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들은 많은 질병과 싸워왔으며, 사람들은 음악·회화·시·소설 등
다양한 문학적 형식을 빌어 그 싸움을 기록해 왔다.
 지난 2002년 명화속에 담긴 뒷이야기와 주인공들의 삶을 의학적으로 풀어쓴 책 `명화와 의
학의 만남`은 그러한 기록의 새로운 시도이다. 이 책을 저술한 문국진(고려대 명예교수/법의학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박사는 법의학자로서 일반인들에게 법의학, 의학을 친숙하게 전달하
기 위해 명화를 선택했고, 그림속의 의학적 이야기들을 다양한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이외에 문국진 박사는 `시민법의학룑, `모짜르트의 귀`, `바흐의 두개골을 열다`, `반고흐 죽음
의 비밀` 등 베스트셀러를 내며 독자들을 만나왔다.
 본지는 문국진 박사의 문학적, 예술적 혜안(慧眼)과 지식을 바탕으로 명화속 의학 이야기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림속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세계 곳곳을 직접 찾아 나선 문국진
박사의 열성과 노력을 모아 새롭게 `문국진 박사의 의학과 명화룑를 연재한다. 이번 연재를 통
해 의학자들이 보다 많은 예술적 상상력과 의학 지식의 만남의 기회를 갖길 바라며, 저자의 말
처럼 법의학은 문화, 예술, 인류의 역사와도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또 교
육과 저술 활동으로 바쁜 중에도 흔쾌히 연재를 허락해 주신 문박사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편집자
문신(文身, Tatoo)이란 몸에 새겨지거나 그려진 문자나 그림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는 이것을 입묵(入墨)이라고도 하였다.
 그 기원을 보면 육지나 산악지대에 살던 사람들은 몸에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에 흙이 들어
가 피부가 착색되면 그것이 평생 지워지지 않고 남는 것에 착안하여 일부러 피부에 상처를 내
고는 타다 남은 재, 매(煤), 먹물 등 여러 가지 색소를 칠해 영구적인 문신을 만들게 되었다.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어부들은 큰 물고기나 바다 짐승의 위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신
을 새겼으며 또 바다에서 사망하는 경우 그 시체를 식별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문신을 새겼
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이 점차 발달되어 어떤 종족 또는 민족임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문신이 이용되다가 후에
는 신분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여러 섬에서 문신은 매우 발달되었고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
며, 이 섬에서는 문신을 `tautau`라고 했다.
 그 뜻은 예술적이라는 의미로 영국의 쿡(James Cook) 선장이 원주민들의 몸에 새겨진 화
려한 그림을 원주민의 말을 따서 `tatoo`라고 한 것이 문신의 어원이라고 한다.
 또 우리나라 옛 여인네들은 같은 동네에서 살던 친구들 간에 훗날 시집을 가서 헤어져도 잊
지 말자는 맹세의 뜻으로 바늘에 낀 실에 먹물을 칠해 그것으로 피부를 통과시켜 푸른 빛깔의
점 모양의 문신을 만들었는데 친구에 따라 하나, 둘 또는 서너 개를 만들어 기억하는데 도움
이 되게 하였다.
 양반들은 그들이 거느린 종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위해 몸에다 문신을 새겼으며, 연산
군 시대에는 노비가 도망치다 잡히거나 또는 도망쳐 다른 곳에서 살다가 잡히는 경우 남자의
경우는 왼쪽 뺨에 노(奴)자를, 그리고 여자의 경우는 오른쪽에 비(婢)자를 새겨 도망친 것에
대한 형벌로 삼았다.
 이렇게 되자 문신은 추하고 상스러운 것, 즉 형별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는데 형벌의 목적으
로 새겨놓은 문신이 옷에 가려져 잘 나타나지 않아 이를 언제나 드러나게 하기 위해 얼굴에 문
신을 새기기 시작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마에 `경`자 또는 이를 나타내는 그림을 새긴 것
이다. 따라서 경의 표시가 얼굴에 새겨진 것은 어떤 범죄의 전과자라는 표시가 되며 평생을 이
런 낙인이 찍힌 상태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 가장 가혹한 형벌의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연유에서 유래된 것으로 `경을 칠 놈`이라는 욕이 나왔다. 즉 경을 친다는 것은 이마
에 문신을 새긴다는 것으로, 그것을 새길 때의 고통이 심하고 또 새겨지면 범죄자 낙인이 찍
혀 평생을 지녀야 하니 일종의 종신형이나 다름이 없는 형벌인 셈이었다. 그래서 `경을 칠
놈`이라 하면 가장 나쁜 욕이 되었던 것이다.
 문신은 법의학 분야의 실무에서 신원 확인에 자주 쓰인다. 문신에 새겨진 글 또는 그림의 모
양, 크기, 색깔, 위치가 모두 달라 그 사람의 취향, 결심을 잘 나타내며 또 감상적이고 낭만적
인 것이 많으며 종교적인 상징물도 있다. 특히 자학적인 쾌감을 통해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
려는 사람들에게 문신은 더없는 치료제가 되기도 하였다.
 또 문신 중에는 삶과 죽음을 심각하게 표현한 것이 있어 그 의미가 일반 그림에서 보는 것과
는 판이하게 다른 생의 절박감과 죽음의 덧없음을 나타내 에로스(eros)와 타나토스
(thanatos)를 직선적으로 표현한 것도 있다.
 과거의 문신은 피부에 상처를 내고 그것에 색소를 바르거나 주입하는 형식이어서 상당한 통
증이 따르기 때문에 문신을 새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로 여겨졌지만 근래에 와서는 보디페
인팅이라 해서 피부에 상처를 내지 않고 물감으로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개념이 달라졌다.
 우리의 기억에 새로운 것은 2002년 월드컵때 보디페인팅이 대유행한 것을 기화로 어떤 축
제나 의사표시에 많이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그런가 하면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온몸에 혐오스러운 문신을 새겨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
킨 일도 있다.
 아무튼 이제는 문신이 우리의 몸을 캔버스로 사용하는 `Tatoo Art`로 발전하게 되어 자기
가 좋아하는 명화를 몸에 그려 간직할 수 있는 하나의 예술로 발전하게 되었다.
 문신이 과거에는 색정적인 장식, 힘의 과시, 사랑의 표식, 변치 않는 굳은 의사의 표시, 종교
적인 상징물, 신분, 계급, 지위, 집단 구성원의 식별, 그리고 몸을 보호하거나 병을 예방하거
나 치료하는 주술적인 목적에 그리고 형벌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몸에 그려지는 예
술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렇게 예술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데도 국가나 민족, 종교 등에 따라 그 특색이 나타나는
데 그 예를 몇 가지 들기로 한다. 서양 사람들은 거장들의 명화를 즐겨 몸에 그리는데 여기에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06)의 `오필리아`(1851) 그림을 문신으로 한 것이
있으며, 중국인들은 산수화 또는 종교적 상징을 즐겨 그리고, 남방의 섬사람들은 옛 자기네 문
양을 몸에 그려 몸의 보호,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그리고 주술적인 효과까지 노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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