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머리와 마음을 씻어내는 귀밝이봉, 당뇨병 치료제가 필요없는 건강기능식품, 안구건조증을 예방하는 의료기기...'

실버산업, 고령친화제품의 국내외 최신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고 소개된 ‘2013 부산국제실버엑스포’가 27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국제안티에이징 엑스포'가 동시에 열리면서 참가기업이 총 160개에 달했다.

그러나 직접 현장에 방문한 결과, 임상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각종 불법치료 방법이 노인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었다. 이들은 또한 확인되지 않은 식약처, 특허청 등에 허가받은 제품이라며 신뢰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병원 방문, 약물 복용도 필요없다는 말로 현혹시켰다. 현장 특가로 구매하지 않으면 가격이 최대 5배, 10배 껑충 뛴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외국인도 전무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일명 '귀밝이봉'이라는 ‘이(耳)봉’. "봄철 물이 오른 버드나무가지의 껍질을 조심히 벗겨내 불을 붙여 사용하던 전통을 토대로 10여년 전부터 귓속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용방법은 귀가 천장을 향하도록 옆으로 눕고 불을 붙인 이봉을 귀에 살짝 꽂듯이 밀착시켜 손으로 잡아 고정시킨 다음, 수건 등으로 얼굴과 귀주변을 덮어준다.

업체 관계자는 “평온하고 안정된 뇌파로 바뀌는 놀라운 사례를 확인해볼 수 있다”며 “귀 주변, 귀를 통해 뇌와 근접한 기관의 기혈 흐름을 왕성하게하고, 귀 건강과 뇌압의 균형을 맞추면서 숙면을 취한 듯 머리를 맑게 한다”는 그럴싸한 말로 소개했다. 겉보기에도 신기해서인지 할머니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효과 논의는 뒤로하더라도, 불이라도 튀지 않을까 위험천만해 보였고 이봉이 얼마나 탔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자칫 화상을 입을 수도 있어 보였다. 업체측은 이봉 아랫부분에 방화장치가 돼있어 문제없다고만 답했다.

심지어 '이비인후과 질환 치료보조용 원통형 뜸봉 및 제조방법'으로 특허 출원도 받았다고 한다. 실제 특허청에서 검색은 됐으나, 특허의 근거와 기준이 무엇인지 아리송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유독 많이 전시된 것은 역시 건강기능식품. 광고 문구만 보면 단순 식품이 아니라, 치료 약물과 다름없을 정도로 홍보하고 있었다.

한 건강기능식품 업체는 “당의 흡수를 억제시켜 식후 혈당조절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혈중 지질개선, 배변활동 원활에 도움을 준다”고 소개했다.

심지어 “이 제품으로 당뇨병 치료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하면서, 흔히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의 발걸음을 멈칫하게 했다. 식약처로부터 ‘식후 혈당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허가받았다고 했고, 유사한 제품이 전시회 안에 몇 가지 더 있었다. 그러나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결과 식후혈당과 관련한 건강기능식품은 찾을 수 없었다.

‘자연의 눈물을 만들어 주고, 안구건조증도 치료된다‘는 고글 모양의 의료기기는 더 가관이다.

벽면에 붙은 현수막에는 “우리의 눈은 과도한 사용으로 피로해 눈물과 혈액이 순환되지 않아 안구건조증이 오고 백내장이 올 수 있다. 눈물의 건강을 자연스럽게 순환시키도록 해야 하며, 이 제품으로 자연의 눈물을 만들어 드린다”고 써있었다.

안구건조증 치료기기로 식약처의 가정용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제품이란다. 임상적인 효능효과에 대해 묻자, 기존 구매한 소비자들의 체험을 거쳐 효과가 입증됐다는 허무맹랑한 답변만 이어졌다.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회사명, 제품명을 검색해본 결과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대형 홈쇼핑에서 40만원 내외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밖에도 흔한 뜸과 부항은 물론, 수지침, 병원에 가지 않고 치료하는 하지정맥류 치료기기, 피부과에 가지 않아도 피부가 좋아지고 머리카락이 나게 하는 레이저 치료기 등이 전시됐다.

이들과 섞여 일부 병원들의 전시는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혈압, 혈당 정도의 기초적인 건강측정을 하고 있었다. 스마트의료산업이라며 베개, 만보계 등을 판매하는 병원도 있었다. 극히 일부 한 구석에는 노인의 빈곤 문제, 노인 폭력 문제 등을 담은 사진이나 노인의 여가생활과 일자리를 생각하게 하는 단체들이 나와있기도 했다.

이와중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캐리커쳐와 네일아트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엑스포에 출품한 제품들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잘 모른다. 주최측이 부산광역시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실제 엑스포의 주최는 부산시, 주관은 벡스코였다. 한켠에서는 건강한 100세를 맞이하는 다양한 세미나를 기획하고, 다른 한켠에서는 노인의료와 관련한 심도있는 정책 심포지엄이 열리는 것을 비춰봤을 때 형편없는 전시회였다.

얼마나 많은 유사한 전시회들이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노인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을까. 불법의료 양산 현장의 주범은 돈벌이가 우선인 업체들, 그리고 그저 성과와 이익을 위해 전시회 출품업체 늘리기에 급급하는 주최측이 아닐까. 이런 전시회가 많아진다고 해서 지자체 경제 활성화와 MICE산업 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가정용 의료기기의 분명한 기능 정립과 무허가 건강관련 제품의 관리감독, 실버산업이라는 이름의 전시회 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씁쓸한 결론만을 가득 안고 출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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