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에 있어서 인턴제도가 갖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다. 인턴은 학생 때 충분히 해보지 못한 술기에 대해 더 접근 할 수 있으며 각 과를 순환 근무하면서 각과의 기본적인 진료를 접해볼 수 있다.

이 점이 장점이 되려면 인턴 수련을 마치게 되면 일차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는 목표가 달성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처럼 매달 혹은 보름마다 여러 과를 순환 근무를 해서는 이러한 목표를 성취하기가 어려우며,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차 진료의를 양성하는 과정이 3년 혹은 그 이상이다. 일차 진료의가 되려면 이를 위한 독립적인 수련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인턴제도는 일차 진료의를 양성한다는 목표에는 적합하다고 말할 수 없다.

다른 장점으로는 여러 과를 다양하게 소개받아서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각 과를 순환 근무하면서 각 과에 대한 특성을 익힐 수 있어 향후 본인의 장래 희망 과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본인이 희망하는 과의 교수님들이나 레지던트들과 알고 지내는 기회가 생기므로 이 또한 생판 모르는 곳에 지원하는 것보다는 이득이 된다. 이 점은 현재 인턴 제도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의과대학의 임상실습을 강화하고 개선함으로써 어느 정도 가능하다. 굳이 이를 위해 1년이란 기간을 모든 의대 졸업생들이 소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턴 제도의 가장 큰 단점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1년이라는 수련 기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모든 의대 졸업생들이 똑같이 1년이란 기간을 투자하기에는 인턴제도는 장점이 적다. 인턴제도가 폐지된다면 수련 기간을 줄일 수가 있고 이는 인턴제도 폐지의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인턴제도가 폐지되면 현재의 수련 프로그램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오게 된다. 이 변화는 수련 기간의 변화 뿐 아니라 수련의 내용에 있어서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인턴제가 폐지돼 레지던트 과정만 남고 레지던트 수련기간의 현재의 수련기간을 유지한다면 전공의 수련기간은 현재 인턴 수련기간만큼 즉 1년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인턴 없이 레지던트 수련을 바로 시작한다는 것을 고려해 각 전문학회 별로 학회의 특성에 맞는 수련기간을 결정해야 한다. 인턴 수련이 레지던트 수련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면 레지던트 수련 기간은 현재의 수련기간보다 늘어야 한다. 그러나 인턴 폐지가 전공의 수련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면 수련기간은 당연히 현재의 수련기간과 동일하거나 아니면 더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레지던트 수련 프로그램은 인턴을 하고서 레지던트를 시작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수련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인턴제도가 폐지되면 의과대학 학생에서 바로 레지던트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수련 프로그램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가장 큰 변화는 1년 차(NR1) 수련 프로그램일 것이다. 각 전문학회 별로 각 전문과를 수련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임상 역량이 있을 것이다. 현재는 각 인턴 과정을 하면서 기본 임상역량을 얻게 된다.

인턴제가 폐지 되면 이러한 기본 임상역량을 학생 때 어느 정도 익혀야 하며 각 전문학회 별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NR1에서 익힐 수 있도록 수련 프로그램을 조정해야 한다. 이 기본 임상 역량 수련 과정을 몇 달을 할 것인가, 무슨 과를 배우게 할 것인가, 시기는 NR1의 어느 시기에 하도록 할 것인가, 이 과정의 수련 목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 등, 앞으로 이러한 모든 것들을 의학회와 각 전문학회들이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처음 몇 년간은 기존의 전공의 과정에 들어온 전공의가 NR 프로그램의 전공의와 공존하게 된다. 이로 인해 수련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NR 수련 프로그램을 만들 때 연차 별 수련계획 및 수련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하며 또한 연차 별 수련 평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인턴제도의 폐지는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 60여 년의 역사에서 그 어떤 변화보다 큰 변화이다. 이로 인한 여러 문제들이 잘 해결돼 새로운 제도하에 좋은 수련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잘 운영되도록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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