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무시 일률적 IF 수치화 불합리

최근 학계에서는 IF를 연구의 수준으로 평가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5월 세계 각국의 과학자 155명과 주요 과학 단체 78곳이 연구자들의 연구비 지원, 고용, 승진 등에 중요 자료로 활용되는 연구 평가 방식의 불합리 관행을 개선하라는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미국국립과학회보(PNAS), 미국 세포생물학회(ASCB) 등 78개 단체와 폴 너스 영국 왕립학회장, 브루스 앨버츠 사이언스 편집장 등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과학계 유명인사 155명이 참석했다.

이 선언문의 골자는 과학자 개인의 기여를 평가하거나 채용, 승진, 연구비 배경 결정할 때 JIF와 같은 저널 기반 수치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IF와 같은 수치로 논문 자체를 평가하지 말고 논문과 연구의 질을 평가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선언문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톰슨 로이터사가 계산해 발표하는 IF는 저널 내에서 인용 빈도 분포가 매우 치우쳐 있고, 분야에 따라 IF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판단은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학술지의 편집 방침에 따라 조작이 가능하고 산출에 쓰이는 데이터가 투명하지 않고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올해 5월 11일 분당서울대병원 개원 10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한 란셋의 Richard Horton 편집장도 이번에 발표된 선언문과 같은 맥락의 말을 한 바 있다. Horton 편집장은 의학자들이 유명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 유명 저널에 얼마나 많은 논문을 게재했느냐 식의 경쟁적인 분위기는 학문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저널을 단순하게 순위만 보고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학문의 발전을 떠받치고 있는 이들은 유명 저널에 싣기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꿋꿋하게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연구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의학저널 분야 세계 최대 출판업체인 엘세비어(Elsevier) 지영석 회장도 모든 저널이 다 같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각각의 주력 분야가 다르므로 자기 분야의 최고 저널이면 된다는 것이다. 지 회장은 "좋은 저널이 되려면 기존의 저널과는 다른 독특한 미션이 있어야 한다"며 "좋은 저널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션을 실행하는 편집인, 출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과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IF 반대하지만…현실은 냉정

국내 연구자들도 IF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종은 순수한 학문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저널의 IF가 아니라 논문 인용(Citation)이 얼마나 많이 됐는지가 더 중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것.

모 대학 교수는 "IF가 높은 논문이 꼭 좋은 논문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지만 교수 임용이나, 연구비 평가, 병원 업적 평가 등에서 IF를 채점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대학교나 병원 등에서 이에 대한 생각 전환이 없는 이상 이러한 현상은 계속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생명과학계 연구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사이트 브릭(bric)에서도 스카포(SKY, 카이스트, 포항공대) 출신이아니거나 CNS(셀- 네이처-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이 없으면 교수될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냉혹한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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