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심사업무 이관 또다시 고개 '빼꼼'
공단, 심사업무 이관 또다시 고개 '빼꼼'
  • 서민지 기자
  • 승인 2013.07.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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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업무 비판 잇따라...업무도 중첩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냉전관계가 더 얼어붙고 있다.

공단은 '건보 효율화와 재정안전성'을 근거로 심평원의 심사업무를 이관 주장을 다시금 선언하고 있으며, 최근 이사장까지도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공단과 심평원은 정부 정보화 3.0 추진과제인 '빅데이터 활용'을 두고도 소통하지 않아 업무 중첩 논란도 일고 있다.

심지어 보건의료 핵심정책으로 꼽히는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서는 협업을 거부한채 '미루기' '떠넘기기'식으로 흐지부지 진행 중이다.

최근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이 심사권 이양 주장에 가세했다. 김 이사장이 운영 중인 '건강보험 공부방(Mr건강보험)' 블로그의 누적방문자 수가 200일만에 10만명이 돌파한 것을 기념해 퀴즈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여기에서는 지난 여러 게시글과 마찬가지로 '심평원의 심사업무, 급여 결정업무 등을 공단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특히 문제3번을 통해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 이후 2000년 국민의료보험법 폐지 때까지 36년간 건강보험 보험자(공단)는 보험적용 항목과 가격을 결정하는 보험급여의 00과 제대로 비용을 썼는지 확인하는 보험급여 비용의 00를 담당했다"면서 "이들 업무는 지출관리의 시작과 끝인데, 2000년 이후부터 공단의 업무에서 빠지게 됐다"고 명시했다.

빈칸에 해당되는 정답은 보험급여 '결정'과 '심사'며, 이는 현재 심평원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다. 즉 김 이사장이 이번 문제를 통해 심평원이 이들 업무를 가져가 공단에서 하지 못했음을 은연중에 강조한 것이다.

심사권 이양 주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5월 게시글에서도 "1999년 제정된 건보법에 따라 보험급여 결정이 빠지고 급여의 지급만 규정하면서, 공단은 지출결정(급여결정)을 할 수 없다"면서 "비용의 심사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공단은 지출관리도 못한 채 수입관리만 하는 반쪽짜리 보험자가 됐다"고 토로한 바 있다.

심사권 이양을 위해 재정절감 기여에 대한 비교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현재 진료비 심사ㆍ삭감을 담당하는 심평원이 2011년 2500억원을 삭감, 공단으로부터 심사 수수료 명목으로 1800억원을 지원받았다"면서 "심평원이 절감한 건보 재정은 700억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단이 자체적으로 부정수진을 확인해 환수결정한 금액은 3600억원에 육박한다고 강조하면서, 심평원이 재정절감에 그다지 기여하지 않는 점을 노골적으로 꼬집었다.

이같은 공단의 심사권 이양 주장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보공단 쇄신위원회의 활동보고서인 건강복지플랜을 통해 "급여결정, 진료비 청구·심사·지급체계 합리화를 위해서 진료비 심사권한을 공단에 부여해야 한다"고 명시, 꾸준히 이에 대해 거론 중이다.

특히 쇄신위에서 해당 분야 책임자였던 현재룡 급여관리실장은 이 내용을 공식석상에서 지속적으로 피력해왔고, 최근 이사장까지 가세한 모습에 대해 현 실장은 "당연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심평원이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과 관련, "자동차보험과 같은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공단에서 심사를 대부분 진행하되, 전문적인 심사가 필요할 경우 심평원에 위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기관인 심평원이 굳이 자잘한 심사까지 도맡는 것은 행정적 낭비라고 덧붙였다.

심사권 이양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달 중 보건복지부에서 부과체계 개편을 위한 추진단이 만들어지는데, 추진단 관계자는 "쇄신위의 자료나 기초연구 등을 참고하겠지만, 심사권 이양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공단을 향해 "정책집행자가 아닌 보험자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현재 자신들이 가진 업무에 대해서만 집중하라"고 수차례 경고해왔다.

복지부나 국회의 강경한 반응에 공단은 잠시동안만 주춤했을 뿐, 최근에는 이사장까지 가세해 '심사권 이양 주장'을 다시 대대적으로 펼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공단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업무는 심평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최근 국민들의 질타를 받는 부분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서도 묵과했다.

현 실장은 "공단에서 이 부분에 대해 할 일이 많지 않다"며 "공단의 몫인 실태조사 부분만큼은 철저하게 진행하겠지만, 중점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비급여 조사, 분류 등은 심평원의 몫"이라고 견지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비급여 관리 등을 소홀히 해온 탓에 좀처럼 속도를 내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말까지 비급여 부분에 대한 보장성 로드맵이 나올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공단은 심평원에서 제대로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라면서, 현 실장은 "포괄수가제 집행 부분만 보더라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그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포괄수가제도만을 위한 부서를 3곳이나 만들었음에도 효율적으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두 기관의 창립기념일인 7월1일 당시에는 "공단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나와 일을 했지만 심평원은 공식적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다. 포괄수가제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데, 확대시행 당일날 어떻게 쉴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단-심평원의 불협화음의 결과가 최근 심평포럼을 통해 크게 부각됐다.

두 기관은 불신, 불통 탓에 똑같은 빅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것도 모른 채 추진했다.

이날 심평원은 과거 5년간의 건강보험 청구자료와 기상청 자료 등 빅데이터를 토대로 날씨-질병 간 상관관계를 분석, '질병 예측 알림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공단에서 발표한 '국민건강 주의 예보' 서비스와 매우 흡사한 것으로, 이는 공단에서 보유한 빅데이터와 소셜미디어 정보를 융합, 유행성 질병이나 지역·연령에 따른 질병 위험 예보를 일기예보처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심평원의 계획을 듣고 당황한 공단은 수습하기에 바빴다.

곽금순 공단 건강관리실 부장은 "차이점이 존재하긴 한다"면서 "공단은 예후데이터, 비정형데이터를 활용한 예고시스템인 반면, 심평원에서 준비 중인 서비스는 쌓여져 있는 데이터를 기준에 따라 분리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껍질은 비슷하나 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두 기관의 업무 중첩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히려 '업무중첩' '행정적 낭비'를 곱씹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해 좌장을 맡은 정형선 연세대 교수는 "빅데이터 활용 사업 이전에 공단과 심평원의 관계 조율이 필요한듯 하다"면서 당장 힘들겠지만 협업을 통한 대국민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건의료 관련 전문가, 복지부 관계자들도 기관간의 힘겨루기보다는 국민을 위해 서로의 정보를 융합, 소통하는 자세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고래들 싸움에 의료계는 좌불안석이다.

재정절감을 목표로 두 기관이 싸우게 되면, 심평원은 급여 삭감, 공단은 협상에서의 불리한 조건 제시 등 이중고를 겪게 된다는 분석에서다.

대한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심평원이 건보 재정을 효율화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병원은 '삭감'의 위기에 처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두 기관이 싸움이 궁극적으로는 의료계 불이익, 국민 세금 낭비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새기고 기관 직원들이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심평원은 적정진료를 감시하는 곳이지 건강보험의 재정을 절감하는 곳이 아니다. 또 공단은 지불자이지 심사자가 아닌데, 경기를 참가도 하고 심판도 겸하겠다는 억지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단은 적정한 진료비도 지불하는 체계조차 마련하지 못했으면서 타기관의 업무까지 엿보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의료계 기관에서는 이 두 기관의 싸움을 어느 정도 언급하긴 했어도, 대대적으로 비판하는 입장을 피력하지는 않았다. 어느쪽을 지지하든 손해를 볼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대다수 의료계 관계자들은 "해가 바뀌어도,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되는 공단과 심평원의 싸움이 최대한 빠르게 해소되길 바란다"면서, 이를 멈추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은 없는지를 골몰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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