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혈전치료 전략은 올해 미국심장학회(ACC) 연례학술대회에서도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리바록사반, 다비가트란, 아픽사반은 하위분석 연구를 통해 항응고전략에서의 우위를 다졌고, 새로운 정맥투여 항혈소판제제인 칸그렐러는 클로피도그렐과 비교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올해 ACC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항혈전치료 관련 연구들을 살펴본다.
CHAMPION-PHOENIX 연구 :
- 칸그렐러, 클로피도그렐 대비뛰어난 PCI 합병증 예방
메디슨제약사의 정맥투여 ADP 수용체 차단제인 칸그렐러(cangrelor)는 CHAMPION-PHOENIX 연구에서 경구용 클로피도그렐 대비 모든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환자들의 합병증 위험도를 22% 예방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인 출혈은 없었다.

연구 주요저자인 브리검여성병원 Deepak L. Bhatt 박사는 "CHAMPION-PHOENIX 연구는 이전에 시행됐던 3상임상인 CHAMPION PCI, CHAMPION PLATFORM 연구 이후 진행된 것으로, 이들 연구에서는 클로피도그렐 대비 1차 종료점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했지만 스텐트 혈전증, 출혈 비증가 등 2차 종료점에서 혜택을 보인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일관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CHAMPION-PHOENIX 연구는 PCI를 받은 환자 1만1145명을 이중맹검 무작위로 분류해 30㎍/kg/min 칸그렐러군과 300mg 또는 600mg 클로피도그렐군으로 나눠서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했다.

약물투여 48시간 후 1차효과 종료점을 비교한 결과, 칸그렐러군의 전체 임상사건 위험도가 22% 낮았다. 1차효과 종료점에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심근경색, 허혈사건으로 인한 재관류술, 스텐트 혈전증 등이 포함됐다. 특히 세부분류에서 스텐트 혈전증은 38%, 심근경색은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출혈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1차 안전성 종료점인 GUSTO 척도로 평가했을 때는 중증 비관상동맥우회로술(CABG) 출혈은 50%, 중등도~중증 출혈은 6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합격 범위에 들었다.

하지만 Bhatt 박사는 "ACUITY 척도로 평가했을 때 주요출혈은 72%, 비주요출혈은 42%로 증가해 주요출혈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또 TIMI 척도로 평가했을 때 주요 출혈에서는 차이가 없었고, 비주요출혈은 3배가 늘었다"며 평가 척도에 따른 변화를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칸그렐러의 효과에 무게중심이 더 몰린 것은 칸그렐러의 반감기가 3~5분으로 짧기 때문이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군이나 출혈 합병증이 있는 환자들에게 더 혜택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

연구에 참여한 스탠포드대학 Robert Harrington 교수는 "클로피도그렐은 투여중단 후 수술 등을 위해 수일을 기다려야 하지만, 칸그렐러는 이런 점을 보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에서 칸그렐러는 효과와 안전성간에 괜찮은 균형을 보여줬다"며 "출혈에 대한 영향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는 대조군보다 항혈전효과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평론을 게재한 텍사스대학보건과학센터 Richard A. Lange, L. David Hillis 교수는 "이중항혈소판치료에서 칸그렐러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번 연구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제한점을 제시했다.

이에 Harrington 교수는 "프라수그렐이나 티카그렐러 등 다른 ADP 수용체 차단제들과의 비교와 환자군별 적정용량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OCKET AF 하위분석 연구 :
리바록사반 투여 중단 시와파린과 심혈관 위험도 동등

ROCKET AF 하위분석 연구에서는 단기간 리바록사반 투여를 중단했을 때도 와파린과 심혈관 사건 위험도가 동등하게 나타났다.
주요 저자인 듀크임상연구센터 Mattew Sherwood 교수는 "ROCKET AF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뇌졸중 위험도가 중등도~중증인 이들로 경구용 항응고제를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이들"이라며 "약물중단이 혈전성 사건 위험도로 이어지지만, 다약물 복용 또는 수술 및 침습적 처치로 단기간 약물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며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
이에 연구팀은 대상군을 세부분석해 3일 간 약물투여를 중단했을 때의 위험도를 비교했다. 대상군은 모두 뇌졸중 중등도~고위험군이었고, CHADS2 평균 점수는 3.4였다.
연구에서 중간에 약물투여를 중단한 이들은 리바록사반군 2165명, 와파린군 2528명이었다. 평균 중단기간은 5일이였고, 수술 또는 침습적 시술로 인한 경우가 39.7%로 가장 많았다. 25%는 비출혈성 유해사건, 출혈은 13.2%, 부적절한 약물 중단은 18.1%였다.
임상적 예후에서 양군 모두 차이는 없었다. 뇌졸중, 전신성 색전증은 양군 모두 0.2%, 주요 및 비주요출혈은 1.5%, 주요출혈은 0.7%로 동등했다. 단 Sherwood 교수는 "약물에 상관없이 약물투여 중단기간은 최대한 짧게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ARISTOTLE 하위분석 연구:
아픽사반,아미오다론 없이도 효과 입증

아픽사반은 아미오다론 복용 여부에 상관없이 일관된 뇌졸중 예방효과를 입증했다. 아미오다론은 와파린과 같이 썼을 때 색전증과 출혈사건 증가와 함께 INR 조절률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미주리대 연구팀은 아픽사반과 아미오다론 간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ARISTOTLE 연구에 참여한 환자중 아미오다론을 복용하는 2051명을 선택했고, 이들을 아픽사반군(1009명)과 와파린군(1042명)으로 재분류해 뇌졸중 또는 전신선 색전증, 주요출혈 등의 차이를 비아미오다론군과 비교했다.

아미오다론을 복용한 이들의 평균 나이는 68세로 비복용군(70세)과 비교해 다소 젊었으며, CHADS2 점수도 2.0점과 2.1점으로 조금 더 낮았지만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 다만 평균 TTR(time in therapeutic range)의 경우 56.5%와 63.1%로 차이를 보였다(p<0.0001).

뇌졸중과 전신성 색전증 발생률 평가에서 아미오다론 복용 여부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아픽사반군 중 아미오다론을 복용했을 경우는 1.24%, 아미오다론 비복용군은 1.29%로 비슷했고, 와파린군에서도 각각 1.85%, 1.57%로 나타났다. 주요출혈은 아픽사반군에서 1.86%, 2.18%, 와파린군에서 3.06%, 3.03%로 나타났다.


신규 항응고제 입원 관련 위험도 감소효과 :
아픽사반·다비가트란 입원 예후에서도 혜택

신규 항응고제들이 와파린 대비 입원 관련 예후에서도 혜택을 보였다는 연구들도 발표됐다. 미국 듀크임상연구소 Patrica A. Cowper 교수팀은 ARISTOTLE 연구에서 아픽사반군과 와파린군에 소요된 의료 자원들을 비교했다. 평가 항목은 모든 입원 일수, 심장 또는 비심장성 시술로 인해 재원한 날짜 등이었다.

연구 결과 아픽사반이 큰 차이는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와파린에 비해 입원 관련 위험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ARISTOTLE 연구 전체 대상자 중 26.5%가 입원했고, 아픽사반군이 와파린군보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입원률이 낮았다(아픽사반군 25.9%, 와파린군 27.2%).

입원률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부분은 심혈관으로 인한 입원으로 아픽사반군 15.7%, 와파린군 16.9%였다. 실질적으로 환자당 입원 횟수는 아픽사반군 0.43, 와파린군 0.46건으로 비슷했지만, 평균 재원기간은 각각 2.86일, 2.95일로 차이를 보였다.

다비가트란도 재원일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마운트시나이심장연구소 David A. Vorchheimer 박사는 "새롭게 심방세동으로 진단받은 3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다비가트란 치료군이 와파린군보다 하루 정도 먼저 퇴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원일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배제한 결과다.

다비가트란군과 와파린군 모두 연령, 성별, CHADS2 점수가 비슷했고, 출혈, 색전증 관련 합병증 등의 중등도도 유사했다.

Vorchheimer 박사는 "와파린은 치료 가능한 응고 수치에 도달하기까지 수일이 걸리기 때문에 에녹사파린 등 비경구용 항응고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신규 항응고제의 경우 이런 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치료를 빨리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 병원에서 항응고치료를 받은 기간은 다비가트란군이 평균 2일, 와파린군 4일이었고, 재원 시간은 각각 60.4시간, 86시간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구팀은 다비가트란군의 크레아티닌청소율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했다(다비가트란군 68 mL/min, 와파린군 50 mL/min). 이에 Vorchheimer 박사는 "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신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다비가트란을 투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DES-LATE 연구:
DES 후이중항혈소판요법 기간 연장 혜택 없다

약물용출 스텐트(DES) 후 이중항혈소판요법 기간을 연장해도 추가적인 혜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의대 이철환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가 발표한 DES-LATE 연구에서는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 병용요법을 36개월 실시한 군과 12개월 후 아스피린 단독요법으로 전환한 환자군을 비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로 차이가 없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DES 시술 후 12개월 동안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주요 심혈관계 부작용이나 주요 출혈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 5045명에게 적용했다. 대상자들은 무작위 오픈라벨로 아스피린 단독군과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군으로 구분됐다.

24개월째 평가 결과 1차 효과 종료점인 심질환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률은 병용군 2.6%, 단독군 2.4%로 위험비는 1.06이었다. 주요출혈 발생률 역시 병용군 1.4%, 단독군 1.1%로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추적 관찰 기간인 42개월째 주요출혈 발생률은 병용군 3.9%, 단독군 2.5%로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었다.

이 교수는 "양군 간 심질환에 의한 사망 및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도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36개월 병용요법군에서 주요출혈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출혈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약물용출 스텐트 삽입 후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최소 6개월에서 12개월까지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권고안은 대규모 등록 자료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으로 언제까지 쓰는 것이 최적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았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와 함께 "이전 REAL-LATE, ZEST-LATE 분석 연구에서 이중항혈소판요법을 12개월 이상 사용하더라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질환에 의한사망, 심근경색 혹은 뇌졸중 발생에 유의한 차이가 없음을 보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다변형 기반 맞춤치료 전략:
위험도 높은 유전자 환자 프라수그렐 전환 효과적

유전자 다변형 평가를 통한 맞춤 전략의 가능성도 제시됐다. 포스터 세션에 연구를 발표한 캐나다 오타와대학심장연구소 Derek Yiu Fai So 교수는 "일반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유전자 다변형을 가진 환자들은 경피적관상동맥 중재술(PCI) 후 MACE 위험도가 높아진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PCI를 받은 ST분절상승 심근경색(STEMI) 환자에게 항혈소판제 치료를 시행할 때 초속 유전자 분석을 적용하는 전략을 평가했다. 대상 유전자 다변형은 CYP2C19*2, ABCB1 3435 C T, CYP2C19*7로, point-of-care 유전자 기기를 활용해 평가했다.

연구팀은 PCI 시행 후 CYP2C19*2를 가지고 있고 ABCB1 3435 TT 동형접합체(homozygotes)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프라수그렐군과 클로피도그렐군으로 분류했다. 프라수그렐군은 1달 동안 1일 10mg을 투여했고, 클로피도그렐군은 7일 동안 150mg, 이후 3주 동안 75mg을 투여했다.

1차 종료점은 높은 혈소판 반응도(HPR, PRU 234 이상)를 보이는 환자들 중 CYP2C19*2, ABCB1 3435 TT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비율이었다.

전체 102명의 환자들 중 59명은 하나 이상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유전자는 CYP2C19C*2, ABCB1 3435 TT였고, 각각 36.3%, 32.3%로 나타났다. 지정 유전자를 동반한 환자들의 혈소판반응수치는 183.5로 유전자가 없는 환자들(147.3)보다 높았다.

치료전략별 평가에서 HPR인 환자는 프라수그렐군에서는 없었고, 클로피도그렐군에서는 7%였다. 혈소판 반응도(PRU) 기준을 208로 낮췄을 때는 프라수그렐군 1%, 클로피도그렐군 10%로 나타났다. 30일 째 평균 PRU 수치는 유전자 다변형이 없는 환자군은 110.4, 프라수그렐군은 53.8, 클로피도그렐군은 157.1이었다.

연구팀은 "Point-of-care 검사는 STEMI 환자 중 HPR인 환자들을 빠른 시간 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줬다"며 "위험도가 높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고용량의 클로피도그렐 전략보다 프라수그렐로 전환하는 것이 HPR 감소에 효과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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