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벤처캐피탈회사들의 투자 방향만 봐도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투자 금액에서 의료기기 분야는 전년대비 13%, 바이오는 15% 감소했지만, 의료 소프트웨어 10% 증가, 디지털헬스는 무려 46% 증가했다.”

26일 한국의료수출협회 주최로 열린 제4회 해외의료포럼에서 명지병원 정지훈 IT융합연구소장은 ‘의료IT와 헬스케어디자인’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IT의 미래를 내다봤다.

우선 올해 의료IT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스마트폰 사용자가 건강관리앱을 사용하는 비율이 30%정도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며, 각종 센서, 스마트폰과 연동한 측정기기, 홈헬스케어와 관련한 제품들 역시 쏟아지고 있다.

정 소장은 “아파트 하나를 짓더라도 과거에는 건설사의 선택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방문간호 시스템 등의 디지털헬스를 구축하고 있다. 보험과도 유기적으로 엮을 수 있어 2016년에는 미국의 500만가구가 각종 가정용 의료기기와 연동한 디지털헬스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 열린 2013 CES에서만 봐도 IT 중에서도 유독 의료와 관련된 제품이 많이 늘어났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작은 부스처럼 생긴 ‘HealthSpot’. 쉽게 말하면 대형마트 한구석에 마련된 원격의료 스테이션이다. 여기에는 청진기, 혈압기, 온도계 등 가장 기본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기기 7개가 비치돼 있다. 원격상담을 통해 화면 속 의사가 진료오더를 내면, 상주하는 간호사가 의사 지시하는대로 환자를 케어한다. 혈액을 채혈하거나 약을 처방할 수 있다.

'Tricorder'와 같은 개인용 진단장비도 주목된다. 스캔만으로 어디가 아픈지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돼 있는 심전도 등의 제품도 쏟아지고 있다. 나사에서 투자하는 스카나두 제품은 머리에 대기만 하면 체온와 습도, 생체 신호 등을 지속적으로 판단해서 클라우드 시스템에 자동 전송된다.

벤처 투자의 방향만 봐도 디지털헬스의 성장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EMR, EHR은 1만800만 달러, 각종 행정시스템은 7800만달러의 규모의 투자에 이르고 있지만, 개인화된 진단 장비와 도구에 1억5000만달러, 의료소비자의 인터넷 커뮤니티, 건강관리 등에 2억3700만달러가 투자되고 있다. 비중도 디지털헬스 쪽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 소장은 “의사 주도가 아닌 개별 소비자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각종 디지털헬스 제품들이 쏟아질 것”이라며 “다만 개별적이 아니라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닛으로 나누고 그것을 브랜드로 붙여서 패키지화, 상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용자 중심 헬스케어 디자인 변화 시도

그는 미래를 예측하는 동시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도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건축, 서비스, 디자인 등의 요소를 개별로 두지 않고 처음 설계 단계부터 통합적으로 연결했다.

의료진 중심이 아닌 철저한 사용자인 환자 중심으로 병원의 각종 불만을 수집했다. 환자들이 보는 모니터의 각도를 조절하거나, 자연친화적인 검진센터 조성을 위해 먼저 식물원을 조성한 다음 설계를 통해 검진센터 ‘숲마루’를 만들었다.

암병동도 우울하고 죽음과 연관된 것이 아니라, 가능한한 병원에서 가장 밝게 배치했다. RFID 시스템으로 빛, 소리,음악, 향기 등을 원하는대로 맞춤형으로 골라 안락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했다.

수술방에서는 신장내과, 혈관외과, 심장내과의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술방 자체에 각종 의료기기들을 연동해 하나의 통합디자인으로 설계했다. 또한 현재는 동작인식PACS를 개발 중으로, 의료진이 인식하는 의도에 맞게 의료영상정보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지금은 다른 스탭에 주문하거나 수술방 밖으로 나가야 가능하다.

PHR에도 주력하고 있다. 홈헬스케어, 개인맞춤형 서비스 등이 강화되면 소비자들의 정보가 결국 병원 EMR에 연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건강관리 선택권이 더욱 강화되면 PHR은 더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 EMR은 아직 법적인 소지가 남아 있지만, 유지보수 비용이 크지 않고 수천개의 병원을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보다는 의원에서부터 성공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소장은 “각종 IT이 투자는 당장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이 있지만, 큰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적은 비용을 쓰더라도 대신 가장 문제가 있었던 곳부터 바꿔나간다면 혁신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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