancet?"으로 시작했다. 이는 기자 간담회 때 분당서울대병원의 모 교수가 Horton에게 질문 주변을 한바탕 웃음으로 몰아넣었던 바로 그 물음이다. 당시 몇몇 교수들은 우리나라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질문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Horton은 그 질문을 기억한 듯 했다. 그는 란셋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의 발전을 위해 좋은 출발은 아니라는 자신의 의견과 비영어권 국가에서 저널의 IF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얘기를 썼다.

원고 마지막에는 분당서울대 심포지엄에서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홍성태 부회장(서울의대 기생충학과)이 발표했던 내용도 적혀 있다.

그런데 그 글의 내용은 썩 유쾌하지 않다. 직접적으로 적지는 않았지만 국내 연구자들이 마치 저널의 IF에만 목매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 유명 저널의 편집장이 느낄 정도로 우리나라 교수들은 SCI와 IF에 무한대의 애정을 보내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학회에서도 SCI만을 인정하고 평가해주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따라서 교수나 연구자들만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계적인 분위기가 SCI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또 최근엔 란셋 등 유명 저널들이 Lancet Neurol, Lancet Oncol, Lancet Infect Dis 등 자매지를 늘려가고 있어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블랙홀처럼 좋은 논문은 모두 빨아들이겠다는 기세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한 펠로우는 "모두가 인정하는 훌륭한 논문이라도 병원이 인정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교수 임용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논문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병원의 평가가 SCI인데 혼자 연구자의 양심을 고집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SCI에 논문을 게재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국내 학회가 발생하는 학술지 중 PubMed에 등재돼 있는 학술지는 75개, 세계 최대 인용 색인인 SCOPUS에는 69개다. SCI(E)에는 27개인데 IF들도 0~2점대 사이이고 그나마 2점대로 높은 점수를 유지하는 축에 속한다.

최근 발표된 2012년 SCI IF에서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이사장 최병휘)와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이사장 정지태)가 공동으로 발행하는 Allergy Asthma & Immunology Research(AAIR, 편집위원장 박춘식)'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IF 2.653 수준이다.

이처럼 아직 국내 학술지의 위치는 세계 수준에서 생각하면 미미하기 짝이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논문을 게재하고 전혀 체계가 없는 에디터 시스템도 다듬어야 하고 또 국내 학술지에 대한 국제적 홍보 등 다방면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무조건 SCI에 맹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세계 각국의 과학자 155명이 모여 현재의 IF로 논문을 평가하지 않아야 하며 또 채용, 승진, 연구비를 결정할 때 이를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의편협 홍성태 부회장은 일본이나 중국, 우리나라 등 아시아쪽의 저널이 SCI에 등재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홍 부회장은 "톰슨 로이터 등이 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데 이미 구색 맞추기기 끝났기 때문"이라며 "IF가 톰슨 로이터의 철저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인 논문을 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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