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부터 싹 바꿨더니 환자 급증
4달만에 120여개 병상 가득 차
외래환자도 400명 돌파
의사확보는 아직도 과제


강원도 지역 내 의료원들은 진주의료원 사태 발생 전부터 어려움이 극에 달했었다. 환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데 적자는 늘어가기만 해 임금을 몇달째 밀리는 의료원들이 많았다.

때문에 강원도 내에서는 이미 폐업, 구조조정 등의 그림자가 짙게 깔렸었다. 삼척의료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2~3차 기관을 다니는 환자들은 근처의 삼척병원, 아니면 아예 삼척을 떠나 태백이나 동해 등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여러 차례 직원들에게 책임의식, 업무효율화 등을 강조했지만 쉽게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원장이 바뀔 무렵인 지난 2월 중순까지도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가 나온 지난 2월말쯤 서영준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부임하면서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부임한지 4달째인 최근 꾸준히 환자가 늘어 120여개의 병상이 가득찼다. 예전에는 인근 병원 입원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왔다는 환자 40여명 정도에 불과했던 예전의 삼척의료원이 아닌 것이다.

외래환자 역시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다. 100~200여명에 불과했던 환자들이 현재는 3~4배 가량 늘어 400명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1월초 30여명이었던 검진 수도 6월초에는 200명을 돌파했다.

서 원장은 “의료원 첫 방문 당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더럽고 낡은 쇼파가 1층 로비에 널부러져 있고, 직원들은 칙칙한 옷을 입고 환자를 맞이했다. 전기세 몇푼 아끼기 위해 로비에는 조명을 모두 꺼놔 마치 휴업인듯한 모습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가장 기초적인 일부터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병원이 잘 운영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조명을 환하게 다 켜놓고, 찢어진 쇼파와 직원들의 회색 유니폼을 주황색으로 교체했다. 또 로비에 텔레비전도 들여놓고, 작품도 곳곳에 전시했다. 응급환자 대기방이나 휴게실을 꾸며놓는 등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변화를 꾀했다.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도 혁신을 시도했다.

웃지 않는 직원들에게 '친절'을 강조했다. 단순히 강요만 하지 않고 4월에만 두 차례의 직원워크숍을 가졌다. 또 매월 2번씩 직원 친절 및 소통 교육을 실시하고, 매주 역량강화를 위한 미니 MBA과정, 직무능력 향상 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이는 모두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향상될수록, 즉 병원 구성원들이 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할수록 병원에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서 원장의 판단에서다.

뿐만 아니라 병원 비상경영위원회를 운영하는 한편, 월례 간부회의를 확대, 원장 직속의 QI전담팀 신설, 분기별 경영 보고를 통한 투명경영 실현 등 '소통'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서 원장은 "직원들이 친절하면 환자들이 저절로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란 판단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직원들을 교육한지 4개월만에 이러한 전망이 어느덧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자부했다.

이미지 변신은 내부 경쟁력 강화에서 그치지 않았다.

늙고 병든 환자들, 가난한 환자들로 북적인다는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어린이 그림경진대회'를 실시했다. 병원에는 생기가 넘쳐 흘렀고, 최근 신설된 소아청소년과의 홍보도 톡톡히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방의료원일수록 방송 광고나 신문 기사보다 직접 환자를 만나 얘기하는 맨투맨 홍보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며, 환자에게 작은 것이라도 하나 쥐어주는 '선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원 외래환자에게는 위생 밴드를, 입원환자들에게는 퇴원할 때 구급상자를 선물한다.

상자 앞에는 의료원 주소와 전화번호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나중에 또 오라는 소리를 상자에 담아 전한 것이다.

서 원장은 "내가 가고 싶은 병원이 어떤 병원인지부터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누구에게나 선물은 받으면 기쁘다. 작고 사소한 것을 챙기는 것부터가 병원경영, 의료공공성 실천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삼척의료원은 알뜰살뜰히 적정진료를 하면서 공공의료까지 실천했다.

산모 및 산아 건강지원사업 3195만원, 지역 청소년 건강증진 사업 1803만원, 저소득 소외계층 진료지원 및 손실분 1억1213만원 등을 비롯해 총 2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또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실시, 만성질환 관리, 차상위계층 지원, 보호자없는병실 운영, 삼척시 보건소와의 연계 등 바쁘게 움직였다.

공공사업에만 심혈을 기울인 것이 아니었다. 경영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서 원장은 진료진의 특성화와 목표관리제를 추진했다. 부속사업에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의사 확보'다.

아무리 월급을 올려도 의사들은 삼척을 찾지 않았다. 서울·인천·수도권에 비해 3배 이상 뛴 연봉에도 의사들은 꿈적도 않았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일반외과, 신경과 등은 공보의 덕분에 겨우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일반의사들에 비해 10분의1도 안 되는 연봉을 받지만 성실하게 임무를 해주고 있어 서 원장은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의 의무를 마치고 언젠가는 삼척을 떠날 수 있어 원장의 속이 타들어간다.

서 원장은 "혼자서 외과를 맡고있는 공보의는 하루에 수술 10개씩 할 때도 있지만 힘든 기색도 내지 않고 열심이다.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다. 밥을 아무리 사도 아깝지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2~3년 정도면 떠난다”고 착잡해 했다. 그는 국가에서 나서서 지방의료원의 의사들을 유치해준다면 어느 정도 병원 경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찬병 전 삼척의료원장도 이에 대해 어려움을 느낀 것은 마찬가지였다.

박 전 원장은 최근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 지방의료원의 어려움에 대해 낱낱이 밝혔다. 특히 공보의로 메워야하는 인력난에 대해 호소하면서 인건비 지원, 의사 채용 시스템 확보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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